서비스센터, 베르크 로스터스 디자인 1.0에서 2.0까지 ②

베르크 로스터스 매장 동선 변화와 '베르크 디자인 십계명'

베르크 로스터스 매장 동선 변화와 '베르크 디자인 십계명' ㅡ 서비스센터 크루 전수민, 고혁준, 배재희, 윤산희 디렉터 4인 공동 인터뷰 ㅡ

서비스센터, 베르크 로스터스 디자인 1.0에서 2.0까지 ②

2018년 5월 부산 전포동 거리에 문을 연 커피 로스터리 ‘베르크 로스터스Werk Roasters’. 베르크 로스터스(이하 베르크)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몇가지 수식어가 있다. 부산. 힙. 독보적. 고퀄리티. 감각적인. 이 수식어들은 베르크를 휘감고 있는 정체성이자 이미지다. 베르크가 이렇게 고유한 우위를 선점한 단단한 커피 브랜드가 될 수 있었던 데에는 바로 서비스센터 전수민 디렉터의 단단한 브랜딩이 있었기 때문이다. 유난히 카페가 많은 전포동 골목에서 살아남기 위해 베르크가 갖춰야 할 요소로 높은 품질의 맛은 물론, 독보적인 디자인과 브랜딩의 필요하다는 것을 그는 처음부터 강조했다. 전포동 뿐 아니라 이제는 지역을 대표하는 중견 커피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현 시점에 최근 3개월 간 재정비 기간을 가지고 돌아왔다. 베르크 1.0에서 두터운 팬덤을 쌓아왔다면 이제는 ‘굳히기’를 할 때가 온 것. 브랜드에서 기업으로 한 걸음 나아가는 발걸음 베르크 2.0에는 서비스센터 디자이너 크루 4인이 모두 함께 했다. 전수민, 고혁준, 배재희, 윤산희 디렉터와 함께 나눈 베르크 디자인 1.0에서 2.0까지의 이야기.

*베르크 로스터스를 처음 오픈한 2018년 5월이래 2021년 12월까지의 베르크를 베르크 1.0으로,

리뉴얼 기간 동안 브랜드 정비 후 재오픈한 2022년 3월부터 현재시점까지의 베르크를 베르크 2.0으로 칭한다.

▼ 기사는 1편에서 이어집니다.

서비스센터, 베르크 로스터스 디자인 1.0에서 2.0까지 ①

더 빠르고 효과적인 결과물을 위한 ‘베르크 디자인 십계명’

[WERK 1.0 Order Process]

지하 1층에서 음료와 원두, 굿즈를 구매한다.| 사진 제공 : 서비스센터, 베르크 로스터스
지하 1층에서 음료를 픽업하고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이동한다. | 사진 제공 : 서비스센터, 베르크 로스터스

[WERK 2.0 Order Process]

1층 왼쪽 입구를 통해 입장하고 오른쪽 출구로 나오는 동선으로 바뀐 주문 공간.
동선 곳곳에 배치해 둔 사이니지를 따라 주문 후 음료 픽업대 쪽으로 이동한다.
사진 제공 : 서비스센터, 베르크 로스터스
사진 제공 : 서비스센터, 베르크 로스터스
1층에서 음료 픽업 후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이동한다. | 사진 제공 : 서비스센터, 베르크 로스터스
보다 밝고 환한 분위기로 탈바꿈한 2층 공간.| 사진 제공 : 서비스센터, 베르크 로스터스

베르크 1.0에서 베르크 2.0으로 넘어가는 과정 안에 공간의 동선 변화가 있었죠. 기존 베르크 1.0의 공간 동선이 특이했던 만큼, 베르크 2.0에서도 가장 주목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전수민 베르크 1.0 때의 동선은 할 이야기가 참 많아요. 저희 입장에서는 여러 한계와 제약조건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구상한 동선이었지만 공간을 접한 많은 분들이 이 동선을 흥미롭게 바라봐 주시는 걸 보고 나서야 저희도 재미있던 시도였다고 생각하고 있죠. 보통은 건물 1층이 커피를 주문하는 공간이 되기 마련인데 1층 공간에서 바로 2층으로 바로 이어지는 계단이 없었어요. 계단을 새로 낼 수 있는 공사 예산도 턱없이 부족했고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층에서 밖을 바라볼 때 별 볼일 없던 뷰까지 모두 제약과 한계의 일부였죠.

윤산희 베르크 팀원분들이 원래는 로스팅 기계를 1층에 두고 쇼룸 겸 사무실로 사용했었는데 베르크의 인지도가 점차 올라가고 원두 납품량이 증가하게 되면서 다른 곳에 로스팅 공간을 마련하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기존에 로스팅 공간으로 사용하던 1층이 비게 되어 활용 대안을 고민 중이었고요. 결과적으로는 밝고 성숙한 방향으로 변화된 베르크의 모습이 패키지뿐 아니라 공간에서도 표현이 되었으면 해서 감하게 주문 공간을 1층으로 올리게 되었죠. 베르크 1.0 때는 어두운 분위기를 유지하는 주문 공간이었다면 베르크 2.0은 화이트&레드 컬러로 포인트를 주어서 화사하고 밝은 공간으로 완성했어요. 또 1층 공간 양쪽으로 출입구 두 개가 나 있어서 한쪽으로 입장해 주문을 하고, 음료 제조를 기다린 다음 음료를 받아 반대쪽 출구로 나가는 과정을 고려하여 동선을 구상했어요. 몇 번의 시행착오가 있었고 오픈 후에도 피드백을 꾸준히 반영하며 사이니지를 개선했어요. 확실히 주문하는 공간이 1층에 있으니 바리스타 분들의 웃는 얼굴이 잘 보여서 멀리서 매장을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더라고요.(웃음)

베르크 1.0 당시 지하 주문 공간과 2층 좌석 공간의 음악을 극명히 대비되는 곡들로 선정하셨다고 들었어요.

전수민 지하 주문 공간은 어두운 탓에 흡사 클럽의 분위기를 풍겼고 2층은 예배당 의자 때문인지 차분한 분위기가 조성되었어요. 그래서 차라리 음악을 통한 콘트라스트(대조)를 더 강조하면 어떨까 했습니다. 베르크의 콘셉트가 독일의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에서 영감을 받은 것들이 많았기 때문에, 오마주에 대해 감사를 표한다는 의미로 지하에서는 크라프트베르크의 음악들을 주로 틀었고, 2층에서는 브라이언 이노Brian Peter George Eno*의 앰비언트 음악을 주로 틀었습니다. 이후 리뉴얼 된 베르크 2.0부터는 보다 편안한 대중음악들로 채워지는데, 베르크의 구성원들이 직접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틀고 있습니다.

* 크라프트 베르크 : 1970년대 독일에서 결성된 전자음악 밴드로 초창기 전자음악에 큰 영향을 끼친 선구자적인 밴드 중 하나.

*브라이언 이노 : 영국 뮤지션으로 앰비언트 음악의 창시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앰비언트 음악이란 일렉트로닉 뮤직 중에서도 가장 긴 역사를 가진 음악 중 하나로 반복적이면서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멜로디 구조를 부각하는 인스트루멘틀 음악을 의미.

디터 람스와 마시모 비넬리로부터 영감받은 베르크 디자인 십계명 ⓒ서비스센터

베르크 2.0을 작업하면서 ‘베르크 디자인 십계명’이 탄생했다고요.

전수민 베르크 2.0 디자인 방향이 정해지고 나서 디터 람스Dieter Rams의 ‘좋은 디자인의 10가지 원칙’을 인용해 ‘베르크 디자인 십계명’을 만들었어요. 서비스센터는 그 십계명의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 디자인을 제안할 테니 베르크 역시 그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 디자인 피드백을 주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었죠.

고혁준 조직이 작을 때에는 대부분 창업자가 곧 브랜드 그 자체가 되곤 해요. 베르크도 마찬가지였고요. 규모가 확장되면 자연스럽게 나만의 것이 아니게 되고, 그 과정에서 구성원과 합의할 수 있는 원칙이 필요해집니다. 베르크에는 이러한 원칙이 필요했다고 생각했어요. 더 빠르고 효과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요. 세상에 너무나도 다양한 디자인 원칙들이 있지만 베르크 2.0의 모티브는 ‘효율’ ‘규격화’ ‘대량생산’이었기 때문에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성실하게 아름다움을 추구했던 디터 람스의 디자인 원칙을 토대로 만들었습니다.

사진 제공 : 서비스센터, 베르크 로스터스

서비스센터는 베르크 1.0 이후에도 다수의 커피 브랜드 브랜딩을 줄곧 진행해 왔죠. 각기 다른 콘셉트와 브랜딩 속에서도 ‘커피’ 브랜드가 갖추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가치 혹은 요소는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전수민 요즘은 과감한 콘셉트의 카페가 늘고 있어요. 그럴수록 ‘커피’라는 본질적 가치를 놓치는 곳도 많은 것 같아 아쉽고요. 물론 그 속에서도 ‘진짜’를 보여주는 플레이어도 많아지고 있고요. 고객에게 제공하는 맛있는 커피 한 잔과 그들이 공간에 머무는 동안 동기는 각자 다를지라도 무조건 좋은 기분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즉 브랜드의 팬이 되게끔 만들어주는 경험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뻔한 이야기 같지만 가장 중요한 사실이죠.

베르크 2.0 작업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순간과 반대로 뿌듯함을 느꼈던 때가 있었다면요?

배재희새로운 아이디어와 현실적인 측면에서 어느 지점이 정답일지 고민될 때가 있어요. 누구도 정답을 알 수 없으니까요. ‘어떻게 성공이라는 측면까지 갈 수 있을까’ ‘어떤 결과물을 통해 가야 할까’를 결정할 때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하지만 그것도 잠시인 것 같더라고요. 베르크 2.0을 선보인 이후 기존에 베르크가 판매되던 유통 경로 이외의 새로운 곳들에서 입점 제안이 왔다는 소식이 들려오니 기분이 참 묘했어요. 저희가 이번 리뉴얼 작업을 통해 추구하고자 했던 보다 견고한 기업의 이미지를 베르크에 심어주는 데에 성공했구나 싶었던 순간이었죠. ‘카카오톡 선물하기’가 한 예에요. 그 덕분에 지금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도 베르크를 만날 수 있죠.

윤산희 저 같은 경우 재희 디렉터님과 베르크 2.0에서 사이니지, SNS, 뉴스레터 등등 패키지 이외의 어플리케이션 작업에 참여했는데요. 기존의 베르크 보다 성숙하고 일관성 있는 베르크 2.0의 느낌을 패키지 이외 영역에서 일관되게 적용되게끔 템플릿을 만들어 베르크에 제공해 드리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던 것 같아요.

가장 오랜 시간 함께 하고 있는 파트너 베르크는 서비스센터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배재희 아이디어는 아이디어로만 그칠 때가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클라이언트가 스튜디오를 신뢰할 때 할 수 있는 것들이 훨씬 많다고 생각하고요. 결과를 확신할 수 없을 때에도 함께 가보자고 믿어 주신 베르크 팀원분들 덕분에 즐거웠던 작업 시간만큼이나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진 제공 : 서비스센터, 베르크 로스터스

베르크의 10년 뒤 모습을 상상해 본다면요?

배재희 미래에 또 다른 구성원들이 만들어가는 베르크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요. 무엇이 남아있고 어떤 걸 유지하게 될 지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잖아요. 현재 저희가 함께 만든 유산이 그때도 남아 있다면 더 의미 있을 것 같고요.

윤산희 베르크가 커피 신에서 독특한 포지션을 선점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10년 뒤에도 그 자리를 오래오래 지키는 터줏대감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대표님들이 꿈꾸는 해외 진출도 머지않아 이루어져서 지구 반대편에서도 베르크 원두를 사용해 커피를 내리는 곳들이 생겨나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Information
<베르크 로스터스 프로젝트>

진행 : 서비스센터Service Center

주소 : 부산 부산진구 서전로58번길 115 지상1층, 2층

[베르크 1.0]

기간 : 2017년 겨울 ~ 2018년 5월

프로젝트 디렉팅 및 브랜딩 디자인 : 서비스센터 (전수민 디렉터)

인테리어 디자인 : 김기석 디자이너

[베르크 2.0]

기간 : 2021년 12월~현재

프로젝트 디렉팅 및 브랜딩 디자인 : 서비스센터 (전수민, 고혁준, 배재희, 윤산희 디렉터)

인테리어 디자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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