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알아보는 2024 파리 올림픽의 비주얼 아이덴티티

파리 분위기와도 잘 어울리는 디자인의 비결

2024년 파리 하계 올림픽과 패럴림픽 개막식을 앞두고 올림픽을 구성하는 엠블럼, 마스코트, 개막식 등의 디자인이 차례로 공개되었다. 올림픽 전체를 아우르는 비주얼 아이덴티티 디자인, 파격적인 픽토그램에는 세계적인 대회에 다양성을 추구하려는 디자이너들의 노력이 담겼다.

미리 알아보는 2024 파리 올림픽의 비주얼 아이덴티티
출처: olympics 홈페이지

2024년 파리 하계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개막식이 1년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에 파리 2024 조직 위원회 측은 올림픽을 구성하는 엠블럼, 마스코트, 개막식 등의 디자인을 차례로 공개하며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는 중이다. 디자인과 예술, 그리고 자유의 도시로 유명한 파리이기에 내놓는 디자인들은 기존의 올림픽에서 보지 못한 독특하고 멋진 아이디어로 가득 차 있다. 무엇보다 올림픽의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비주얼 아이덴티티 디자인이 선보여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출처: Paris2024 유튜브
https://youtube.com/watch?v=28u9bGbSkZI%3Ffeature%3Doembed

조직 위원회의 디자이너들은 프랑스의 우아함과 이번 대회의 정신을 반영하는 대담하고 화려한 분위기를 시각화하기 위해 프랑스의 풍요로움과 다양성을 대표하는 초록색, 보라색, 파란색, 빨간색 등과 조화를 이루는 단순한 분위기의 기하학적인 패턴을 만들어냈다. 이 디자인들은 개막식, 폐막식, 경기장은 물론이고 거리 곳곳에 활용되며 도시 전체를 올림픽의 공간에 걸맞게 변화시킬 예정이다. 디자인만 놓고 봤을 때에는 모던한 분위기가 압도적이기에 고풍스러움이 가득한 파리의 모습과 어울릴까 우려가 되지만, 의외로 도시의 건물에 적용시켜 봤을 때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출처: Paris2024 유튜브

모던해 보이기만 하는 디자인이 도시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이유는 디자인을 구성하는 패턴의 모티브가 도시 곳곳에 있는 모습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패턴의 네모난 모양은 파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포장된 도로의 네모난 돌에서 영감을 받았다. 네모난 돌은 중세 이후부터 파리에 도입된 것으로 19세기 파리의 교통 체계의 확립을 도우며 파리의 풍경을 만들어왔다. 네모꼴 안에 있는 기하학적인 형태들은 에펠탑, 센 강의 다리와 같이 프랑스를 대표하는 각 랜드마크를 정형화한 형태를 조합시킨 것이다. 여기에 올림픽 경기장의 모습과 대회에 참여하고 관람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인류애의 형태를 더해 다채로움을 느끼게 했다.

출처: Paris2024 유튜브

파리 2024의 모습은 웅장한 스포츠 경기장에서 선수들의 뛰어난 경기력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동시에 모두를 축제에 초대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는 잊을 수 없는 스포츠 성과를 위한 이상적인 환경을 조성할 것입니다.

우리의 디자인은 밝고 따뜻한 색상으로

올림픽 축하 행사에 대한 우리의 창의적인 포부를 활용합니다.

파란색, 빨간색, 녹색 및 보라색과 프랑스 예술의 역동성과

프랑스의 상징적인 장소를 암시하는 기호와 함께 하는 파리 2024는

국가의 부와 다양성을 보여줄 것입니다.

파리 2024 조직 위원회

출처: olympics 홈페이지

또한 파리 2024의 비주얼 아이덴티티는 올림픽 대회의 전체적인 메시지가 반영된 축하, 전환, 합리화, 개인화라는 4가지 주제가 녹아들어 있다. ‘축하’ 주제를 통해서는 스포츠를 통해 사람들을 하나로 만드는 세계 최대의 스포츠 대회를 축제 분위기로 만들 수 있는 디자인이 선보이게 되었으며 ‘전환’ 주제를 통해서는 프랑스의 창조적인 정신과 더불어 1924년 파리에서 올림픽이 개최되었을 때 한창 유행이었던 아르데코 운동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이 만들어졌다.

출처: olympics 홈페이지

‘합리화’ 주제를 통해서는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목표로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테마를 유사하게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가 탄생했다. ‘개인화’ 주제에서는 전 세계를 통합하는 모두에 의한, 모두를 위한 올림픽을 목표로 파리의 문화적인 유산에서부터 타히티까지 경기가 치러질 모든 지역의 특성에 맞게 디자인을 유연성 있게 수정할 수 있는 방법을 도출해냈다. 이런 주제를 통해서 탄생한 시각 디자인들은 파리 올림픽의 모습을 아름답고 다채롭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출처: press paris 2024 홈페이지

이어 파리 2024 조직 위원회는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쓰일 62개의 픽토그램을 공개했다. 올림픽 프로그램 47개, 패럴림픽 프로그램 15개로 이루어진 픽토그램은 스포츠 종목뿐만 아니라 가족, 자존심 등 여러 가지 가치와 지역사회를 상징하는 영광의 배지로 활용될 것이라고 한다. 대칭의 축, 지면의 형상, 종목의 상징이라는 세 가지 측면을 고려해 만들어진 픽토그램은 기존 올림픽에서 선보였던 픽토그램 디자인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인다.

2000년 시드니 하계 올림픽 픽토그램. 출처: the olympic design 홈페이지
2008년 베이징 하계 올림픽 픽토그램. 출처: the olympic design 홈페이지

1964년 도쿄 올림픽부터 도입된 픽토그램은 올림픽 때마다 그 분위기에 맞도록 디자인되어 왔다. 1994년 릴레함메르 겨울 올림픽에서는 노르웨이 동굴 벽화 문양을 활용한 디자인으로 전 세계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으며, 2000년 시드니 하계 올림픽에서는 호주를 대표하는 상징인 부메랑을 활용한 디자인이 선보였다. 2008년 베이징 하계 올림픽에서는 상형문자인 한자의 갑골문과 전서체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이 화제가 되었다.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는 개막식 때 아예 픽토그램을 활용한 팬터마임이 선보여 사람들에게 유쾌함을 선사했다. 이 모든 픽토그램에는 공통점이 있다. 스타일의 변화는 있었지만 표현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었다는 점이다.

출처: Paris2024 유튜브

사선 대칭으로 스포츠 종목에서 쓰이는 기구와 경기장의 모습 등이 반복되도록 표현한 파리 2024의 픽토그램은 기존 픽토그램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벽하게 탈피한 모습이다. 이는 비주얼 아이덴티티 디자인에서 적용되었던 합리화, 개인화 주제에 부합하는 디자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와 더불어 픽토그램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국제 연맹들이 참여한 결과, 보다 경기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녹아든 디자인을 만날 수 있게 된 것도 눈길을 끈다. 펜싱에서는 플뢰레, 에페, 사브르 세 가지 칼의 모습이 다채롭게 그려져 있는 것을 확인해 볼 수 있으며 유도의 경우 두 선수의 유니폼 색이 다른 것 표현했다. 서핑이나 스포츠 클라이밍의 경우 경기가 이루어지는 환경을 표현함으로써 경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 것을 볼 수 있다.

출처: press paris 2024 홈페이지

시각적인 측면에서 독특함을 느낄 수 있는 픽토그램은 쓰임에서도 다른 올림픽의 디자인과 차별화되고 있다. 픽토그램 중 유도, 사격 등과 같은 8개의 픽토그램은 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 동시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엠블럼, 마스코트에서 추구하던 ‘장애에 상관없이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의 디자인과도 부합하는 모습이다. 프랑스의 카누 국가 대표 선수 출신이자 현재 파리 2024 조직 위원장인 토니 에스탕게Tony Estanguet는 “픽토그램은 수집하기 좋은 상징물이기도 합니다.”라며 “선수라면 누구나 자신이 출전하는 종목의 픽토그램을 자랑스럽게 과시하고 싶을 겁니다. 핀이나 티셔츠 같은 기념품 말이죠. 저도 예전에 그런 걸 수집한 적이 있거든요.”라며 색다른 분위기의 픽토그램 디자인을 선보인 이유를 밝혔다.

출처: olympics 홈페이지

픽토그램의 파격적인 디자인에 신선하다는 평과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이 교차하고 있지만, 세계적인 대회에 다양성을 추구하고 싶었던 디자이너들의 노력은 사람들에게 신선함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덕분에 전 세계의 이목이 자연스럽게 올림픽에 집중하고 있는 중이다. 이를 통해 디자인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게 한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