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크리에이티브 마스터즈 어워드 2024
공예의 내일, 진정성의 미학
렉서스 크리에이티브 마스터즈 어워드 2024의 주제는 ‘공예의 내일: 진정성의 미학’이다. 시대를 관통하는 불변의 가치인 ‘진정성’을 일상으로 퍼트리는 공예의 역할에 대해 질문한다.
범람하는 지식과 기술 속에서 진정성을 고민하게 되는 오늘날, 손으로 만들어내는 것의 가치가 다시금 부상하고 있다. 사람의 온기를 간직한 사물은 현대인의 삶에 어떤 위로를 전할 수 있을까?
창립 이래 굳건한 장인 정신을 이어온 렉서스는 2017년부터 신진 공예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렉서스 크리에이티브 마스터즈 어워드’를 운영하며 크래프트맨쉽 문화를 사회 전반으로 확장하는 데에 기여해왔다.
올해 공모전의 주제는 ‘공예의 내일: 진정성의 미학’이다. 시대를 관통하는 불변의 가치인 ‘진정성’을 일상으로 퍼트리는 공예의 역할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문보리, ‘기억, 시그널’ (위너)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만남을 통해 시간의 관계성을 표현한 인터랙티브 직물 조명. 여러 대상을 수직과 수평으로 연결하는 ‘직조’는 오랜 역사를 지닌 전통 기법인 동시에 디지털 신호를 기반으로 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핵심 작동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작가는 직조 기법을 활용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하나로 잇는 물질의 역할을 조명하고자 했다. 안동 삼실, 면사, 인견사 등 전통 소재에 해당하는 직물과 현대의 발광 소자를 함께 엮어 물질 안에 내재한 시공간의 관계를 공감각적으로 표현했다.
김경찬, ‘Volcanic – 생성과 존재’ (파이널리스트)
제주의 지역적 특색과 환경에 천착한 작업을 선보이는 작가는 제주의 흙과 돌, 오름을 모티브로 한 옹기를 선보였다. 오름의 부드러운 능선 위로 돌이 날아와 박힌 장면을 묘사했는데, 머나먼 과거의 화산 활동이 만들어낸 제주 땅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화산재가 스며들어 특유의 붉은 색감을 띠는 제주의 토양은 작품을 구성하는 물리적 재료인 동시에 정서적 밑거름이다. 자연의 소재로부터 새로운 ‘쓰임’을 발견하는 데에 관심을 갖는 작가의 손을 거쳐 제주의 흙과 돌이 생성과 존재의 가치를 지니는 공예 재료로 재탄생했다.
임서윤, ‘백(白)의 면모(面貌)’ (파이널리스트)
직물 속 공간감을 표현한 오브제. 작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자연 현상을 가시화할 수 있는 시각적 매개물로서 직물에 주목했다. 투광성 있는 직물을 겹쳐 빛의 짙음과 옅음을 표현하고 천의 파동과 일렁임으로 공기의 흐름을 형상화했다.
자연의 재료인 섬유가 정세하고 단단한 바느질을 통해 빛과 바람을 담아낼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천 위에 남겨둔 의도적인 여백이 자연을 만나 채워진 순간,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수많은 것들을 인지하게 된다.
김혜정, ‘Magnolia Dances’ (파이널리스트)
백목련이 만개하는 모습을 조형적으로 표현한 도자 작품이다. 원심력과 구심력으로 기물의 형태를 빚는 물레 성형 기법을 활용해 꽃이 피어나는 순간의 팽창력을 형상화했다. 고운 백자토를 손으로 빚어 표현한 백목련의 단아한 실루엣은 조선 백자의 기풍과 닮아 있다.
백목련의 꽃말인 고귀함과 숭고함을 동시대 생활 감각에 맞는 그릇 안에 담아내어 전통 공예의 미감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일상에서 음미할 수 있도록 했다.
김동완, ‘Layer series’ (파이널리스트)
유리에 옻칠을 접목한 오브제. 작가는 유리의 투명함이 사라질 때까지 옻칠을 입힌 뒤 다시 오브제의 표면을 깎아내는 재료 실험을 거쳐 새로운 질감을 발견했다. 켜켜이 쌓아 올린 옻칠과 그 사이로 언뜻 비치는 반짝이는 유리 표면을 바라보며 소재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되새길 수 있도록 했다.
유리와 옻칠이라는 생소한 조합으로부터 물성과 기법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의 흔적이 드러난다.
렉서스 크리에이티브 마스터즈 어워드 2024의 주인공 5명에게 공예의 진정성에 관해 물었다.
“물질에 대한 창작자의 해석과 태도. 공예는 물질을 매개로 예술과 기술이 조우하는 장르다. 동시대 관점에서 물질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따라 공예는 전통을 이어나가고 다양성을 확장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다.”
문보리 / 위너
“사소한 과정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기는 것. 도구를 다듬고, 원료를 성형하고, 가마를 소성하는 전 과정이 온전히 이루어질 때 작품이 된다. 모든 과정에 최선을 다하며 작업에 임할 때 진정성이 자연스럽게 발현된다.”
김경찬 / 파이널리스트
“사람의 손에서 태어나 손으로 전달되는 것이 공예인 만큼, 공예의 진정성은 공예가의 손으로부터 나온다. 따라서 공예가라면 언제나 진정성 있는 태도로 작업에 임하며 믿음과 신뢰를 보여주어야 한다.”
김동완 / 파이널리스트
“공예의 진정성은 부단히 추구하는 자세로부터 비롯된다. 현대사회의 가치와는 동떨어져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여전히 사람의 노고를 줄이거나 시간을 단축해서는 얻을 수 없는 것이 있다. 시간과 노고를 아끼지 않고 나의 에너지를 온전히 바치고자 하는 자세로부터 공예의 진정성이 나온다.”
김혜정 / 파이널리스트
“내가 생각하는 공예의 진정성은 ‘정성’, 즉 마음에서 비롯된 성실하고 진실한 노력과 관심이다. 정성은 시간에 퇴색되지 않는 불변의 가치이자 가치롭고 의미 있는 삶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태도다. 정성을 다하는 진정성 있는 공예는 내일을 꿈꿀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임서윤 / 파이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