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고민 담은 그래픽 디자인 ②

스튜디오 고민의 고민, 성수동과 뉴 그래픽 서비스.

고민고민 담은 그래픽 디자인 ②

*기사는 1편에서 이어집니다.

고민고민 담은 그래픽 디자인 ①

그래픽 디자인에 대한 어떤 고민을 들어드릴까요? 스튜디오 고민 스튜디오 고민은 10년차 스튜디오다. 인디…

표기식 포토그래퍼와의 컬래버레이션

ⓒ studio gomin

“평소 사진집을 내면 스튜디오고민과 해야겠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스튜디오 고민의 작업은 자연스럽거든요. 엄청나게 팝스럽거나 독특한 스타일은 아니지만 잔잔하면서 세심한 내러티브가 담겨 있어요. 무엇보다 사진 한 장, 한 장 꼼꼼하게 봐서, 저도 깜짝 놀라는 레이아웃이 나오죠.”

표기식 포토그래퍼

표기식 포토그래퍼의 사진집 디자인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어요.

안. 우리는 표기식 작가의 사진을 보면서 우리와 잘 맞는 포토그래퍼라고 항상 생각했어요. 팬이었죠. 표 작가가 촬영한 태연의 사진으로 포스터 작업을 하면서 인연이 닿았는데, 교류가 많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사진집을 만들어달라고 찾아왔어요. 너무 감사했죠. 노출형 책등과 실제본 컬러만 지정하고 나머지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맡겼어요. 덕분에 정말 즐겁게 디자인한 책이에요.

이. 책으로 보더라도 표기식이라는 작가의 진솔함이 느껴지는 은은한 사진을 온전히 담으려고 했어요. 그래서 장식성을 최대한 배제하고, 책 자체도 엽서집이나 양장판 같은 과한 공정을 뺐어요. 대신 상반된 느낌이 드는 두 가지 커버로 디자인했죠. 하나는 사이키델릭한 느낌이라면 나머지 하나는 정적이고 차분한 느낌이에요. 판매도 우리가 맡았어요. 판매처가 몇 곳 없었고, 사진집치고는 상당히 많이 찍었는데 곧 절판될 것 같아요.

포토그래퍼와 디자인 스튜디오의 결이 정말 잘 맞아떨어졌네요.

안. 그래서 최근에 표기식 작가의 또 다른 사진집을 작업했어요. <고양이들의 아파트: 표기식 사진집>이죠. 정재은 감독이 2022년에 개봉한 다큐멘터리 <고양이들의 아파트> 포스터 작업을 위해 표 작가가 촬영한 사진을 묶은 플레인아카이브의 책이에요. <고양이들의 아파트>는 재건축을 앞두고 철거될 둔촌주공아파트 단지에 살던 고양이들을 기록한 다큐멘터리예요. 아파트 단지에 살던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나서 그곳에 남은 고양이를 다뤘어요. 표 작가가 처음에는 포스터 사진을 촬영하려고 방문했는데 이후에도 계속 찾아가서 작업한 거죠.

사진을 시간 흐름의 역순으로 배치했어요. 촬영의 마지막 시점인 재개발을 위한 철거 시작부터 사람들이 떠나기 전인 둔촌주공아파트 단지의 마지막 봄으로 거슬러 올라가죠. 사진을 유심히 꼼꼼하게 보면 재밌는 책이에요. 사진 자체도 사람보다 고양이의 시점에 가까워요. 그래서 사소한 부분까지 공을 들였어요. 고양이가 주인공이지만 아파트를 담은 책이니까 아파트를 닮은 판형으로도 제작했어요.

<셀린 시아마 : 성장 3부작> 블루레이 세트 ⓒ studio gomin

이. <고양이들의 아파트: 표기식 사진집> 이전에도 플레인아카이브와 작업을 해왔어요. 그중 블루레이 패키지가 기억에 남아요.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명장 반열에 오른 셀린 시아마Celine Sciamma 감독의 초기작이자 성장 3부작을 담은 블루레이죠. 성장하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감독만의 섬세한 시점으로 그린 영화들인데 플레인아카이브는 소장가치와 더불어서 득별한 경험을 전달하고 싶어 했어요. 셀린 시아마 감독, 현지 프로덕션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다양한 상징이나 의미를 담기 위해서 노력했어요. 소녀들의 옆모습으로 커버를 구성해서 이어지는 형태로 디자인하거나 세 작품을 관통하는 컬러, 긴장감 있는 타이포그라피로 불안하면서도 흥미롭고 아름다운 분위기를 연출했죠.

성향과 취향이 맞닿아 있는 평화스러운 콘텐츠

스튜디오 고민의 작업을 보다 보니 콘텐츠에 대한 집착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섬세한 감성과 디테일이 전해지네요. 일러스트 작가인 사키의 푸드 드로잉 북도 그중 하나고요.

안. <나의 샐러드: Salad for me>는 어반북스의 라이프스타일 콘텐츠 레이블 ‘아틀리에 드 에디토Atelier de Edito’가 기획한 책이에요. 예술과 영화에서 영감 받은 샐러드 이야기와 레시피, 사키의 샐러드 드로잉이 담겨 있어요. 일러스트레이션이 돋보이게 포스터로 활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고, 책을 오브제로 소비하는 요즘 트렌드도 담았어요. 최근에 개정판을 작업했는데 원래도 드루잉을 포스터로 활용하라는 의도가 있었지만 UI 측면에서 접근이 어려웠는지 뜯기 쉽게 절취선을 추가했어요.

스튜디오 고민의 작업을 보면 고유의 디자인 결이 느껴져요.

이. 우리가 가진 평화적인 성향이나 취향과 맞닿아 있는 일이 자주 들어와요. 의뢰가 들어올 때 우리의 취향과 맞닿은 작업을 우선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요. 잘 알고, 관심 있는 주제를 디자인하는 게 더 잘할 수 있고 즐거우니까요. 또 소규모 스튜디오라서 처리할 수 있는 업무량에 한계가 있어서 죄송하지만 취사선택을 하게 되죠.

스튜디오고민이 가진 그런 고유한 특성으로 인한 고민도 있겠어요.

이.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작업과 우리가 빨리할 수 있는 작업이 있잖아요. 우리는 두 형태를 반반씩 섞어서 할 수 있는 작업을 선호해요. 조금 평화스러운 콘텐츠를 주로 선택하는 편이죠. 클라이언트도 어느 정도 고정되어 있고, 둘이서만 작업하기도 해요. 그래서 경계해야 하는 부분이 생겨요. 자기 검열도 철저하게 해야 하고요. 또 디자이너라는 특성상 시간이 지나고 트렌드가 끊임없이 바뀌는 상황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우리만의 디자인을 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잖아요. 사무실 위치를 팝업 매장의 격전지인 성수동으로 옮겼던 것도 동네가 가진 역동성과 트렌디함 때문이었어요. 변화가 계속 일어나는 장소에 있어야 기본적인 디자인 리서치가 쉽게 이뤄지니까요. 매일매일 새로운 일이 일어나는 장소에 있으면 내가 트렌드를 놓치더라도 어느 정도는 따라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우리가 10년이 넘게 함께 일하면서 다양한 디자이너를 봤잖아요. 오랫동안 합을 맞춘 디자이너도 있고 아니면 동경한 디자이너도 있는데 디자인이 요즘 시대 흐름과 감각에 안 맞기 시작하는 걸 보면 경각심이 들어요. 10대나 MZ세대를 사로잡을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한 욕구도 있고요. 요즘 스타일의 콘텐츠를 놓치지 않아야겠다라는 생각도 꾸준히 해요. 그래서 새로운 걸 만들려고 일부러 새로운 시도도 해요.

그럼 하고 계시는 새로운 작업이 있다면요.

안. 우리가 그동안 클라이언트가 있는 작업을 위주로 해왔어요. 우리가 만드는 콘텐츠에 대한 피로감도 생겼어요. 전환점이 필요해서 올해부터 가볍게라도 우리가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소소한 작업을 해보자는 의미에서 ‘뉴 그래픽 서비스’라고 저희끼리 이름 붙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좀 더 젊고 트렌디한 감성의 그래픽 디자인을 작업하고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나오면 굿즈로 상품화하는 프로젝트예요. 최근 한 달 정도 소홀하기는 했지만 꾸준히 발전시키다보면 새로운 결과가 나오겠죠.

ⓒ studio gomin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