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클로징 세레모니 : 힐튼 서울>

작가와 디자이너의 시각으로 기록한 호텔의 마지막 순간

지난 2022년 문을 닫은 힐튼 서울을 기록한 책이 있다. 바로 <클로징 세레모니 : 힐튼 서울>이다. 디자인스튜디오 그래픽캐뷰러리의 임프린트 '메이커메이커'가 출판했다. 이들이 힐튼 서울에 얽힌 장면과 기억을 기록한 이유를 소개한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클로징 세레모니 : 힐튼 서울>

남산을 뒤에 두고 아름다운 산책길과 정원을 가졌던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힐튼 서울)이 2022년 12월 31일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다. 1983년에 지어진 힐튼 서울은 한국 1세대 건축가 김종성이 설계하여 건축사적 의미가 높은 곳이었다. 또한 역사적으로 중요한 대형 이벤트가 열렸고 한국을 방문한 해외 유명 인사들이 머무는 곳으로 의의도 깊었다.

40년간 호텔은 소유주가 여러 번 바뀌면서 결국 철거될 운명을 맞이했다. 이 소식을 접한 이후, 힐튼 서울을 기록하는 책들이 출간되기 시작했다. 대부분 건축과 디자인적 의미를 되돌아보고 기록하는 책이었지만, 메이커메이커가 출간한 <클로징 세레모니 : 힐튼 서울>은 조금 다르다. 이 책은 오롯이 호텔에 초점을 맞추고 그 안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이슬아 작가의 회화로 기록한다.

메이커메이커는 호텔의 마지막을 기리기 위해 고증에 힘썼고, 사람들이 기억하는(혹은 현재 사람들은 모르는) 장면을 남기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호텔의 아주 작은 부분까지 책 디자인에 반영하여 호텔의 마지막이 특별하게 남을 수 있도록 했다. 만드는 이의 사려 깊은 손길이 들어간 <클로징 세레모니 : 힐튼 서울>은 그 노력을 인정받아 ‘2024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10권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오래된 것을 사랑하는 만큼, 오래된 것이 금방 사라지는 시대. 무언가의 마지막을 기록하는 책을 만든다는 건 어떤 마음일까? 메이커메이커를 만나 그에 대한 답을 들었다.


Interview

곽민구 그래픽캐뷰러리 디렉터 겸 메이커메이커 발행인

책으로 만나는 힐튼 서울

<클로징 세레모니 : 힐튼 서울>을 출간한 메이커메이커는 디자인 스튜디오 ‘그래픽캐뷰러리’의 임프린트예요. 디자인 스튜디오로서 임프린트를 론칭한 과정이 궁금해요.

그래픽캐뷰러리는 2017년부터 시작한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예요. 서비스 경험 및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하면서 전반적인 그래픽 미디어를 다루는 스튜디오가 되었죠. 국제영화제와 관련한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출판물 디자인도 하게 되었는데, 팬데믹 기간에 많은 프로젝트가 사라지면서 앞으로 우리가 추구하는 디자인을 더 선보이고자 ‘메이커메이커’라는 임프린트를 론칭했습니다.

메이커메이커에서는 주로 어떤 책을 출간하나요?

1년에 아트북을 한 권 정도 만들 생각에 첫 작업으로 그래픽캐뷰러리의 멤버인 이슬아 작가의 작품집(아티스트 모노그래프)을 출간했어요. 이후, 해외 입점과 북페어를 경험하면서 아티스트 모노그래프와 함께 자체적으로 기획하는 아트북 시리즈의 필요성을 느꼈어요. 그래서 지금은 현대의 예술, 도시, 디자인을 주제로 아트북도 함께 출간하고 있습니다.

클로징 세레모니 시리즈가 후자군요. 그럼 <클로징 세레모니 : 힐튼 서울>이 시리즈의 첫 책인가요?

부산의 삼익비치타운 편이 먼저 기획되어 준비 중이었는데, 밀레니엄 힐튼 서울에서 마지막 달력 프로젝트를 의뢰받으면서 문을 닫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저희가 준비하던 시리즈와 연결된다는 생각에 호텔 측에 책 제작을 제안했고, 이것이 통과되면서 출간 순서가 바뀌었어요. 삼익비치타운 편은 올가을에 출간할 예정입니다.

원래 달력을 만드는 프로젝트였는데 책으로 확장된 거네요.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달력 프로젝트 미팅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구상을 마칠 정도로 아이디어가 단숨에 떠올랐어요. 문 닫는 호텔을 그림으로 남길 거라면 차라리 책으로 만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든 거죠.

왜 책이어야 했나요?

힐튼 서울은 저도 방문한 적이 있던 호텔이라 문을 닫는다는 사실을 접했을 때, 여러 생각이 들면서 이렇게 멋진 곳이 사라진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어요. 마침 메이커메이커도 새로운 책을 기획할 때가 되었기에 호텔이 사라진 후에도 이곳을 방문할 수 있는 책을 만들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오른 거죠. 달력도 메이커메이커 버전으로 별도로 제작하고요. 40년간 이어져 온 호텔이니 책과 달력 모두 많은 사람에게 의미가 있을 것 같았어요.


힐튼 서울의 순간들

<클로징 세레모니 : 힐튼 서울>은 건축/디자인적 특징을 자세히 다루거나, 호텔의 역사를 다루는 기존의 아카이브 북과 달라요. 책을 기획하면서 힐튼 서울의 어떤 순간을 남기고자 했나요?

힐튼 서울의 건축과 디자인적 의미는 저희도 잘 알고 있었어요. 심지어 <클로징 세레모니>를 준비하던 중에도 힐튼 서울의 건축적 의미를 조명하는 책들이 출간되었거든요. 그 책들과 차별되고 싶어서 저희는 도시 유산이라는 관점에 더 초점을 맞추고 호텔 자체에 집중했어요. 건축보다는 호텔에서 일어나는 일과 사람들의 기억을 다루고자 했죠. 그래서 오랜 시간 호텔에서 일한 사람들과 방문객들이 기억하는 순간, 호텔의 시그니처이자 80년대 뷔페의 유행을 이끈 ‘오랑주리’, 90년도부터 시작한 크리스마스트리와 자선 열차 등 사람들에게 추억으로 남은 순간을 위주로 담았어요.

사람들의 기억에 초점을 맞췄다면 호텔을 추억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겠어요.

호텔의 어떤 장면을 그리고 글을 쓸 것인지 많이 고민했어요. 호텔 마케팅팀과 함께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된 김종성 건축가 컬렉션을 열람하는 것부터 시작했죠. 그리고 방송사, 신문사 아카이브와 밀레니엄 힐튼 서울의 내부 자료, 전/현직 직원들과 인터뷰하는 등 여러 자료를 수집하고 검토했어요.

책을 준비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3개월간 호텔 측에서 제공해 준 스위트룸(1430호)을 작업실로 삼아 호텔 내부 공간 투어 및 내부 자료를 열람한 거요. 호텔 내 모든 타입의 객실을 직접 보고 관계자 외는 출입할 수 없는 주방, 창고, 린넨실, 사무실 등 모든 공간을 방문할 수 있었죠. 이를 보는 데만 며칠이 걸렸어요.

호텔 방에 머물면서 작업하다니 특별한 경험이네요.

힐튼 서울은 호텔에서 지내면서 작업하면 더 와닿을 거라면서 기꺼이 방을 내줬어요. 임직원의 평균 근속 연수가 20년이 될 정도로 힐튼 서울은 누군가에게 청춘을 보낸 곳이자, 정말 많은 추억이 쌓인 곳이에요. 이러한 힐튼 서울만의 특징, 다른 호텔과의 차이점을 호텔에서 지내면서 느낄 수 있었어요.

처음 기획과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원래는 작업실로 사용하던 1430호에 저희가 그린 회화 작품을 전시하고, 관람객은 호텔 프런트에서 체크인한 후 방에 올라와서 전시를 보고 책도 구매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획했어요. 아쉽게도 운영에 어려움이 있어서 전시는 못 했어요.

책은 힐튼 서울의 여러 순간을 포착하여 그림으로 보여줘요. 그림 속 장면은 어떻게 선정한 건가요?

호텔에서 제안한 달력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달력에 실리는 13점의 회화를 기준으로 작업했어요. 달력 이미지는 호텔에서 원하는 장면이었고, 책에만 실린 37점은 전/현직 임직원 인터뷰와 자료를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공간과 서비스, 이벤트와 에피소드 등을 선정해서 회화로 그렸습니다. 그림으로 남기기엔 애매한 순간은 은유적으로 표현했어요.

회화 속 힐튼 서울의 모습은 2022년이 아닌 과거처럼 느껴졌어요.

힐튼 서울은 3번의 공사를 거쳐 개조 및 보수를 했기 때문에 오리지널 디자인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80~90년대는 지금처럼 호텔에서 사진을 찍는 게 자연스럽지 않은 분위기여서 그런지 당시 사진 자료가 별로 없더라고요. 그렇다면 사진에 의존하지 말고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은 장면을 선정함으로써 호텔의 다양한 모습을 담자고 했어요.

80~90년대에 힐튼 서울 투숙객이라면 익숙한 장면을 발견할 수 있겠군요.

40년간 안 바뀐 곳도 있어요. 수영장과 스파, 바(Bar)는 카펫만 1~2번 바뀌고 다른 인테리어는 그대로 유지되었다고 해요. 한편, 호텔 로비에 있었던 헨리 무어의 작품처럼 사라지거나 변화한 정보도 회화에 녹이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그려 넣었어요.

이슬아 작가의 그림만큼 호텔 내의 카펫과 벽지의 그래픽도 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해요.

호텔의 건축 요소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은 많지만, 인테리어를 다루는 책은 별로 없더라고요. 하지만 인테리어는 내부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분야이고, 투숙객이 제일 가깝게 느끼는 부분이기도 해요. 특히 이 책은 페이지를 넘기면서 호텔 안을 거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게 기획했기 때문에 호텔 인테리어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벽과 카펫의 패턴을 싣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사라지는 공간을 담는 방법에는 사진이라는 매체도 있는데 왜 회화와 그래픽을 선택했나요?

작가와 디자이너의 시각을 거쳐 레이어를 더하면 사라진다는 사실보다 공간의 의미와 추억을 잘 불러올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우리는 종종 사라지는 것을 쉽게 잊죠. 사라지는 것도 안타까운데, 이후에 추적이나 열람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반면, 클로징 세레모니는 우리만의 시각으로 ‘아직 사라지기 전에’ 아카이브하여 함께 문을 닫는 시리즈이기에 작가와 디자이너가 재해석한 결과가 담기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자료가 부족해서 알 수 없는 순간은 어떻게 그렸나요?

도저히 추적이 안 돼서 물음표로 남겨둔 공간이 있어요. 과거 김우종 대우 회장이 머물렀던 펜트하우스 같은 경우, 개인 공간이라 자료도 많이 남아있지 않고 인터뷰도 어려워서 자료가 많지 않았죠. 이런 아쉬움을 열린 문 사이로 내부가 살짝 보이도록 그려서 미지의 공간처럼 표현했어요.


전통 구조의 책에서 벗어나다

이 이미지는 대체 속성이 비어있습니다. 그 파일 이름은 _09-832x1109.jpeg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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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형태에 관해서 이야기해 볼까요? 표지가 무겁지 않아서 편하게 손이 가고 펼쳐 볼 수 있었어요.

아무래도 특정한 주제의 책이다 보니 호텔을 잘 알고 추억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접근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어 소프트 커버로 제작했어요. 펼친 면이 시원하게 펼쳐져 오랜 시간 동안 책 고유의 형태가 유지되는 레이플랫(Lay flat) 방식으로 제본했고, 초판은 색바램이 적은 아카이벌 페이퍼(Archival paper)를 사용했어요.

책의 판형은 호텔의 역사와 층수에서 영향을 받았다고요.

펼친 면의 가로 길이가 40cm(호텔의 역사)이고, 세로 길이는 26cm(호텔의 층수)예요. 건축에 관해서 세세히 다루는 책은 아니지만, 호텔이 사라지면 책만 남게 되니까 책과 건축 사이의 연결성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클로징 세레모니 시리즈의 첫 책으로서 작은 부분에도 의미가 담기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힐튼 서울에 13층이 없다는 이유로 책의 13페이지를 없앤 걸 보고 신기하고 재밌다고 느꼈어요.

그 역시 건축과 책 사이의 연결성을 부각하기 위한 장치예요. 힐튼 서울은 설계 당시부터 인터내셔널 호텔로 지어졌기 때문에 서양 문화를 따라 13층을 제외했어요. 설계 도면에서부터 13층이 없더라고요. 이런 특징을 책에도 가져오면 좋을 것 같아서 13페이지를 삭제하고 별도로 분리해 포스터로 제작했습니다.

책의 전통적 구조를 전복하는, 꽤 과감한 시도였어요.

책은 언제나 왼쪽 페이지의 쪽수는 홀수, 오른쪽 페이지의 쪽수는 짝수로 정해져 있잖아요. 그래서 13페이지를 어떻게 제외해서 뒤 페이지를 이어갈 것인지 고민했고, 괜히 책 완성도가 떨어지는 건 아닌지 걱정했어요. 그럼에도 과감히 제외했습니다. 분리된 13페이지는 포스터로 제작하여 선주문 고객에게 리워드로 드렸어요. 지금은 메이커메이커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13페이지 그림과 디자인은 다른 페이지와 분위기가 달라요.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13페이지는 체크인 챕터로, 로비와 프런트를 보여주는 부분이었어요. 그래서 호텔 로비의 오리지널 디자인을 배경으로 1995년, 호텔 객실에 배치되었던 게스트 책자와 호텔 사이니지를 오마주하여 디자인했어요.

책은 로비부터 차례대로 각 층을 올라가는 구조가 아니라, 로비에서 체크인한 뒤 바로 객실로 올라가고 다시 내려와서 로비와 레스토랑을 보여줘요.

처음부터 그렇게 구성했어요. 호텔리어는 손님을 맞는 과정을 ‘Welcome to Farewell’이라고 표현하는데요. 그에 따라 책도 독자가 호텔을 방문하는 손님이 되어 체크인부터 체크아웃까지의 순서대로 호텔을 둘러보는 구성으로 기획했어요.


체크 아웃, 힐튼 서울

마지막 챕터 ‘체크아웃(Check Out)’은 마지막 총지배인의 출, 퇴근길에서 영감받았죠?

호텔의 마지막 총지배인인 필릭스 부쉬가 매일 집에서 호텔까지, 10㎞의 거리를 뛰어서 출퇴근했다는 사실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필릭스 부쉬, 티모시 소퍼 등 호텔의 총지배인은 책을 만드는 데 정말 큰 도움을 준 사람들이라 이들에게 받은 도움을 되돌려주고 싶었어요. 마침, 영업이 끝나는 호텔을 다루는 책의 마지막 챕터이니 총지배인의 하루를 따라다니다가 마지막 장면은 총지배인이 퇴근하는 장면으로 구성하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참고로 마지막 챕터 첫 페이지에 등장하는 조깅하는 남자가 바로 필릭스 부쉬예요.

마지막 챕터에서 투숙객은 볼 수 없는 공간과 호텔 직원들을 보여줘서 좋았어요. 보이지 않는 직원들까지 따뜻하게 챙기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고객이 갈 수 없는 공간을 보여줄 방법을 고민하다가 마지막 챕터에서 보여주자고 했죠. 호텔 객실과 공간을 치우고 정리하는 사람은 눈에 띄지 않지만, 분명 호텔에 존재하니까요. 이밖에 힐튼 서울의 연례행사인 크리스마스트리와 열차도 보여주고 가장 최근에 리모델링한 방을 보여준 다음에 그 방의 불이 꺼지면서 점점 호텔로부터 멀어지는 시점으로 마지막 챕터를 구성했습니다.

마지막 챕터는 짧은 드라마를 본 느낌이 들었어요.

책의 초반에는 투숙객에 관한 이야기를 보여주다가 Dine 챕터부터 서서히 호텔 직원이 등장하기 시작해요. 그러다 마지막 챕터에선 오롯이 직원에게만 초점을 맞춰 비중이 달라지죠. 직원의 시선에서 본 호텔을 더 담고 싶었는데 책 흐름에 맞추다 보니 직원 공간을 많이 보여줄 수 없었어요.

우리가 쉽게 볼 수 없는 공간이니까요.

호텔에는 숨겨진 공간이 많아요. 직원들이 다니는 통로, 방문객이 입장할 수 없는 층, 호텔 비품이 관리되는 방과 창고 등… 굉장히 흥미로운 공간이었어요. 창고에는 80, 90년대에 호텔에서 사용한 집기가 보관되어 있는데, 이 집기와 식기들은 레스토랑 메뉴를 표현한 회화에서 찾아볼 수 있어요.

클로징 세레모니 시리즈는 마지막의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나요?

기록되는 주체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부산의 삼익비치타운이 두 번째로 나오지만, 꼭 건축물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을 생각이에요. 그래서 주체에 따라 책의 구성과 내용은 물론 참여 작가와 저자도 유연하게 바뀔 수 있어요. 하지만 클로징 세레모니의 목표는 주체에 집중하고, 책을 통해 사라진 주체를 보고 방문할 수 있도록 돕는 거예요. 고맙게도 해외에서도 클로징 세레모니 시리즈에 많이 공감해 주는 덕분에 시리즈를 계속 이어가도 되겠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오래된 것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사라지는 것도 많은 시대예요. 이런 시대에서 사라지는 무언가의 마지막을 기록한다는 건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남아있다는 사실만으로 의미가 있는 것들이 있는데 안타깝게 사라지고 있죠. 그러니 더욱 사라지는 것들을 기록하여 사람들에게 생각할 여지를 주고 남아있는 것의 의미를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상의 모든 건 시간이 지나면 변하기 마련이라 과거의 기록과 현재의 기록이 다를 수 있어요. 그런데 클로징 세레모니는 완전히 끝난 것을 기록하는 책이라 더 이상 변하지 않을 거예요. 이 점이 클로징 세레모니 시리즈와 책이 시간이 지나도 계속 나와도 되는 이유이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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