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러그 브랜드 ‘시시-타피스’, 샬로트 페리앙을 만나다
50년간 고이 잠들어 있던 샬로트 페리앙의 스케치, 파리에서 다시 태어나다.
샬로트가 그린 색채와 패턴의 기록
파리 디자인 위크 기간이었던 1월 17부터 6일간 마레 지구에 자리한 갤러리 레 피유 뒤 칼베르Galerie Les Filles du Calvaire에서 특별한 전시가 열렸다. 바로 프랑스의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샬로트 페리앙Charlotte Perriand의 미공개 기록물을 공개함과 동시에 그녀의 색채에 대한 탐구를 고스란히 반영한 시시-타피스cc-tapis의 새로운 러그 컬렉션 ‘레자르크Les Arcs’를 발표한 것.
<샬로트 페리앙과 만난 시시-타피스>를 타이틀로 한 전시는 이탈리안 수제 러그 브랜드 시시-타피스, 샬로트 페리앙의 딸 페르네트 페리앙 바르사크Pernette Perriand Barsac와 샬로트의 사위 자크 바르사크Jacques Barsac, 그리고 큐레이터를 맡은 패션 잡지 <에이 매거진 큐레이티드 바이A magazine curated by>의 편집장 댄 타월리Dan Thawley의 협업으로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러그 컬렉션 명인 레자르크는 샬로트 페리앙의 야심찬 건축 프로젝트로 수려한 풍경을 자랑하는 프랑스 알프스의 스키 리조트 중 하나인 레자르크 1600Les Arcs 1600 혹은 피에르 블랑쉬Pierre Blanche로 불리는 유명 스키 스테이션의 이름에서 따왔다. 이곳은 프랑스 문화부로부터 20세기 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샬로트 페리앙은 프로젝트 당시 리조트 건물에 밝은 분위기를 더하기 위한 직물 장식을 계획했지만, 안타깝게도 예산 문제로 실행하지 못했다고. 때문에 그녀가 1972년에 고안한 이 독창적인 장식 디자인은 오늘날까지 그녀의 기록물 보관소에서 잠들어 있었다. 그녀는 스케치 과정에서 같은 간격을 지닌 세로로 가는 줄무늬와 함께 대비되는 컬러 블로킹을 상상했다. 색상은 르 코르뷔지에가 스위스 벽지 브랜드 ‘살루브라Salubra’를 위해 개발한 페인트의 컬러 팔레트에서 영감을 받기도 했으며, 혹은 그녀가 사용하던 크레용과 오일 파스텔을 활용해 직접 선택했다고 전해진다.
이 원본 스케치는 50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빛을 보게 되는데 시시-타피스는 기존 샬로트가 남긴 색상 코드와 패턴의 비율을 엄격히 존중하며, 푸른빛의 아칸더Acanthe, 아쿠아 마린Aigue Marine과 남색Amiral, 브라운 계열의 안틸로프Antilope와 갈색Brun, 벌Abeille, 살구Abricot, 진달래Azalée, 흰색Blanc, 회색Gris, 검은색Noir, 녹색Vert 이렇게 12개 색상으로 구성했다. 또, 300x400cm 및 230x300cm의 직사각형 러그와 100x350cm 사이즈의 러너로 총 3가지 사이즈와 6가지 디자인을 갖췄다. 러그는 늘 그래왔듯이 시시-타피스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엄격한 규칙에 따라, 100% 히말라얀 양모를 천연 염색하고, 티베트 장인의 수작업에, 정화된 빗물을 사용하는 최종 세탁 과정에 이르기까지 대량생산과는 거리가 먼, 생태학적인 절차를 거쳐 완성된다.
갤러리 2개 층을 활용한 전시에서 제품을 벽에 걸어두는 방식을 택한 것은 레자르크 1600 리조트를 위한 벽걸이형 장식 직물을 고안했던 샬로트의 기존 계획을 따른 것이다. 이 외에도 스테판 게즈Stéphane Ghez가 감독한 샬로트 페리앙의 다큐멘터리 필름 <생활 예술의 선구자Pioneer in the Art of Living>(2019)의 상영과 함께 그녀의 일본 여행에 대한 찬사를 담아 프랑스 조향사 바르나베 피용Barnabé Fillon이 만든 향기로 그 특별함을 더했다.
뿐만 아니라 1920년대 후반에 작업한 6개의 도면 원본과 그녀의 어머니가 보관해 온 수채화 3점을 통해 그녀의 경력 전반에 걸친 색상에 대한 탐구, 나아가 예술적인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의 개인 소지품과 더불어 작업할 때 쓰던 각종 도구들의 날것 그대로의 모습도 흥미를 더했다. 파리의 일본대사관저Residence de l’Ambassadeur du Japon를 위한 카펫 샘플(1966~69), 콩고의 수도 브라자빌Brazzaville에 위치한 에어프랑스 집합 주택 ‘위니테 다비타시옹Unité d’Habitation Air France’을 위한 색상 연구(1952) 자료도 만나볼 수 있었다.
한편, 샬로트 페리앙(1903~1999)은 20세기 초부터 수십 년 동안 미적 가치에 심오한 변화를 이끌었으며, 우리의 일상생활 속 모던한 감성을 탄생시킨 아방가르드 문화 운동의 일부로 여겨진다. 24살부터 10년간 르 코르뷔지에, 피에르 잔느레와 함께 파리의 스튜디오에서 작업했고, 수년간 일본에 체류하며 특히 전통과 현대성을 두루 반영한 가치에 이끌리며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새로운 생활 양식을 창조하기 위한 그녀의 애정과 노력은 현대적인 라이프스타일에서도 유효하다. 그녀가 남긴 다양한 유산과 공헌을 보며 우리는 인도적이고 혁신적인 합리주의를 향한 그녀의 진심을 여전히 느낄 수 있다.
*전시 크레딧
Curator Dan Thawley
Catalogue Imagery Marcelo Gomes
Scent design Barnabé Fill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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