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거장의 건축물을 패키지로 즐기다

주변 환경에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유기적 건축'

미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Frank Lloyd Wright는 스위스의 르 코르뷔지에 Le Corbusier, 독일의 미스 반 데어 로에 Mies van der Rohe와 더불어 20세기의 근대 건축의 3대 거장으로 불리고 있다. 그를 대표하는 스타일은 간결한 형태와 더불어 주변 환경에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유기적 건축 Organic Architecture'이다.

건축 거장의 건축물을 패키지로 즐기다

좋은 건물, 조화로운 건물, 그 목적과 생활에 적합한 건물을 짓는 것은 삶에 축복이요,
삶에 더해진 은혜로운 요소이며, 위대한 도덕적 행위입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사진 출처 franklloydwright.org


평등하게 풍요로운 주생활을 보낼 권리가 있다

우리에게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카우프만 저택인 ‘낙수장 Fallingwater’,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 Guggenheim Museum’, 일본의 ‘제국호텔 Imperial Hotel’, 애리조나의 ‘탤리에신 웨스트 Taliesin West’, 위스콘신의 ‘존슨 왁스 본사 Johnson Wax Headquarters complex’와 같이 건축사에 있어 굵직한 영향을 미친 건축물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건축가는 그야말로 다재다능했다. 가구, 조명, 유리제품 등을 디자인했고 미래 사회를 위한 이상적인 도시 계획을 세우기도 했으며 개인을 위한 주택 건물을 설계하는 데에도 일가견을 보였다.

특히 그는 ‘미국에서 생을 영위한 사람들은 빈부의 구별 없이 평등하게 풍요로운 주생활을 보낼 권리가 있다’라는 것을 신념으로 삼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그래서 건축가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지을 수 있는 주택을 설계했고, 이를 통해 당시 미국에서 유행하던 고전주의 형식에서 벗어나 가장 미국적이며 독창적인 주택을 발전시켰다. 이를 대표하는 것이 바로 ‘프레리 하우스 Prairie House’와 ‘유소니언 하우스 Usonian House’라고 할 수 있다.


프레리 하우스 & 유소니언 하우스

사진 출처 britannica.com

프레리 하우스는 자연과 더불어 사람이 지낼 수 있도록 디자인된 것을 특징으로 한다. 수평선의 단순성에 기초를 두면서도 자유로운 공간감을 추구한 설계는 낮은 지붕, 수평적인 형태, 실내와 실외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구조를 탄생시켰다. 주거 공간이 세분화되지 않고 하나의 큰 공간으로 이어지게 했으며 자연으로부터 나온 재료를 주로 사용하여 지었다. 건축가의 이런 세심한 배려 덕분에 이곳에서는 항상 자연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유소니언 하우스는 저렴한 가격으로 건축물을 짓기 위한 시도에서 비롯한 것이다. 유소니언의 ‘유소니아 Usonia’는 건축가가 구상한 도시 계획과 건축 스타일을 반영하는 용어로, 미국 대신 미국을 가리키는 단어였다. 그 이름에 걸맞게 미국을 대표하는 건축가의 철학을 만날 수 있는 주택들이 이에 속한다. 그렇기에 건축가를 조명할 때 어김없이 함께 거론되는 건축 양식이기도 하다.

이런 개념을 반영한 건축물은 단순하지만 거대한 지붕, 외부와 실내의 유기적인 연결, 높은 에너지 효율, 개방적인 구조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프레리 하우스의 설계와 유사하다. 하지만 유소니언 하우스가 프레리 하우스와 구분되는 이유는 그보다 저렴하게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전역에 약 140개가 지어졌으며, 이 주택들을 통해 건축가는 ‘부자들만을 위한 건축가’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었다.

건축가는 여러 주택을 설계하면서 자신의 신념을 점차 구체화했고, 덕분에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탄생했다. 사람들의 생활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합리적이면서 효율적이고 단순한 형태를 추구했다. 또한 저렴한 비용으로 중산층에게 이상적인 주거 환경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근대 주거의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 출처 en.wikipedia.org
사진 출처 en.wikipedia.org

이렇게 모두를 위한 합리적인 건축물을 설계하려 노력했지만,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설계한 건축물은 현재 높은 가격을 자랑한다. 그가 설계한 건축물은 독보적인 ‘작품’으로 추앙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 중산층이 그의 건축물을 소유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운 일이 되었다. 건축가가 저렴하면서도 건축학적으로 뛰어난 주택을 공급하려 노력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건축의 본질을 담은 조립식 주택 패키지

사진 출처 lindal.com

이런 가운데, 건축가의 의도를 현재에 널리 알리기 위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북미 최대 조립식 주택 제조회사 린달 시더 홈스 Lindal Cedar Homes는 2018년부터 ‘린달 이매진 시리즈 Lindal Imagine Series’를 통해 유소니언 하우스의 본질을 담은 조립식 주택 패키지를 선보이고 있는 중이다. 회사는 이를 위해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재단과 협력했고, 건축가가 추구했던 가치를 담은 주택 디자인을 선정하고 제품화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재단에 따르면, 린달 시더 홈스의 주택 패키지는 유소니언 하우스 60채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되었다고 한다.

린달 시더 홈스의 마케팅 이사인 조세핀 카닌 Josefin Kannin은 “중산층을 위한 저렴하고 심미적으로 만족스러운 미드센추리 모던* 주택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습니다”라며 “이 주택들은 독특하고, 자연과 통합되어 있고, 집을 훨씬 더 크게 느낄 수 있게 하기에 사람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것입니다”라며 자사의 주택 패키지 제품을 설명했다.

*미드센추리 모던 Midcentury Modern: 1930년 대 후반부터 시작되어 1940-60년 대 미국과 북유럽 등에서 유행한 주택 및 인테리어 양식. 실용성과 간결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근대 건축 거장의 신념이 녹아든 주택 패키지에는 900평방피트(약 25평) 미만의 작은 주택에서부터 3,000평방피트(약 84평)의 큰 주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크기를 포함하고 있다. 그와 더불어 오픈 플로어, 자연과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설비 등 건축가의 디자인 원칙 중 6가지를 수용하는 9가지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디자인은 건축가가 주로 1930년 대에 설계한 내용을 바탕으로 하지만, 현대 생활 스타일에 맞는 시설을 더해 현재 사람들이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게 했다.

제이콥스 1 | 사진 출처 franklloydwright.org

집의 스타일을 자세히 둘러보면 어떤 집에서 영감을 받았는지 알 수 있는 것도 이 패키지 제품들의 특징이다. 예를 들어 ‘매디슨 The Madison’이라는 주택은 건축가가 처음으로 지은 유소니언 하우스인 ‘허버트 제이콥스 주택 Herbert Jacobs House'(제이콥스 1으로 잘 알려진)을 발전시킨 것을 알 수 있다.​

건축가가 자신의 고향인 위스콘신에서 마지막으로 설계한 ‘세스 피터슨 코티지 Seth Peterson Cottage’는 ‘미러 레이크 코티지 The Mirror Lake Cottage’라는 주택으로 재탄생했다. 의뢰를 받을 당시 90세에 가까웠던 라이트는 결국 주택이 완성되기 전인 1959년 4월에 사망했다. 이 주택에서 7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건축가가 추구한 심미성과 효율성을 공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건축가가 세상을 떠난 지 60년이 훌쩍 지났지만, 그의 주택들은 현재에도 꾸준히 발전하며 사람들에게 편안한 생활을 제공할 예정이다. 린달 시더 홈스는 현재까지 주택 패키지 10개를 판매했으며, 이 중 4개는 이미 완공을 마쳤다고 한다. 미드 센추리 모던 주택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자연을 벗 삼아 살고 싶은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 예상되는 만큼, 건축가의 비전이 담긴 주택의 구매는 점차 늘어나고, 그 가치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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