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퍼펙트 데이즈(Perfect Days)>는 도쿄 시부야 공공 화장실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히라야마의 일상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규칙적인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삶의 충만함을 발견하는 이야기를 전한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배경으로 등장하는 시부야 공공 화장실은 평범한 화장실이 아닌, ‘도쿄 화장실(THE TOKYO TOILET)’라는 특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

‘도쿄 화장실’ 프로젝트는 시부야 구의 공공 화장실을 보다 아름답고 접근성이 좋은 장소로 재탄생 시키기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이 각기 다른 디자인으로 완성했다. 안도 타다오, 쿠마 켄고, 시게루 반을 포함한 열여섯 명의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참여해 총 17곳의 공공 화장실을 설계했으며 프로젝트의 목적은 누구나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아름다운 화장실을 만드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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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화장실 프로젝트’의 시작

일본에는 공공 화장실을 두고 칭하는 약어‘4K’가 있다. 일본어로 냄새(Kusai), 어두움(Kurai), 무서움(Kowai), 더러움(Kitanai)을 뜻한다. 일본의 비영리 단체 일본 재단(Nippon Foundation)은 이처럼 공공 화장실의 부정적 이미지를 지우고 다양성을 포용하는 사회를 선보이고자 2021년부터 2023년 3월까지 3년이라는 시간에 걸쳐 ‘도쿄 화장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크게 ‘디자인의 다양성’ ‘편의성과 접근성’ ‘유지관리’ ‘예술성’ 이 네 가지 목표를 가지고 진행되었으며 세계적 건축가 열여섯 명이 참여해 독특하고 혁신적인 디자인의 화장실을 완성했다. 또한 장애인, 어린이, 노약자 등 모든 사람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사용자에 대한 고려가 가장 우선적인 요소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초창기부터 완공 후 유지 중인 오늘날까지 가장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었던 요소는 바로 유지관리였다. 새로운 시설을 설계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지속적으로 청결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 시스템을 갖춘 공공 시설을 통해 사용자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 목표였다. 이를 위해 여러 조직과 회사로 구성된 체계적인 유지관리팀을 구성해 운영 중인데, 청소는 크게 세 가지 범주로 나누어 하루 3회 실시하는 일일 청소, 한 달에 한 번 실시하는 정기 청소, 그리고 일년에 한 번 실시하는 특별 청소로 운영된다. 매일 청소 및 검사 보고서를 기반으로는 시설 사용을 모니터링하고 변기의 유지관리를 개선하기 위해 회의를 개최하는 등 기존의 공공 화장실 관리 체계에서 한 단계 나아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완성된 17개의 공공 화장실은 공공시설의 개념을 넘어, 공공 예술의 한 부분으로 기능하는 중이다. 도심 속에서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예술 작품으로 일상 속 미적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 올해 4월 1일에는 17개의 화장실 경영권이 시부야 구에 인도되어 청결한 유지관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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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Pick 8

열여섯 명의 건축가와 함께 완성된 시부야의 17개 공공 화장실 중 가장 최근 완성된 화장실부터 공개 당시 큰 이슈가 되었던 유명 건축가의 화장실까지 대표적인 8곳을 톺아보았다.

① 용기와 분수 by 소우 후지모토

Nishisando 3-27-1 Yoyogi

공공 화장실은 단순히 ‘필요’ 그 이상의 것으로 기능할 수 있다. 소우 후지모토의 용기와 분수는 도시의 분수이자 음수대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장소로, 모든 이가 사용할 수 있는 포괄적인 공공시설을 제안한다. 중앙에 오목한 구조물을 디자인해 다양한 높이의 세수대를 설치했다. 이는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모든 연령층이 용기 주위에서 모여 손을 씻고, 물을 마시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소규모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도록 의도한 것. 물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장소로 제안되고 있다.

② Hi Toilet – a “contactless” toilet by 카주 사토

Nanago Dori Park 2-53-5 Hatagaya

유럽과 미국에서 공공 화장실 사용자들이 표면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취하는 행동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와 연구를 바탕으로, “Hi Toilet”이라는 음성으로 활성화되는 변기를 개발했다. 이 변기는 사용자가 변기 레버를 발로 밟거나, 변기 뚜껑을 화장지로 열고, 혹은 팔꿈치로 문을 닫는 등의 불편했던 행동 패턴을 음성 명령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 3년간의 조사와 설계 과정을 거친 이후 탄생한 이 변기는 특히 COVID-19 팬데믹이 “비접촉 변기”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키면서 더욱 주목받았다.

③ 도시 불빛의 화장실 by 준코 코바야시

Sasazuka Greenway 1-29 Sasazuka, Shibuya

원통형 화장실 위에 크고 노란색의 타원형 모양 천막이 설치되어 있고, 벽의 둥근 창문을 통해 토끼의 실루엣이 보인다. 게이오 선 고가 철도 선로 아래 어둡고 폐쇄적인 공간을 밝고 개방적인 분위기로 변화시키기 위해 완성된 ‘도시 불빛의 화장실’은 내후성 강판 패널을 사용하여 가벼우면서도 강한 구조를 유지하며, 한 번 녹이 슬면 그 강도와 질감이 영구히 유지되도록 했다. 넓은 입구는 웅장함을 주며, 밝고 깨끗한 실내는 안전하도록 보안을 특별히 신경 썼다고.

④ 세 개의 버섯 by 도요 이토

Yoyogi-Hachiman 5-1-2 Yoyogi

요요기 하치만(Yoyogi-Hachiman) 신사 주변 숲에서 돋아난 세 개의 버섯처럼 보이는 이 화장실은 바로 옆에 위치한 숲과 조화를 이룬다. 또한 세 개의 화장실 사이에 순환 공간을 만들어 통행을 자유롭게 디자인했고, 막다른 길이 없어 시각적으로도 연결이라는 가치를 전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를 통해 범죄로부터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고 예방하는 것을 의도했다.

⑤ …With Toilet by 마일스 페닝튼

Hatagaya 3-37-8 Hatagaya

공공 화장실을 지역 사회의 중심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취지에서 디자인된 마일스 페닝튼(Miles Pennington)의 ‘…With Toilet’. 위생 혹은 안전 문제로 우리 사회에서 공공 화장실이 점차 잊혀 가는 것에 주목하며 이러한 사회 현상을 역전시키고자 했다. 전시 공간, 팝업 키오스크, 소규모 마켓 등 아늑하지만 사회적이고 개방적인 공간으로써 지역 사회의 중심이 되기를 바라며 해당 디자인이 탄생했다.

⑥ AMAYADORI by 안도 타다오

Jingu-Dori Park 6-22-8 Jinguma Photo by Satoshi Nagare

콘크리트 건축의 대가 안도 타다오(Tadao Ando)는 이 작은 건축물이 공공 화장실의 경계를 넘어 도시 경관에서 엄청난 공공 가치를 제공하는 ‘장소’가 되기를 바라며 디자인했다. 원형 평면도, 지붕 및 엔가와를 포함한 화장실의 구조는 방문객에게 편안하고 안전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았다. 뿐만 아니라 수직 루버로 둘러싸인 원통형 벽을 통해 내부로 들어선 방문객들은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바람과 빛을 체험할 수 있다. 반대쪽으로 자유롭게 통과하는 순환을 통해 안전감을 강조해 디자인을 완성했다.

⑦ 모호한 공간 by 반 시게루

Yoyogi Fukamachi Mini Park 1-54-1 Tomigaya

건축가 시게루 반은 공원에 있는 공공 화장실을 투명한 유리로 완성해 큰 이슈를 불러일으켰다. 문을 잠그기 전에는 내부가 투명하게 보이지만 문을 잠그는 순간 유리는 불투명하게 바뀐다. 이는 청결한 화장실을 위해 고안된 디자인이며, 또한 화장실 안에 누가 있는지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는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했다. 시게루 반의 화장실은 밤이 되면 아름다운 등불처럼 공원을 밝힌다.

⑧ 숲 속 산책 by 쿠마 켄고

Nabeshima Shoto Park 2-10-7 Shoto

쇼토 공원의 무성한 녹지에 위치한 공공 화장실이 쿠마 켄고의 손길로 새롭게 탄생했다. 삼나무 판자 루버를 무작위 각도로 설치해 화장실과 숲속 산책로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구성했으며, 다양한 사용자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도록 편의 시설을 갖춘 레이아웃과 시설, 인테리어로 디자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