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Architecture] ② 프랑스 아파트와 한국 아파트-2

현상에서 맥락으로. 예술계와 건축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현상 뒤에 숨은 이야기를 고민하고 전달합니다. 매 칼럼마다 중심 소재로 세계 곳곳 현대 미술관이 등장합니다. 이곳이야말로 아트와 건축이 만나고, 이어지고, 또 하나가 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예술 애호가를 위한 유쾌한 교양 사전을 지향합니다.

[Art & Architecture] ② 프랑스 아파트와 한국 아파트-2

*칼럼은 1편에서 이어집니다.

[Art & Architecture] ② 프랑스 아파트와 한국 아파트-1

압구정동 한가운데에 나 홀로 아파트가 있다. 현재 이름은 대림아크로빌, 옛날 이름은 현대아파트 65동. 현…

앞으로 한국 건축의 화두는 레노베이션이다

서울이라는 대도시를 생각했을 때 가장 눈에 띄는 도시 풍경은 무엇인가.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이다. 모두 재건축이나 재개발할 수 없으니, 기존 건물을 잘 수선해서 가치를 높이는 일이 더욱 요구될 것이다.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이 어려운 1기 신도시만 해도 리모델링 대기표를 든 아파트 숫자가 어마어마하다. 아파트 천국은 한국만의 독특한 경관이니, 이를 리모델링한 풍경 또한 한국만의 독특한 건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한국 건축 풍경이라면, 프리츠커상의 넥스트를 기대해 봐도 좋지 않을까) 리모델링은 인구 변화에 따른 사회 문제에서도 핵심 키가 될 수 있다. 아이는 줄고 노인은 는다. 그렇다고 실버 타운을 마구 지을 게 아니다. 기존에 4인 가족이 살던 아파트를 넓고 쾌적하게 만들어 은퇴자가 살기 좋은 아파트로 만드는 것은 어떤가. 고쳐 쓰면서도 남루하지 않고 격조 있게 늙어가는 건축물이 될 것이다.

Residential and Office Building, 2020 Photo courtesy of Philippe Ruault
Residential and Office Building, 2020 Photo courtesy of Philippe Ruault

현대미술을 사랑하는 파리지앵 아지트

프랑스에서 열리는 디자인 페어, 메종오브제를 취재하기 위해 파리에 갔을 때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이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 미술관이었다. 퇴근 후에도 방문할 수 있도록 밤 12시까지 문을 열어 파리 시민들이 사랑한다는 미술관, 겉모습은 여느 고딕 건축물과 다르지 않았지만 내부에 들어가는 순간 공기부터 다름을 느낄 수 있었다. 팔레 드 도쿄를 레노베이션한 주인공 역시 앞서 언급한 라카통 & 바살 아키텍츠이다.

Site for Contemporary Creation, Phase 2, Palais de Tokyo, 2012 Photo courtesy of Philippe Ruault
Site for Contemporary Creation, Phase 2, Palais de Tokyo, 2012 Photo courtesy of Philippe Ruault

팔레 드 도쿄에 왜 ‘도쿄’가 붙을까?

팔레 드 도쿄는 1937년, 파리에서 열린 만국박람회 때 일본관으로 지어졌다. 박람회 이후로 목적을 잃은 건축물은 여러 용도로 활용되었다. 그러다 현대미술 전시회를 개최하는 장소가 되기도 했지만, 소장하고 있던 미술품을 마레 지역에 생긴 미술관으로 옮긴 후 20세기 후반부터 다시 휴면 상태로 방치되었다. 그러다 대중에게 미술관으로 공개한 때는 2002년. 팔레 드 도쿄에서 서쪽 편에 위치한 건물의 실내 공간을 개조하고 공개했지만 10년 후 다시 대대적인 레노베이션을 진행한다. 결국 2012년 4월에 재개장, 현재의 팔레 드 도쿄 모습을 갖추었다. 다시 한번 보수와 개조를 요청한 건축가는 라카통 & 바살 아키텍츠.

건축가는 ‘방문객이 직접 만들어가는 미술관’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영감을 받아 방대한 미완성 공간을 만들었다. 이곳은 전형적인 루트가 없다. 2,400평의 공간이 위로 아래로, 동서로 열려 있어 관람객의 활동 반경에 따라 자신만의 동선을 그릴 수 있고 어디에서 누구를 마주칠 지 알 수 없다. 두 번째 레노베이션에서 핵심은 지하 2층의 공간까지 갤러리 공간으로 확대하고 공개한 것이다. 거의 한 세기 가량 사용되지 않았던 지하층은 오래된 무덤 같았다고. 콘크리트 뼈대 구조만 남겨두고 깔끔하게 철거했고 마감도 거의 하지 않았다. 레노베이션이라기보다는 철거에 가까워 공사 비용이 적게 들었다고 한다.

이곳을 방문하면 어두컴컴한 지하 벙커와 같은 공간도 만날 수 있다. 인공 빛으로 밝히지 않고 어두움이라는 정서를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공간과 어울리는 영상 작품을 상영한다. 이 장소에 발을 디딜 경우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은 각오해야 한다. 단,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이니 놀라지 말 것. 길을 잃은 것이 익숙해질 즈음에는 다음에는 어떤 장면을, 어떤 공간을 마주하게 될지 가슴이 쿵쾅거리는 경험을 할 것이다. 오픈 시간은 정오부터 자정까지. 어두운 공간부터 투명하고 햇빛이 잘 드는 공간까지 팔 레 드 도쿄는 다채로운 공간 속에서 모든 예술 매체가 자유롭게 흐르는 현대미술 놀이터다.

Site for Contemporary Creation, Phase 2, Palais de Tokyo, 2012 Photo courtesy of Philippe Ruault

이것은 미술관에서 발행하는 매거진이다

<MAGAZINE PALAIS>은 팔레 드 도쿄에서 1년 두 번, 봄가을에 발행하는 매거진이다. 팔레 드 도쿄에서 3개월 이상씩 진행하는 메인 전시가 매거진의 중심 주제가 된다. 예를 들어 이슈 28의 경우 작가, 토마스 사라세노 Tomas Saraceno가 객원 편집장을 맡아 진행했다. 왜냐하면, 그가 메인 전시를 전체 기획했기 때문이다. (메인 전시 ‘온 에어 on air’, 2018년 10월 17일부터 2019년 1월 6일까지 열렸다.) 이 전시는 까르뜨 블랑슈Carte Blanche 로 진행되었다. 단어의 뜻은 전권, 백지 위임장. 팔레 드 도쿄가 현대미술의 실험장이라 불릴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까르뜨 블랑슈일 것이다.

이것은 미술관에서 발행하는 매거진이다.

1973년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토마스 사라세노는 전 지구인을 상대로 상상을 뛰어넘는 작업을 펼치고 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건축과 미술을 공부한 후 베를린으로 이주해 ‘지구 위, 그 너머 on and beyond planet Earth’라는 작업을 진행했는데, 이는 우주 여행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라고. 2009년 53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는 총감독 다니엘 번바움 Daniel Birnbaum(@daniel.birnbaum)이 기획한 본 전시 ‘Fare Mundi’ 에 작가로 참가했고, 베를린 함부르크 반호프와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옥상에 ‘구름 도시 Cloud Cities’라는 작품을 설치하기도 했다.

토마스 사라세노는 올라퍼 엘리아슨처럼, 과학자의 두뇌를 장착한 아티스트 군단 중 한 명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에너지를 과학자와는 다른 방식으로, 언어로 보여주는 것이 그 작업의 줄기를 이룬다. 당시 팔레 드 도쿄에서 진행한 전시 영상에는 다음과 같은 장면이 나온다. 거미줄에 매달려 움직이는 아주 작은 거미, 거대한 모래 사막에서 화학 연료 없이 하늘을 나는 인간, 전기나 배터리 없이 통신에 성공할 수 있을지 알아보는 다양한 실험까지. 저 멀리 우주에서 푸른 별, 지구를 보면 거미도, 인간도, 거대한 사막도 한 점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는 무던히도 증명하고, 또 부수고 또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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