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청바스켓
2015 코리아 디자인 어워드 리빙 디자인 부문 수상작
수년째 한국적 디자인을 고집하는 회사 빈컴퍼니, 우리 문화를 능동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 산물 단청 바스켓을 선보이다.
올해 리빙 디자인 부문 심사 현장은 한국 리빙 디자인의 현주소에 관한 토론장을 방불케 했다. 리빙 디자인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예술과 도구로서의 디자인에 대한 토론이 오갔다. 격론(?) 끝에 탄탄한 프로세스가 돋보인 디자인 메소즈의 오설록 체어, 장인과의 수준높은 협업이 두드러진 리슨 커뮤니케이션의 진열장 숲, 에넥스의 주방 가구 레볼루션 엣지 등으로 최종 후보가 좁혀졌고, 수상은 전통 문양을 모티브로 한 빈컴퍼니의 단청 바스켓에 돌아갔다. 계원대학교 하지훈 교수는 “국제화 시대에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결국 우리 문화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심사평을 남겼다.
디자인 빈컴퍼니(대표 김빈), www.themeeets.com
디자이너 김빈
발표 시기 2015년 9월
일상으로 내려앉은 제의의 상징
디자이너 김빈이 이끄는 빈컴퍼니는 한국적 디자인이라는 화두를 벌써 수년째 고집스레 다루고 있는 회사다. 한국적 감성에 영 디자이너 특유의 재치를 더한 것이 값진 수상으로 이어졌다. 김빈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면서부터 한국적 디자인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저도 한때 알레산드로 멘디니(Alessandro Mendini)나 임스(Eames) 부부의 디자인을 동경하며, 그들처럼 되길 바란 산업 디자이너였습니다. 하지만 막상 해외 무대에 나가보니 그들이 우리에게 원하는 것은 ‘넥스트 임스 체어’가 아니란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들여다보는 것이 결국 경쟁력을 갖추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장인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사료를 뒤져가며 한국적 디자인에 대한 실험을 시작했다. 단청 바스켓은 이런 실험의 작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단청 문양은 빈컴퍼니의 단골 소재. 디퓨저, 브로치, 노트, 비누 등에 단청 문양을 적용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단청 문양에 특별히 애착을 갖는 이유를 묻자 “시간의 힘을 믿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수천 년에 걸쳐 이어져 내려온 전통양식인 만큼 많은 장인의 손길을 거쳤고, 이로 인해 완성도 높은 조형성과 색감을 지니게 됐다는 것. 궁궐이나 사찰에만 사용할 수 있었던 단청 문양은 21세기에 들어 이 젊은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치며 다시 한 번 태어났다. 특히 소슬문을 모티브로 만든 단청 바스켓은 기하학적이고 모던한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총 4개의 바스켓으로 구성되었는데 각 바스켓을 레이어처럼 겹치거나 분리해 취향에 맞게 사용할 수 있다. 2D 문양을 입체적 3D 형태로 재해석한 부분에선 디자이너 특유의 재기 발랄함이 돋보인다.
하지만 이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풍성한 스토리텔링에 있다. “원래 우리 민족은 문양 하나에도 많은 의미를 부여합니다. 스토리에 깊이가 있기 때문에 흥미로운 디자인이 나올 수 있죠.” 이처럼 우리의 문화 DNA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지만, 그동안 산업화와 자연스러운 연결 고리를 갖지 못한 것이 사실. 김빈은 디자이너가 이 책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양식 디자인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했을 뿐 우리 문화를 능동적으로 찾아보고 접목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뜻이다. 그는 지금부터라도 디자이너가 진정한 문화 정체성을 찾기 위해선 외피를 모방하기보다 사람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많은 젊은 디자이너가 전통의 이미지만을 차용해 디자인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문화 정체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활용하기 위해선 직접 장인을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빈컴퍼니는 앞으로 한국적 감성을 유지하면서 좀 더 실용적이고 일상적인 제품을 선보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통과 현대 사이의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이어가는 빈컴퍼니의 선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