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에 진심인 이들이 만든 공간, 감자유원지 ①

감자를 다양한 관점으로 소개하는 곳

감자에 진심인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감자를 단순히 음식만이 아니라 하나의 콘텐츠로 받아들인다. 김지우 대표가 이끄는 '더루트컴퍼니'는 오늘날 감자 농가가 처한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왔다. 감자유원지는 이들이 감자를 보다 다양한 관점으로 소개하고자 2022년 강릉 월화거리에 문을 연 공간이다.

감자에 진심인 이들이 만든 공간, 감자유원지 ①

강원특별자치도를 대표하는 특산물, 바로 감자다. 여기 그 누구보다 감자에 진심인 사람들이 있다. 강릉의 제1호 씨감자 명인 왕산종묘 권혁기 대표와 함께 감자 종자를 만드는 것부터 파트너 농가에 재배 매니지먼트 솔루션을 제공하고, 품질 좋은 감자를 유통하는 일까지. 김지우 대표가 이끄는 ‘더루트컴퍼니’는 오늘날 감자 농가가 처한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해결해왔다. 감자유원지는 바로 이들이 감자를 보다 다양한 관점으로 소개하고자 지난해 강릉 월화거리에 문을 연 공간이다. 지하 1층부터 2층까지 총 3층 규모로 수확 및 유통 과정에서 버려지는 ‘못난이 감자’를 활용한 포파칩을 비롯한 다채로운 음식 메뉴를 소개하고 판매한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감자를 단순히 음식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 감자 그 자체를 하나의 콘텐츠로 인식해 ‘포파’라는 이름의 캐릭터를 탄생시켰고, 감자 산지인 왕산면에서 태어났다는 나름의 세계관도 구축했다. 그야말로 감자의 모든 가능성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감자를 보다 맛있게, 보다 재밌게 경험할 수 있는 곳, 감자유원지를 소개한다.


웰컴 투 ‘포테이토 파크’

감자유원지의 캐릭터 ‘포파’의 모습

최근 감자유원지가 ‘강릉 핫플’에 등극했다는 소문이 자자하더라고요. 지난해 3월에 가오픈을 시작으로 1년 반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요.

감자유원지를 좋아해 주시고 멀리서도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입니다. 개인적으로 ‘핫플’이라는 표현이 아직은 어색한데요.(웃음) 감자유원지의 브랜드와 공간 그리고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크루들의 진정성이 만들어 낸 결과라고 생각해요. 강릉 하면 떠오르는 오션뷰 또는 지역을 대표하는 먹거리는 아니지만, 새로운 관점으로 선보이는 크리에이티브 한 시도를 재미있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감자에 대한 저희의 진심 어린 태도가 전달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자유원지의 영문명 ‘포테이토 파크’.

‘감자유원지’라는 공간이 탄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사실 처음부터 감자유원지를 만들 생각은 없었어요.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 저희 ‘더루트컴퍼니’는 감자 농가들이 마주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기업의 미션인 조직이거든요. 원래는 강릉에 계신 대한민국 제1호 씨감자 명인인 왕산종묘의 권혁기 대표님과 함께 감자 종자를 만들고, 파트너 농가들에게 재배 매니지먼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과정에서 나온 품질 좋은 감자를 유통하는 일을 했었어요.

감자유원지를 운영하는 ‘더루트컴퍼니’ 멤버들. 맨 왼쪽이 김지우 대표. (사진 제공. 더루트컴퍼니, 감자유원지)

연간 500톤 규모로 유통을 하다 보니 또 다른 문제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보통 마트에서 보는 감자 대부분이 일정한 크기에 매끈하잖아요. 그 이유가 수확이나 유통 과정에서 비규격품 감자(못난이 감자 또는 너무 작거나 큰 감자)들을 받아주는 채널이 없어서 버려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요. 오히려 저희는 이를 활용한다면 지역 농가가 감자를 폐기하기 위해 쓰는 시간, 인력, 비용을 새로운 수익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못난이 감자인 비규격품 감자들을 활용해 조금 더 새로운 시도들을 하기 위해 ‘감자유원지’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감자유원지에 꼭 ‘감자’만 있는 건 아니에요. 우스갯소리이지만 강원도 하면 곧 ‘감자’라는 인식이 있으니 지역의 식재료를 활용한 다양한 음식을 소개하고, 저희가 만드는 감자 농식품과 콘텐츠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감자 산지를 직접 방문한 더루트컴퍼니 멤버들 모습 (사진 제공. 더루트컴퍼니, 감자유원지)
수확한 감자 모습 (사진 제공. 더루트컴퍼니, 감자유원지)

‘유원지’라는 이름도 눈길을 끌더라고요. 테마파크나 놀이공원을 보통 유원지라고 부르잖아요.

저는 강원도를 대표하는 콘텐츠 중 하나가 ‘감자’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강릉에서 감자는 주로 감자옹심이 또는 감자 전처럼 향토 음식 등 향토적인 콘텐츠로만 소개되고 있어요. 친숙한 감자를 새로운 관점에서 소개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어요. 더욱이 앞으로 감자와 관련해 재밌는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기에 ‘감자유원지’라는 이름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주로 어떤 분들이 감자유원지를 찾아주고 계세요? 아무렴, 강릉이 관광도시이니 외지인들이 많지 않을까 싶은데.. 원주민과 외지인의 비율은 어떻게 다른지, 또 각각의 반응은 어떠한 지도 궁금합니다.

정확한 데이터는 아니지만 경험적으로는 원주민과 외지인의 비율은 약 3:7 정도 되는 것 같아요. 감자유원지가 오피스 상권에 위치하고 있다 보니 평일에는 지역분들이 많이 찾아주시고, 주말에는 관광객분들이 주로 찾아주세요. 강릉에 계신 분들은 ‘강릉에 이런 곳이 있었어?’와 같은 반응을 많이 보이시죠. (웃음) 그래도 대부분 구성원이 2, 30대라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어린 친구들의 새로운 시도를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많아요. 반대로 관광객분들은 강릉에서 색다르고 특별한 식문화 경험을 하고 싶어 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아무래도 여행을 와서 지역 특색이 있는 식경험은 중요한 법이니까요. 게다가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으면 더 좋고요. 못난이감자칩과 포파칩에 대한 반응도 좋은 편이에요. 바닷가나 숙소에서 맥주나 와인을 한잔할 때 좋은 파트너가 되거든요.


공간에 담은 감자의 모든 것

감자유원지는 강릉 임당동에 자리하더라고요. 찾아보니 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더라고요.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임당동 성당이 자리하는 것으로도 유명하고요. 다른 곳이 아닌 임당동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행정구역 상으로는 임당동이지만 아무래도 지역분들이나 관광객들에게는 강릉월화거리, 또는 강릉중앙시장 근처라는 표현이 더 와닿을 것 같아요. 월화거리는 과거 강릉역을 오가는 열차가 지나던 곳을 공원으로 만든 곳이에요. 조경이나 정원의 스케일은 비할 바가 아니지만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나 서울의 경의선 숲길과 비슷한 모티브와 방식으로 만들어진 곳이라고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네요. 또한, 강릉역과 중앙시장을 잇는 길이다 보니 도보 여행자도 편하게 방문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요. 무엇보다 앞으로 좋은 콘텐츠를 담은 공간들이 더 많이 생겨날 수 있는 곳이라고 판단했습니다.

https://map.naver.com/p/entry/place/1811956729?c=15.00,0,0,0,dh

멀리서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건축 디자인도 인상적입니다. 주변이 낮은 건물이라서 그런지 유독 우뚝 솟아 있는 느낌이더라고요. 더욱이 노출 콘크리트부터 사선형 처마, 각기 다른 크기와 모양의 창문들까지 남다른 디자인으로도 눈길을 끌어요. 감자유원지 건축 콘셉트와 공간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상상했던 분위기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저희는 ‘모러블Modern + Rustic Blending’을 추구해요. 친숙한 콘텐츠를 세련된 공간에서 다루는 것처럼 ‘감자’라는 향토적인 콘텐츠를 컨템퍼러리 한 관점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사실 감자를 안 먹어 본 사람은 없지만 감자에 대해서 1분 동안 말해보라고 하면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 있는 분들이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감자유원지에서는 친숙한 감자를 그 무드 그대로 자연스럽게 풀어낸 인상을 주기도 하지만, 브랜드 경험 안에서는 감자의 품종이나 농산업, 음식과 제품 경험까지 보다 깊은 정보를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특히 저희에게는 ‘모던’과 ‘러스틱 라이프스타일’의 밸런스인 ‘모러밸’이 중요한데요. 감자유원지의 건축과 공간 등 하드웨어와 디자인과 브랜딩 그리고 콘텐츠 등의 소프트웨어의 조합이 바로 이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지하 1층은 로컬스토어가, 1층에는 카페와 델리, 2층에는 키친을 운영하는 감자유원지 (사진 제공. 감자유원지)

감자유원지 지하 1층에는 로컬 스토어가, 1층에는 카페와 델리를, 그리고 2층에는 키친을 운영하는데요. 각 공간 구획과 동선을 기획하면서 고민했던 지점이 있었다면요?

공간을 기획하는 건 분명 사용자의 경험을 만드는 일이지만, 동시에 운영의 효율성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아요. 2층에서 식사를 하시고, 1층에 있는 농식품과 감자 관련 콘텐츠를 경험하고 가신다면 저희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1층 입구에 무성하게 자란 감자 잎을 보다 보니 이곳의 야외 정원은 어떻게 활용하시는지도 궁금하더라고요.

야외 정원은 조경의 요소보다는 감자유원지 구성원들이 하고 싶은 걸 하는 공간이에요. 정원이라는 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사계절을 고려해서 다양한 식재료를 재배해 보기도 해요. 직접 먹을 수 있는 감자나 고수를 심기도 하죠. 비록 작은 정원이지만 잠깐이라도 방문객들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줄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기사는 2편으로 이어집니다.

감자에 진심인 이들이 만든 공간, 감자유원지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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