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팅으로 만난 패션의 미래, 홍익대학교 섬유미술패션디자인학과 이승익 교수
이스라엘의 3D 프린팅 기업 스트라타시스 Stratasys는 뛰어난 기술력과 다양한 업계와의 디자인 협업으로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이다. 올해 8월 홍익대학교 섬유미술패션디자인학과 이승익 교수와 진행한 폴리젯PolyJet 3D 프린팅 패션 프로젝트를 전시 형식으로 국내 최초로 선보일 예정. 전시에 앞서 이승익 교수에게 패션 산업의 미래를 엿본 소감을 물었다.
스트라타시스와는 이번 프로젝트 전부터 인연이 깊다고 들었다.
2020년경에 한국 자동차 기업을 대상으로 소재 컨설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알게 됐다. 스트라타시스의 폴리젯 3D 프린터는 빛에 의해 변화하는 고분자 화합물인 포토폴리머와 자외선 및 잉크젯 헤드를 사용하는데, 포토폴리머 방울이 분사된 뒤 UV 램프로 경화되어 층을 접착시키는 독보적인 3D 프린팅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패션 산업에 혁신을 일으키고 있는 J850 TechStyle™ 3D 프린터는 팬톤 컬러 칩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색상을 구현할 수 있다. 결과물의 투명도·강도·유연성, 색이 적용되는 범위까지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으며, 소재에 풀 컬러로 선명하게 인쇄해 의류, 신발, 액세서리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평소 첨단 기술을 적용한 섬유 및 소재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지라 2020년 이래로 활발히 소통해왔고, 이 점을 눈여겨보고 2021년 한국 지사에 협업을 제안했다.
스트라타시스의 기존 협업과 이번 프로젝트가 다른 점은 무엇인가?
일상적으로 입기 편한 옷을 만드는 것. 기존의 협업 프로젝트는 실험적인 스타일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차별화를 위해 실용성을 추구했다. 20~30대 여성을 위한 재킷과 드레스를 디자인했는데, 해외 디자이너들의 작업과 구별되도록 ‘한국성’을 재해석한 디자인을 전개했다는 점도 중요했다.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한글 ‘꽃’을 표현한 입체 플로럴 패턴을 만들었다. 과거 선조들의 문자도나 안상수 디자이너의 작품처럼 한글 특유의 조형성 자체에 집중해 디자인했다. 또한 이탈리아 가죽 브랜드 다니Dani의 친환경 올리브 베지터블 가죽에 3D 프린팅을 성공적으로 적용했다.
3D 프린팅 기술을 패션 디자인에 적용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패션 산업은 사람이 원단을 자르고 바느질해 옷을 만든다는 점에서 구조적으로 보수적인 업계였다. 하지만 3D 프린터를 직접 사용해보니 패션 산업의 기본 전제가 흔들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기술이 평상복에 적용할 만큼 상용화되려면 후속 연구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3D 프린팅을 활용하는 패션 디자이너가 전 세계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조만간 패션업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찾아올 것 같다. 그렇다면 앞으로 패션 디자이너에게 어떤 역량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첫 번째는 책임감 있는 디자인이다. 지속 가능성은 이제 상식이 되었으니 그 이상을 추구해야 한다. 환경, 노동, 법 제도, 저작권 등 여러 영역을 깊이 고려한 책임감 있는 디자인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또한 수공예 기술에 첨단 기술을 접목해 디자인 퀄리티와 창의성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글로컬’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한국에서 태어난 디자이너인 이상 한국성을 세련되게 표현하는 것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