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뉴레트로 프로젝트

오래된 미래에 북마크한 라이브러리

현대카드가 2019년 선정한 문화 테마 ‘뉴레트로: 아주 오래된 미래’(이하 뉴레트로)는 여기에 화룡점정이 된다. 이들은 운영 중인 4개의 라이브러리를 중심으로 3월 말까지 뉴레트로 콘셉트에 맞춰 이 오래된 미래를 흥미롭게 풀어넀다.

현대카드 뉴레트로 프로젝트

영 레트로, 뉴트로, 퓨트로…. 다양하게 변주된 단어를 나열해보면 레트로가 오늘날 또 하나의 시대정신이 됐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이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 현대카드가 2019년 선정한 문화 테마 ‘뉴레트로: 아주 오래된 미래’(이하 뉴레트로)는 여기에 화룡점정이 된다. 이들은 한 가지 문화 테마를 다양한 방식으로 조망하는 온·오프라인 통합 콘텐츠 캠페인을 올해 처음으로 선보였는데 포문을 연 첫 주제가 바로 ‘뉴레트로’인 것. 현대카드는 운영 중인 4개의 라이브러리를 중심으로 3월 말까지 뉴레트로 콘셉트에 맞춰 이 오래된 미래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20세기 자화상을 보여준 디자인 라이브러리

최근 리뉴얼한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가 뉴레트로 테마에 맞춰 선보인 것은 <플레이보이>와 <라이프>의 전권 컬렉션이다. 당대의 섹스 심벌 메릴린 먼로Marilyn Monroe를 표지 모델로 한 창간호를 시작으로 1953년부터 최신호까지 전시 및 열람할 수 있도록 했는데 표지만 봐도 변화하는 시대상을 읽을 수 있다.

<플레이보이> 하면 누드 사진이 즐비한 남성 잡지 정도로만 생각하지만 사실 이 매체는 당대에 디자인 측면에서 상당히 신선한 실험들을 보여줬다. 여기에는 창간호부터 시작해 30여 년간 아트 디렉터를 맡았던 아트 폴Art Paul의 영향이 컸다. 그가 라슬로 모호이너지가 재직했던 일리노이 공과대학교에서 디자인을 공부했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 예술과 디자인을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한 아트 폴은 진보적인 레이아웃과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성인 잡지 시대에 한 획을 긋는다. 다시 말해 <플레이보이>는 읽는 시대에서 보는 시대로, 활자의 시대에서 이미지의 시대로 이행하는 전환기를 이끈 미디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앞서 1936년 창간된 <라이프> 역시 ‘이미지의 시대’를 활짝 연 개국공신이었다. 정간과 복간을 거듭하다 2000년대 중반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긴 했지만, 이전까지 보도사진 분야의 선구자로서 강력한 영향력을 끼친 이 시사 화보지는 유진 스미스Eugene Smith, 로버트 카파Robert Capa, 앨프리드 아이젠스타트Alfred Eisenstaedt 등 스타 포토 저널리스트를 기용해 유명해졌다. 특히 월남전 당시 게재한 참혹한 전쟁 사진이 미국 내 반전운동을 불러일으킨 촉매제가 됐다는 것은 이미지의 위력을 명징하게 보여준 일대 사건이었다. 디자인 라이브러리 1층에 전시한 이 컬렉션은 지나간 세기에 대한 칭송이자 한 시대를 풍미한 미디어에 대한 일종의 헌사였다.

바이닐의 귀환을 알린 뮤직 라이브러리

한남동 뮤직 라이브러리 역시 오래된 미래로 들썩였다. 라이브러리 내에 위치한 공연장 언더스테이지에서는 1월 26일 1980년대 디스코 사운드를 선보이는 유럽 밴드 파슬스Parcels의 내한 공연을 시작으로 아시아 전역에서 사랑받는 대만 밴드 선셋 롤러코스터Sunset Rollercoaster와 일본 밴드 요기 뉴 웨이브스Yogee New Waves의 스플릿 콘서트가 열렸다. 또 3월에는 한국 신스팝synth pop의 기대주 아도이ADOY와 미국의 3인조 사이키델릭 팝 밴드 크루앙빈Khruangbin의 공연도 이어질 예정. 공연 못지않게 눈길을 끈 것은 바이닐 컬렉션 전시다.

2월부터 선보인 <코리안 뮤직의 아주 오래된 미래>는 한국 대중음악의 화려했던 바이닐 시대를 돌아보며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 커버 디자인을 접할 수 있는 전시다. 또 3월에는 1980년대 유행했던 시티팝을 중심으로 한 바이닐 전시가 이어진다. 이 전시는 음원 시장이 대두되며 휘발되어버린 것 같던 음악의 물성을 재조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리고 이것은 음악 감상이 단순히 청각을 자극하는 행위가 아니라 시각을 동반한 공감각적 취향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뮤직 라이브러리는 소셜 미디어와 연계해 자신이 소장한 ‘최애 LP 앨범’을 소개하는 이벤트 ‘현대카드 전국 LP 자랑’을 진행 중이다.

미각으로 읽는 레트로와 시간 여행자, 쿠킹 라이브러리 & 트래블 라이브러리

인간의 오감 중 가장 보수적인 감각이 미각이라고 한다. ‘미각은 이념보다 강하다’는 말은 우리의 DNA 깊숙이 익숙하고 오래된 맛에 대한 향수가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쿠킹 라이브러리는 바로 이 점에 주목했다. 라이브러리 1층 ‘델리’에서는 다방커피와 미숫가루, 계란빵 등 추억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신메뉴를 선보였고 3층 키친에서는 뉴레트로를 테마로 한 추억의 음식을 직접 요리해 맛볼 수 있는 셀프 쿠킹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하지만 쿠킹 라이브러리가 비단 추억과 복고에만 집중한 것은 아니다. 다방커피보다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가 익숙한 세대, 계란빵보다는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의 맛이 익숙한 세대에게는 이것이 오히려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오기 때문. 따라서 쿠킹 라이브러리의 프로젝트는 가장 오래된 미각인 동시에 가장 새로운 맛의 발견이라 할 만하다.

한편 트래블 라이브러리는 시공을 초월한 여행의 경험을 선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라이브러리 한편에 마련한 타자기로 직접 여행 계획을 작성해볼 수 있는 트래블 플랜룸을 운영하고 있는 것. 캠페인을 기획한 현대카드 브랜드본부 Brand2실의 한정선 이사는 “밀레니얼 세대가 뉴레트로에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는 물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즉 활자가 잉크 카트리지에 탁 하고 닿으며 글자가 새겨지는 순간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 새롭고 생소한 물질적인 경험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진행하는 SNS 이벤트 ‘우리동네 뉴레트로 지도’를 통해 사람들이 직접 서점, 극장, 갤러리 등 생활 속 레트로 감성의 공간을 추천하는 기회도 마련했다. 현대카드는 이를 지도로 제작하는 아카이빙 프로젝트로 연결할 계획이다. <레트로 마니아>의 저자 사이먼 레이놀즈 Simon Reynolds는 “레트로가 지배적 감수성이자 창조적 패러다임으로서 참으로 군림하는 곳은 … 힙스터 세계다”라고 말했다. 이런 의미에서 현대카드의 이번 통합 콘텐츠 캠페인은 창조적인 방식으로 문화 감성을 이끌고 있는 힙스터의 세계를 정조준했다고 볼 수 있다.

Interview

Interview
한정선
현대카드 브랜드본부 Brand2실 이사
“우연한 발견 혹은 적극적인 탐색을 통해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다.”

현대카드가 뉴레트로에 주목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현대카드는 디자인, 트래블, 뮤직, 쿠킹 등 다양한 분야의 히스토리와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공간들을 운영한다. 따라서 뉴레트로를 ‘새롭게 주목했다기보다는 그동안 브랜드가 제시해온 방향성이 레트로 트렌드를 만나 더욱 주목받게 된 것이라 보는 편이 맞다. 예를 들어 2015년 개관한 뮤직 라이브러리의 경우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생소했던 바이닐을 아카이빙하고, 이를 장르와 연대순으로 배치했는데 우연한 발견 혹은 적극적인 탐색을 통해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뉴레트로의 맥락과 맞닿아 있다. 이번 뉴레트로 캠페인은 현대카드가 보유한 레트로 컬처 콘텐츠를 재조명하고 이를 흥미롭고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

현대카드가 처음 시도하는 온·오프라인 통합 캠페인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현대카드는 그동안 회원들의 여러 관심사를 감안해 다양한 화두를 개별적으로 던져왔다. 하지만 올해는 통합된 테마 아래 각 영역의 스토리를 풀어보는 아이디어를 내게 됐는데 총 7개의 오프라인 공간을 운영하면서 이를 어떻게 하면 좀 더 효과적으로 온라인과 엮어낼 수 있을지를 고민하면서 나오게 된 기획이다. 더 나아가 이번 캠페인은 오프라인 콘텐츠를 경험한 고객이 온라인상에서 자발적으로 사용자 제작 콘텐츠user created contents를 생성하도록 유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과정도 거쳤다.

디자인 라이브러리에서는 <라이프>와 <플레이보이>를 선보였다. ‘디자인’이라는 주제를 직접적으로 드러낸 콘텐츠는 아니라 다소 의아했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수많은 결과물이 모두 디자인된 결과물이다. <라이프> <플레이보이>가 ‘진짜 레트로 디자인’이라 생각한 이유다. 매거진을 구성하는 타이포그래피와 사진, 레이아웃. 콘텐츠가 모두 시대상을 반영한 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다.

뮤직 라이브러리에서 한국과 아시아의 오래된 음반을 전시한 점도 흥미롭다.

최근 국내 뉴레트로의 경향을 살펴보면 한국, 더 나아가 아시아의 옛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밀레니얼 세대가 여기에 열광하는 것은 로컬리티에 대한 재발견과 관련이 있다. 이런 의미에서 뮤직 라이브러리는 2월과 3월의 테마를 각각 ‘코리안 뮤직의 아주 오래된 미래’와 ‘생동감이 넘치는 환희의 씨티-팝’으로 잡았다. 1970~1980년대 경제 호황기에 쏟아져 나온 화려한 씨티-팝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이어져온 반면, 지금 봐도 세련된 코리안 바이닐 디자인에 대한 관심은 이제 막 본궤도에 오른 느낌이다. 김추자, 킴씨스터즈 등 1960~1970년대에 발매된 앨범을 보면 대담한 컬러 사용이나 타이포그래피가 눈길을 끈다. 디자이너들이 이 흥미로운 디자인 사료에 주목했으면 한다.

기획 현대카드 브랜드본부 Brand2실 (이사 한정선)
프로젝트 시기 2019년 1~3월
장소 현대카드 디자인·뮤직·트래블·쿠킹 라이브러리, 바이닐앤플라스틱, 언더스테이지
웹사이트 library.hyundaicard.com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489호(2019.03)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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