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드웰러
2021 월간 〈디자인〉이 주목한 디자이너 14팀
빌드웰러는 모듈 가구를 기반으로 공간 솔루션을 제안한다. 직접 디자인한 볼트와 너트, 건축에서 사용되는 트러스 구조가 핵심으로, 이는 곧 빌드웰러의 시그너처가 됐다. 철칙은 ‘최적화’다. 불필요한 요소나 과도하게 설계된 부분은 없는지, 가장 효율적인 구조가 맞는지가 관건이다. 군더더기 없는 빌드웰러의 디자인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빌드웰러는 모듈 가구를 기반으로 공간 솔루션을 제안한다. 가구는 물론 공간까지도 소모품처럼 다루는 지금의 경향을 탈피하기 위한 고민이 브랜드를 만들게 된 계기다. 이들이 내놓은 해답은 가로 600cm, 세로 1200cm의 아크릴 판을 기반으로 접착이나 용접 없이 몇 가지 부품만으로 ‘체결’해서 내구성 있게 완성한 모듈 가구다. 직접 디자인한 볼트와 너트, 건축에서 사용되는 트러스 구조가 핵심으로, 이는 곧 빌드웰러의 시그너처가 됐다. 철칙은 ‘최적화’다. 불필요한 요소나 과도하게 설계된 부분은 없는지, 가장 효율적인 구조가 맞는지가 관건이다. 군더더기 없는 빌드웰러의 디자인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가구보다는 일종의 도구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디자인한다”는 김유석 대표의 설명은, 쓰임을 다하고 나면 버려지는 가구가 아니라 새로운 목적에 따라 변주할 수 있는 구조로 디자인하는 브랜드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테이블 하나를 맞췄다가 더 큰 테이블이 필요해지면 상판만 하나 더 설치해 확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여기에 서랍을 추가할 수도 있고 서랍은 원하는 형태로 문을 바꿔 달 수도 있다. 이렇게 빌드웰러의 가구에는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무궁무진한 시나리오가 만들어진다. 이는 렌털 시스템이라는 비즈니스 모델로도 이어진다. 쉽게 말해 가벽, 선반, 테이블 등 필요에 따라 공간을 디자인하고 설치 및 회수까지 해결해주는 서비스다. 전시나 페어, 팝업 이벤트에 적절한 모델이다. 원하는 사이즈와 용도대로 공간을 구성할 수 있으며, 완성도 높은 디자인으로 이목을 끌기에도 좋다.
또 일정 기간 동안 사용한 제품은 회수한 뒤 부품을 모두 해체하면 얼마든지 다른 용도로 재사용할 수 있다. 지속 가능성은 바로 이런 거다. 가방 브랜드 오소이와 협업했던 프로젝트도 주목할 만하다. 오소이는 도쿄에서 여러 장소를 이동하며 팝업 스토어를 열었는데, 당시 빌드웰러의 부품과 매뉴얼만 가지고 일본으로 건너가 여러 차례 행사를 무리 없이 진행했다. 이동에도 최적화된 모듈 시스템이 빛을 발한 경우다. 클라이언트의 요청에 따라 공간을 디자인하면 새로운 모듈이 만들어지는 셈인데, 이는 단순한 레퍼런스가 아니라 자산이 하나둘 쌓이는 것과 같다.
경리단길에 위치한 빌드웰러 쇼룸에 가면 다양한 소재와 형태로 변주되는 모듈 시스템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2020년 봄 온전히 빌드웰러의 아이템으로만 구성하겠다는 규칙으로 만든 공간이다. 일종의 아카이브 역할까지 하는 이곳은 렌털용 모듈이 들락날락하는 본거지이기도 하다. 테이블이었던 부품들이 어느 날 선반이 되어 나갔다가, 진열장이 되어 돌아오고 다시 벽이 되기도 하는 빌드웰러의 세계다. 쇼룸 한편에서는 재료와 구조를 연구하고 디자인과 제작을 진행한다. 이제는 7명이 한 팀이 되어 다양한 일을 해내고 있다. 어떤 환경과 조건이라도 시시때때로 대응할 수 있는 빌드웰러의 ‘공간 사용법’을 만드는 일이다. 용의주도하고 지속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