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꿈꾸는 삶과 집에 관한 58개의 건축 아이디어
〈연결하는 집: 대안적 삶을 위한 건축〉전
‘집’을 통해 동시대 한국 현대 건축과 주거 문화를 조망하는 〈연결하는 집: 대안적 삶을 위한 건축〉전이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리고 있다.
국토교통부 주택건설실적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건설 인허가를 받은 주택의 88%가 아파트였다고 한다. 새로 지어지는 주택 10가구 중 9가구가 아파트인 것이다. ‘아파트 공화국’이라고 불리는 한국 사회에서 많은 이가 아파트단지에 살고 싶어 하고, 아파트가 가장 좋은 집이라고 여기는 것은 일견 자연스러워 보인다. 궁극적 목표가 ‘무슨 집을 어떻게 사느냐’가 된 시대에 ‘어떤 집에서 어떻게 살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은 늘 뒷전으로 밀리고 만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리는 〈연결하는 집: 대안적 삶을 위한 건축〉전은 가족 구성원 및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등 빠르게 변하는 사회 환경 속에서 집을 통해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하는 전시이다. 승효상, 조민석, 조병수, 최욱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성 건축가부터 양수인, 조재원 등 중진, 그리고 비유에스 오헤제건축 등 젊은 건축가까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30명(팀) 건축가의 58채 단독·공동주택을 소개하며 동시대 한국 현대 건축과 주거 문화를 조망한다.
전시는 건축가와 거주자의 자료로 구성된 관람 중심의 2전시실에서 이를 워크숍과 영화 상영 등의 프로그램으로 확장한 참여형 공간의 1전시실로 이어진다. 2전시실에서는 58채의 집 이야기가 6개의 주제로 나뉘어 펼쳐지는데, 6개의 주제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만큼 전시장은 막힌 방 형태가 아닌 각 주제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도록 ‘열린 공간’의 형태를 취한다.
6개의 주제, 58채의 집 이야기
2전시실에는 건축가의 설계 과정을 살펴보는 건축 자료, 건축주의 삶의 흔적이 담긴 생활 자료(기획 단계에서 쓴 에세이 등) 1,000여 점을 통해 58개의 서사가 담긴 집을 만날 수 있다.
선언하는 집
공간 개념과 형식을 강조하는 집이다. 집 내외부의 공간 경험을 극대화하고, 건축 요소가 일상 활동보다 심미적 측면에 맞춘 것이 특징. ‘수백당‘(승효상, 1999-2000), ‘땅집’(조병수, 2009), ‘축대가 있는 집’(최욱, 2006-2022), ‘베이스캠프 마운틴’(김광수, 2004) 등을 볼 수 있다.
가족을 재정의하는 집
4인 가족 형태를 벗어나 새로운 반려 개념을 재구성하는 집 이야기. ‘홍은동 남녀하우스’(에이오에이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2018), ‘고개집’(양수인, 2016), ‘정릉주택 & 지하서재’(조남호, 2018), ‘맹그로브 숭인’(조성익, 2020), ‘제주 세거리집’(윤한진+한승재+한양규, 2018), ‘묘각형주택’(박지현+조성학, 2020) 등 동·식물과 함께 사는 집, 3대가 함께 사는 집, 1인 가구를 위한 집들이다.
관계 맺는 집
새로운 사회적 공동체를 상상하는 집에 관한 이야기로 더불어 살아가는 집짓기 실천에 주목했다. ‘살구나무 윗집 & 아랫집’(조남호, 2009-2010), ‘대구 앞산주택’(김대균, 2008), ‘써드플레이스 홍은 1-8’(박창현, 2020-2024), ‘이우집’(박지현+조성학, 2023), ‘오시리가름 협동조합주택’(이은경, 2016) 등 단독주택이지만 그 안에 회합의 장소가 있는 집, 타인과 공유하는 집을 소개한다.
펼쳐진 집
시골의 자원과 장소성에 대응하는 집에 관한 이야기. ‘목천의 세 집’(이해든+최재필, 2018), ‘와촌리 창고 주택’(정현아, 2012), ‘볼트 하우스’(이소정+곽상준, 2017), ‘아홉칸집’(나은중+유소래, 2017), ‘소솔집’(양수인, 2012)등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과거 전원주택으로 대표되었던 시골 집짓기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작은 집과 고친 집
도시의 한정된 자원과 장소성에 대응하는 집이다. 도심 속 독특한 형태의 땅에 지은 집과 오래된 집을 고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셀 하우스’(조민석, 2003), ‘얇디얇은 집’(안기현+신민재, 2018), ‘쓸모의 발견’(박지현+조성학, 2018), ‘Y 하우스 리노베이션-만휴당’(서승모, 2019) 등이다.
잠시 머무는 집
생의 주기와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른 주거의 시간성을 논의하는 주제이다. ‘호지’(에이오에이아키텍츠건축사사무소, 2022), ‘여인숙’(임태병, 2020), ‘고산집’(이창규+강정윤, 2017), ‘뜬 니은자 집’(조재원, 2010), ‘고산집’(이창규+강정윤, 2017) 등 최근 한국 사회의 주요 공간 소비 장소로 떠오른 ‘스테이’와 주말 주택 등을 소개한다.
워크숍과 영화 상연, 강연 등 풍성한 프로그램
참여형 공간인 1전시실에서는 전시 감상의 폭을 넓혀줄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워크숍인 ‘건축학교’는 상설 워크숍과 어린이 건축학교로 운영된다. 상설 워크숍에서는 축소 재현된 전시 출품작인 ‘아홉칸집’, ‘베이스캠프 마운틴’, ‘얇디얇은집’의 내부를 탐색하고 수직 동선을 단면도에 표시하며 건축적 특성과 개념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어린이 건축학교는 강사와 함께하는 워크숍. 초등학교 3~6학년 대상 특별 프로그램으로 9월까지 진행된다.
이외에도 전시실 중앙에 마련된 가변 극장에서 토요일과 일요일, ‘주말극장’이 운영된다. 전시를 확장하는 6개 주제(‘완벽한 집을 위해 필요한 것들’, ‘가족이란 기억, 집에 맺히다’, ‘함께 살아도 될까요?’, ‘자랄수록 작아지는 것은?’, ‘부수기, 수리하기, 다시 짓기’, ‘떠도는 이들이 머무는 집’)에 맞춰 선정된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단편영화 등을 상영하는 스크리닝 프로그램이다. 동시대 ‘집’에 관한 다양한 장면을 마주하는 ‘주말극장’의 작품들은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소개하며 “한국 사회에서 대안적 선택으로 자리 잡은 집들을 통해 삶의 능동적 태도가 만든 미학적 가치와 건축의 공적 역할을 전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능동적 삶의 태도를 추구한 58개의 사례로부터 나의 이야기를 연결하고 꺼내 보자. <연결하는 집: 대안적 삶을 위한 건축>전은 내년 2월 2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