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다시 에토레 소트사스인가?

에토레 소트사스 탄생 100주년

미국 메트로폴리탄 뮤지엄(Metropolitan Museum of Art)의 <소트사스: 급진적인 디자인Sottsass: Design Radical>전부터 밀라노 트리엔날레 미술관의 <에토레 소트사스: 저기 행성이 있다Ettore Sottsass: There is a planet>전까지, 10년 전 세상을 떠난 에토레 소트사스가 이처럼 주목을 받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왜 다시 에토레 소트사스인가?

지난 7월 21일부터 10월 8일까지 미국 메트로폴리탄 뮤지엄(Metropolitan Museum of Art)에서는 <소트사스: 급진적인 디자인Sottsass: Design Radical>전이 성황리에 열렸다. 또 밀라노 트리엔날레 미술관(La Triennale Milano)에서는 9월 15일부터 내년 3월까지 <에토레 소트사스: 저기 행성이 있다Ettore Sottsass: There is a planet>전이 열린다. 사실 그에 대한 관심은 몇 해 전 패션과 인테리어 디자인계에서 먼저 감지됐다. 미니멀리즘에 대항할 새로운 디자인 언어로 포스트모더니즘 디자인이 재조명되면서 이 거장에 대한 향수의 불씨가 되살아난 것. 여기에 지난해 초 세상을 떠난 뮤지션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와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가 에토레 소트사스의 작품을 소장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됐다.

이미 10년 전 세상을 떠난 그가 이처럼 주목을 받게 된 근본적 원인은 무엇일까? 먼저 트렌드의 변화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획일적인 메가트렌드의 시대가 저물고 소비자 맞춤형인 ‘작은 취향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풍토가 포스트모더니즘 정신과 맞아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사조의 부활로만 보기는 어렵다. 이러한 현상 이면에는 형태적 차용을 뛰어넘는 시대적 이슈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최근 빅데이터와 머신 러닝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공지능의 진화가 가속화됐다. 인간의 지적 능력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의 등장은 인류에게 기회인 동시에 위기이기도 하다. 전통적인 일자리가 흔들리는 것은 물론 인간의 가치에 대한 근원적 회의가 도처에서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로 인해 위기 의식이 팽배해진 가운데 새롭게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 인간만의 차별화된 창의성이다.

이러한 사회적 요구는 휴머니즘과 인간의 자유의지를 강조한 에토레 소트사스의 철학을 소환해냈다.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가?’, ‘창의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같은 일련의 질문은 에토레 소트사스가 90 평생 자신에게 끊임없이 던진 화두였다. 그리고 그는 건축, 디자인 등 실천적 방식을 통해 이런 물음에 답했다. 따라서 우리는 최근 불고 있는 포스트모더니즘의 귀환을 좀 더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만약 화려한 색채와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 형태에만 눈을 빼앗긴다면 정작 그가 이 시대에 들려주는 중요한 교훈을 놓칠 수 있다. 인간에 대한 긍정적 시선과 휴머니즘, 그리고 그 작품 너머에 숨겨진 거장의 삶을 돌아볼 때 우리는 비로소 고도화된 정보화 사회 속에서 잠시 잊고 살았던 인간에 대한 가치와 마주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473호(2017.11)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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