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에베가 선사하는 수집가의 집, 까사 로에베 서울
패션과 액서서리, 예술과 디자인, 공예가 한데 어우러진 공간
패션, 예술, 공예, 디자인 가구가 어우러진 수집가의 집(Collector’s home)
스페인 패션 브랜드 로에베(Loewe)는 1846년 설립 이래 스페인 전통의 가죽 공예와 장인 정신을 계승하며 자신들의 핵심 가치로 강조하고 있다. 이들에게 장인 정신은 오랜 시간과 노력이 담긴 하나의 예술 작품과도 같은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든다는 점에서 브랜드의 정체성과도 같다. 이러한 가치를 전하기 위해 2016년부터는 ‘로에베 공예 재단상’을 운영했는데 이는 창립자 엔리케 로에베(Enrique Loewe)의 손자 조나단 앤더슨(Jonathan Anderson)에 의해 시작되었다. 전 세계에서 뛰어난 장인 정신과 창의성을 발휘한 공예가들을 기리기 위함이 주 목적으로, 패션계에서도 공예계에서도 이제는 중요한 연간 행사로 자리 잡았다.
까사 로에베 (CASA LOEWE)
이처럼 로에베가 절대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장인 정신을 현대에도 고스란히 이어가는 공예가들과 로에베 제품이 한데 어우러질 수 있는 ‘까사 로에베(CASA LOEWE)’라는 공간을 완성했다. 까사 로에베는 모든 로에베 스토어의 기반이 되는 콘셉트이자 럭셔리, 친밀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런던, 베이징, 도쿄 등에 이어 지난 7월 ‘까사 로에베 서울’이 문을 열었다.
‘까사(Casa)’는 스페인어로 ‘집(Home)’이란 뜻으로, 까사 로에베 서울은 패션, 예술, 공예, 디자인 가구가 어우러진 수집가의 집(Collector’s home)이라는 공간 콘셉트 아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나단 앤더슨(Jonathan Anderson)이 직접 큐레이션 한 로에베의 국내 첫 단독 스토어다. 빛이 잘 드는 3개 층으로 이루어진 새 매장에서는 여성 및 남성복, 핸드백, 슈즈, 액세서리, 아이웨어, 가죽 소품, 스카프와 숄, 홈 향수 등 로에베의 모든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스페인 핸드메이드 세라믹 타일로 장식된 외벽과 내벽, 그리고 거대한 설치 작품이 눈길을 사로잡는 까사 로에베 서울은 조나단 앤더슨만의 예술적인 시각 언어로 구현되어 있다. 대담한 색감과 질감을 통해 주변의 도시 풍경, 초록빛 나무들과 어우러지며, 안으로 들어가면 블루, 브라운, 그린 색상의 타일이 시원한 콘크리트, 따뜻한 오크 나무, 황동, 대리석과 조화를 이룬다. 1층과 2층의 넓은 유리를 통해 풍부한 햇빛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안과 밖이 연결되는 흐름으로 구성되어 유기적인 공간을 완성했다. 여기에 로에베의 장인이 피워낸 아트 피스와 공예가들의 아트 피스가 한 공간에서 조우하며 아름답게 빛난다.
수집가의 집을 아름답게 수놓은 예술품들
공간 곳곳에 배치된 가구들은 모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나단 앤더슨이 직접 큐레이팅 해 그의 안목과 미적 감도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맞춤형 펠트를 입힌 베린 클럽(Berin Club) 의자, 게리트 토마스 리트벨트(Gerrit Thomas Rietveld)가 디자인한 각진 위트레흐트(Utrecht) 및 스텔트먼(Steltman) 의자, 조지 나카시마(George Nakashima)의 아메리칸 블랙 월넛과 캔버스로 제작된 코노이드 쿠션(Conoid Cushion) 의자 등을 선택했다. 또한 로에베의 시그니처 퍼퍼 벤치 시리즈는 브랜드의 정교한 가죽 공예 기술을 엿볼 수 있다. 공중에 띄운듯한 인상을 주는 블랙 테라조 테이블, 번트우드 소재의 단상과 독특한 질감의 앤티크 한 도자기도 함께 한다.
발밑으로는 영국의 섬유 예술가 존 앨런(John Allen)의 추상적인 풍경화 ‘언덕 위의 페버릴(Peveril of the Peak)’, ‘백마와 강(White Horse with River)’, ‘바다에 닿은 강(The River Reaches the Sea)’ 태피스트리를 재현한 스페인산 핸드메이드 울 카펫이 깔려있어 다른 세상에 온 듯한 생생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로에베가 큐레이션 한 가구뿐 아니라 로에베 재단 공예상을 통해 소개된 세계 각국의 예술 및 공예작품들도 매장을 아름답게 물들였다. 그중 하이라이트는 바로 일본 작가 치쿤사이 타나베 4세(Tanabe Chikuunsai IV)의 ‘창조의 원천(Source of Creation, 2024년)’. 여러 층에 걸쳐 이어지는 대나무 조형물로 패션과 예술의 역동적 상호작용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1층 중앙 아트리움에 자리한 나무줄기 형태의 원기둥 두 개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패션과 예술을 상징하고 있다. 이 나무줄기는 2층까지 뻗어 올라가면서 조화로운 형태로 얽히고설켜 융합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오) 에리코 이나자키의 2023년 수상작 ‘메타노이아’
뿐만 아니라 로에베 재단 공예상 수상작도 두 점 전시되어 있다. 하나는 일본 도예가 에리코 이나자키의 2023년 수상작 ‘메타노이아(Metanoia)’(2019), 다른 하나는 한국인 정다혜 작가의 2022년 수상작 ‘성실의 시간(A Time for Sincerity)’(2021)이라는 작품으로 말총을 꼬아 만든 그릇. 두 작품은 서로 다른 형태를 띠지만 전통 기술을 따르면서 복잡성과 혁신을 탐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1층에 자리한 2019년 최종 후보작 이영순 작가의 ‘코쿤탑 시리즈 – 1(Cocoon Top Series – 1)’(2019)은 한지로 만든 화분들을 쌓아 올린 작품이며 까사 로에베 서울에 영구 소장된다고.
이 밖에도 영국 도예가 존 워드(John Ward)의 절묘하게 아름다운 화병(1980), 남아프리카공화국 도예가이자 작가 지지포 포스와(Zizipho Poswa)의 유약 도기 ‘난디 브헤브헤 여왕(Queen Nandi Bhebhe)’, ‘줄루(Zulu)’(2022), 영국 작가 로 로버트슨(Ro Robertson)의 멀티미디어 토르소 II(Torso II)(2023), 독일 작가 라파엘라 시몬(Raphaela Simon)의 회화 작품 ‘쌰네(크림) (Sahne (Cream)’(2021), 영국 작가 포피 존스(Poppy Jones)가 스웨이드에 오일과 수채화 물감으로 그린 감성적인 작품 ‘최초의 빛(First Light)’(2023)도 함께 전시된다.
까사 로에베 서울의 아트 컬렉션은 어느 특정 카테고리의 작품에 한정되지 않으며 직물, 세라믹, 조각품 등 다양한 공예 전반에 걸친 수준 높은 작품의 헤리티지를 전달하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반복되는 장인 정신의 강조, 자연 세계와의 통합 등은 로에베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나단 앤더슨의 창작에 대한 철학과 접근 방식, 그리고 연출에 대한 큐레이팅을 반영한 것이다. 로에베 브랜드만의 독특한 접근 방식으로 까사 로에베 서울은 패션과 액세서리는 물론 예술과 디자인, 공예 작품으로 미술의 주류와 비주류 등의 차별 없이 창작의 동등함 속에서 로에베 고유의 문화적 표현의 세계로 대중을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