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플럭스

DIY 테크놀로지로 미래를 예견하는 디자인 연구소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슈퍼플럭스(Superflux)는 이처럼 예측 불가하고 복잡다단한 미래 사회를 자신의 기술력을 이용해 예견하는 디자인 스튜디오이자 리서치 연구소다.

슈퍼플럭스

인간은 언제나 미래를 예측하고 싶어 한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나일 강의 범람 주기를 알아내기 위해 항성을 관찰했고 중국 상형문자의 기원이 된 갑골문자는 복점을 치는 데 주로 사용됐다. 수많은 미래학자와 트렌드 전문가들 역시 내일을 예견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날로 정밀해지고 복잡해진다.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슈퍼플럭스(Superflux)는 이처럼 예측 불가하고 복잡다단한 미래 사회를 자신의 기술력을 이용해 예견하는 디자인 스튜디오이자 리서치 연구소다. 총 멤버는 5명에 불과하지만 남다른 행보로 이미 영국 디자인계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 중이다. RCA에서 인터랙션 디자인을 공부한 애나브 제인(Anab Jain)과 존 아던(Jon Ardern)은 졸업 후 몇 개의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고 이 인연을 계기로 2009년 함께 슈퍼플럭스를 설립하게 됐다.

“새롭게 부상하는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사회·문화·경제·정치적 영향을 탐구하고 미래에 대한 다원적이고 포괄적인 비전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슈퍼플럭스는 연구소에서 자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시에 다양한 외부 조직의 컨설팅을 진행한다. 과학자, 미래학자, 경제학자, 도시계획 전문가 등과 협업하며 미래를 예측하고 이를 토대로 삼성, 디지털 금융 기업 앤스미스(Anthemis), 비영리 조직 포럼 포 더 퓨처(From for the Future)를 비롯해 문화 기관이나 학술 기관의 자문을 해주는 것. 여기까지라면 일반적인 트렌드 예측 기관과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이들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새로운 경향을 예측해볼 수 있는 실험적인 디자인을 직접 제작하거나 영상으로 구현해낸다.

예를 들어 드론이 시민 사회 안으로 들어 왔을 때 발생할수 있는 다양한 사회·정치·문화적 잠재력을 가늠해보기 위해 시도한 드론 에이비어리(Drone Aviary)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취재용 드론이나 야간 경비원용 드론, 광고판용 드론 등을 제작해 실험을 거쳤다. 이들이 늘 장밋빛 미래만 예견하는 것은 아니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Uninvited Guests)’은 프로토타입 스마트 디바이스를 제작해 독거노인의 생활에 적용해본 단편 영상 프로젝트로, 인간의 일상이 기술에 의해 지배되고 규제될 수도 있음을 역설적으로 드러냈다. 이처럼 미래 사회에 대한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균형 있게 다루는 것이 슈퍼플럭스의 최대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메이커 무브먼트의 일환으로 파생된 각종 디지털 제작 장비는 이들에게 유용한 도구다. 특히 아두이노나 라즈베리 파이 같은 DIY 전자 부품은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아두이노 메가클론보드는 공기 오염 측정 센서에 이용했으며 아두이노를 기반으로 드론의 비행 제어기를 제작하기도 했다. 기술과 디자인을 결합시켜 미래 사회를 예측하는 슈퍼플럭스의 프로젝트들은 <와이어드Wired> <가디언Guardian> <르 몽드Le Monde>와 패스트컴퍼니(Fast Company), BBC 등 유력 매체를 통해 소개됐다. 슈퍼플럭스는 디자인이 과학, 그리고 메이커 무브먼트의 기술력과 만났을 때 미래 사회를 예견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힘까지 생길 수 있음을 증명해내고 있다. www.superflux.in

Interview

애나브 제인, 존 아던 슈퍼플럭스 공동 창업자
“우리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과 일한다.”

상당히 실험적인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왜 이런 프로젝트를 하게 됐나?

우리는 급변하는 세계에서 예상 밖의 새로운 현상을 발견하고 찾아내는 데 주력한다. 우리만의 독자적인 디자인 방법론을 사용해 현대 사회에서 감지되는 미래에 대한 미약한 신호를 발견하고 가까운 미래 세계를 추측해 이를 토대로 한 인터랙티브 프로토타입이나 영상 등을 제작한다. 선견지명과 전략적 미래, 그리고 경험 디자인을 조합한 이런 독특한 접근 방식은 다양한 지역사회와 사람들을 참여시키고 복잡하고 어지러우며 격변하는 세상을 탐구하도록 돕는다.

자체 프로젝트도 진행하지만 기업이나 다른 조직의 컨설팅도 진행한다.

우리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과 일한다. 그리고 그들의 삶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돕는다.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미래 사회는 복잡다단할 것이다. 조직이 미래 환경을 이해하고 전략이나 지침을 세우는 일이 쉽지만은 않은데 슈퍼플럭스는 이들이 21세기가 요구하는 변화에 부응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한다. 컨설팅과 연구 활동이라는 두 축은 균형을 이룰 때 안정을 찾을 수 있고 두 활동 사이의 에너지가 합쳐질 때 가장 의미 있고 강력한 작업이 탄생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아두이노를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아두이노는 최근 우리가 진행한 많은 자체 프로젝트에 유용하게 사용했다. 디자이너로서 코딩과 전자 도표의 복잡함을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는데 아두이노는 이런 어려움을 상당 부분 해소해준다. 센서 보드나 보호 장치 관련 강좌나 프로젝트 도면을 올리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활용하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최근 런던 골드스미스(Goldsmith) 대학교에서 소형 드론 제작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이 수업에서는 중국의 드론 전문 제작사 산(Hubsan)의 X4 드론 폐부품과 소형 아두이노 마이크로 및 애드어프루트 트링킷 보드(adafruit trinket boards)를 결합해 새로운 기능의 드론을 제작해보기도 했다.

아두이노 외에 자주 활용하는 디지털 제작 장비가 있다면?

3D 프린터 울티메이커2(Ultimaker 2)를 보유하고 있다. 3D 프린터는 내부 부품을 신속하게 만들어내는 데 특히 유용하다. 사실 처음이 기기를 들여왔을 때 우리는 이 프린터 하나로 모든 모형을 쉽게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출부를 만드는 건 악몽처럼 힘들고 프린트할 때 시간도 많이 든다(웃음). 한 번은 바나나 모형 하나를 만드는 데 16시간이 걸렸다! 여러 복잡한 평면 형태를 쉽고 간단하게 절단할 수 있는 레이저 절단기도 자주 사용한다. 앞으로 스튜디오에 CNC 밀링 기계를 들여놓고 싶은 욕심도 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현재 많은 신규 프로젝트 제안을 준비 중이다. 기후 변화에 대한 툴과 툴 키트를 디자인하는 프로젝트, 대안적인 데이터 소유 모델에 대한 프로젝트, 사물인터넷을 새롭게 바라보는 프로젝트도 계획하고 있다.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449호(2015.11)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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