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juro Studio 다주로 스튜디오

디스토피아 세계관과 모험가의 전리품

다주로 스튜디오는 건축을 전공한 정담우, 이준형, 노우영이 2020년에 설립한 디자인 스튜디오이다. 빈티지 가구 편집숍 GUVS가 주최한 제1회 가구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가구 디자인에 뛰어들었다.

Dajuro Studio 다주로 스튜디오

다주로 스튜디오 — 건축을 전공한 정담우, 이준형, 노우영이 2020년에 설립한 디자인 스튜디오. 빈티지 가구 편집숍 GUVS가 주최한 제1회 가구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가구 디자인에 뛰어들었다. 스투파 시리즈, 템플 시리즈 등을 론칭했으며 최근에는 ‘모험가의 전리품을 판매하는 상점’을 콘셉트로 한 브랜드 ‘모닝스타’를 선보였다. 현재는 정담우, 이준형이 스튜디오를 이끌고 있으며, 전시 디자인, 상업 공간 디자인으로 영역을 확장해나가는 중이다. @dajurostudio


다주로 스튜디오의 데뷔작 ‘스투파Stupa’ 시리즈를 보면 폐허가 된 디스토피아 도시에 홀로 서 있는 통신 기지가 연상된다. 불탑처럼 켜켜이 쌓인 구조물을 가느다란 철재 다리가 지탱하는 독특한 형상 때문이다. ‘스투파’는 원래 불교에서 사리를 보관하는 신성한 구조물을 뜻한다. 다주로 스튜디오는 쓰임새를 다했지만 버리지 못하는 물건을 보관하는 용도로 탑 형태의 수납 가구를 디자인했다. 이것이 스투파 시리즈의 첫 에디션인 사이드 테이블이다. 관에 죽은 이를 모시고 못으로 봉인하듯 나무 상자에 물건을 집어넣고 쌓아 올린 다음 기다란 핀으로 고정해 사용한다. 독창적인 모티브를 앞세운 이 가구의 조형성을 토대로 캐비닛, 스툴, 조명 등을 추가해 총 9종의 스투파 시리즈가 완성됐다. 이 가구를 눈여겨본 푸하하하 프렌즈가 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현장 프로젝트의 큐레이터를 맡게 되면서 세운상가 앞 공터에서 열린 〈의심스러운 발자국〉전에 참가하는 기회를 얻었다.

여기서 다주로 스튜디오가 선보인 작업이 스투파 시리즈를 비현실적으로 확대한 조형물 3점으로 구성된 ‘파일론Pylon’ 시리즈다. 참고로 ‘파일론’은 고대 이집트 사원의 관문, 혹은 송전탑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지닌다. “도시가 어떤 일에 휘말려 모두 사라지더라도 저 멀리 들판에서 송전탑은 살아남을 것이다. 어쩌면 송전탑은 도시의 마지막 흔적이 될지도 모른다.” 멸망한 미래 도시에 유물처럼 남겨질 ‘파일론’은 이들의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줬다. 이어서 2022 전주국제영화제 게이트 디자인과 제5회 파주건축문화제의 전시 공간 디자인 기획 등을 맡으며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쌓았다. ‘타이포잔치 2023: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에서 PaTI 중간공간연구소, ‘2023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에서 포스트스탠다즈가 각각 재사용 가능한 파이프 구조물로 전시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전시 디자인의 사례를 보여준 것처럼 다주로 스튜디오 역시 지속 가능한 전시 디자인 문화 정착에 동참하고 있다.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47호(2024.01)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