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 무브먼트
지금, 여기 한국의 디자인 이슈
메이커 무브먼트의 시대는 디자인과 제작자 간의 거리를 한층 가깝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디자이너에게 기대하는 역할 및 영역을 확장,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류에서 가능성과 기회를 발견하려는 디자이너의 적극적인 태도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일 수도 있지만 메이커가 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우선 DIY 커뮤니티에서 필요한 정보를 다운받은 뒤 아이디어를 덧입히는 ‘n차 창작’을 한다. 다음으로 3D 프린터와 CNC 기계 등을 보유한 팹랩 서울, 메이커박스와 같은 메이커 스페이스에서 이를 실체화시킨다. 제품 생산을 위한 자금 조달은 킥스타터, 텀블벅 등의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통해 마련하고 적절한 제조업체는 알리바바 같은 플랫폼을 통해 찾는다. 마지막으로 소셜 펀딩으로 선주문을 받았다면 물건을 발송하고 온라인 플랫폼에서 자신의 작품을 홍보, 판매하면 된다. 이처럼 3D 프린팅과 크라우드 펀딩, 모바일 그리고 소셜 네트워크는 시장의 모든 판도를 바꿨다. 이혜선 이화여대 산업디자인과 교수는 “메이커무브먼트는 2차 산업혁명 이후 제조 시스템에서 디자이너에게 요구됐던 역할과 역량이 확장 재정립되는 단초로 보인다”며 “대량 맞춤 생산을 넘어서 좀 더 개인 맞춤형을 추구하는 마이크로 커스터마이제이션(micro customization)으로 변화하고, 더 나아가 디자이너가 산업 공예를 구현하는 새로운 디자인 생태계가 도래하며 이에 따른 교육의 변화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이전에도 제작 생태계가 존재했지만 새롭게 대두한 이 현상은 디자인과 생산의 관계를 재구조화할 가능성이 높다. 3D 프린터를 비롯해 CNC 기계부터 레이저 커터 등 도구의 발달을 통해 머릿속에만 머물러 있던 아이디어를 신속히 프로토타입으로 만들어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이 사물이나 제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기술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개방성과 공유성의 키워드 역시 주요한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메이커 무브먼트의 시대는 디자인과 제작자 간의 거리를 한층 가깝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디자이너에게 기대하는 역할 및 영역을 확장,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류에서 가능성과 기회를 발견하려는 디자이너의 적극적인 태도다.
관련 기사: 2015년 11월호 ‘3차 산업혁명의 진원지 메이커 무브먼트’ 9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