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간 950여 명이 신진 디자이너들을 배출한 SDF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은 명실상부 디자이너의 등용문이다. 디자인플러스는 내일의 주인공이 될 이들을 릴레이 인터뷰 형식으로 소개한다. 세 번째 주자로 2024 SDF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 참가자인 김정현이 묻고 넘브아카이브 김한표가 답했다.

김정현(이하 김): 먼저 디자이너 김한표를 소개해주세요.

넘브 아카이브(이하 넘): 안녕하세요. 구프 한(Guff Han)이란 활동명으로 익스페리먼탈 브랜드 ‘테스트 아티팩트(Test Artifact)’를 전개 중인 3D 브랜드 디자이너 김한표입니다. 저는 퓨처리즘 스타일을 기반으로 미디어, 실물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금속, 플라스틱, 패브릭 등 다양한 물성의 작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김: 하반기에 새로 론칭하는 브랜드 ‘넘브 아카이브’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세요.

넘: ‘넘브 아카이브’는 ‘테스트 아티팩트’를 운영하며 느낀 여러 고민 속에서 ‘무감각’을 주제로 기획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에요. 그동안 많은 고객이 제 창작물을 스쳐 가며, 내 개인과 브랜드가 세상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과연 내가 세상에 옳은 디자인을 하고 있을까?‘, ’그저 허영심과 과잉 공급 따위를 부추기고 있는 게 아닐까?‘ 사실 이러한 물음에 대해 쉽게 답을 내릴 수 있었어요. 다만 제 디자인의 존재 의의에 대한 질문처럼 느껴져 괜스레 말을 꺼내기 무서웠죠. ‘넘브 아카이브’는 그 질문에 대한 답변입니다. 제 작업의 부정적인 측면들을 긍정하는 과정에서 탄생했어요. 고자극 콘텐츠와 충동적 소비, 그것이 사람들의 진실한 행복과 정체성을 저해한다고 여겼어요. 그리고 모두가 이에 길든 탓에 되려 일상 속 무감각함을 느끼곤 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넘브 아카이브’는 이러한 무심함을 경계하며, 제품과 콘텐츠를 통해 고객과 함께 이를 ’해독(解毒)‘하기 위한 여정을 밟아나가요. 현재 기획으로선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외형을 하고 있지만, 사실 세상과 제 자신을 위한 디톡스처럼 느껴집니다.

김: 기획 과정에 영향을 준 구체적인, 혹은 인상 깊었던 일화가 있었을까요?

넘: 특정 에피소드보단 단편적인 순간의 고민에서 포착했어요. 수백 개의 플라스틱 제품들이 들어있는 박스와 버려진 불량품들, 비슷한 컬러들의 옷으로 채워진 옷장, 뒤죽박죽 정신없이 섞여 있는 숏폼 동영상 알고리즘, 3할도 채우지 못한 일기장. 이런 짧은 신들이 조금씩 모여 앞서 말씀드린 고민을 하게 됐고 여기에 스스로 묻고 답하게 됐습니다.

김: 이번 SDF에서 공개할 디자인을 보면 기존 관념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들이 눈에 띄는데요, 평소 어떤 과정을 거쳐서 제품을 디자인하나요?

넘: 평소 갑자기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메모장에 짧게 적어두곤 하는데, 새로운 작업을 기획할 때 그 메모장 먼저 들여다봅니다. 수년 묵힌 아이디어부터 최근의 아이디어까지, 그중 가장 재밌어 보이는 주제로 작업을 시작해요. 대여섯 글자로 끝나는 빈틈투성이 아이디어들이 대부분이라, 새로운 생각들이 끼어들 공간이 많아요. 그 공간들을 새로운 내용과 비주얼 레퍼런스들로 채우는 과정을 통해 기획을 구체화하죠. 그 이후는 더 명확하고 간단해요. 앞선 과정들을 통해 기획된 내용을 토대로 구현해 내는 작업만 마무리하면 되니깐요.

마지막으로, 전시에 임하는 각오를 듣고 싶네요. 관람객이 한표 님의 전시를 통해 무엇을 얻어갔으면 하나요?

넘: 평소 잘 보여주지 못했던 제 고민을 작업으로 맘껏 풀어낼 생각에 잔뜩 설레어 있습니다. 제 전시가 관람객들에게 짧은 휴식이 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할 것 같아요. 더욱 퀄리티 있는 전시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웃음)

인터뷰 김정현
본래 지리학을 공부했던 그는 경계에 대해 탐구하고 이를 가구로 재해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