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올x샤넬이 전하는 두드리고 흔적을 남기는 것의 가치

"온도와 소리가 깃든 손 : 사계절(四季節)로의 인도"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 끝없이 두드리고, 끝없이 온도로 흔적을 남기는 일의 빛나는 가치. 대장장 정형구와 유리공예가 박지민의 이야기다. 예올x샤넬이 함께 하는 '올해의 장인, 올해의 젊은 공예인' 프로젝트가 올해도 어김없이 공개되었는데, '올해의 장인'에 대장장 정형구, '올해의 젊은 공예인'에 유리공예가 박지민이 선정되었다. 이를 기념해 진행되는 '온도와 소리가 깃든 손 : 사계절(四季節)로의 인도' 전시 기획 및 총괄은 이전과 동일하게 양태오 디자이너가 도맡았다. 한국 공예 후원사업에 헌신하기 위해 재단법인 예올이 매년 진행하는 아름다운 공예 전시에 당신을 초대한다.

예올x샤넬이 전하는 두드리고 흔적을 남기는 것의 가치
(왼) 대장장 정형구 (오) 유리공예가 박지민

재단법인 예올은 우리 문화유산을 아끼고 사랑하며, 전통 공예의 가치를 올바르게 성찰하여 미래의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가고자 노력하는 비영리재단으로, 예올 X 샤넬 프로젝트는 예올의 전통공예 후원사업의 핵심은 ‘예’- 과거와 현재를 잇고(예올이 뽑은 올해의 장인), ‘올’- 현재와 미래를 잇는(예올이 뽑은 올해의 젊은 공예인)을 선정하는 데에 있다. 선정된 장인 및 공예가의 지속가능한 전통 공예품 기획, 개발, 모델링, 생산 및 배포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한국 공예의 미래를 장려하기 위함이다. 예올과 3년째 함께 하고 있는 샤넬은 유서 깊은 장인의 정신을 기리고 기술을 계승 및 발전시키고자 하는 재단법인 예올과 공통된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이에 협력하여 장인을 위한 길을 비추는 등대 역할을 하기 위해 2022년부터 파트너십을 체결한 이후 지속적으로 본 프로젝트에 뜻을 함께하는 중이다.

이번 전시의 기획 총괄을 맡은 양태오 디자이너는 철이라는 거친 속성의 재료마저 아름답고 일상적인 공예로 재탄생시키는 대장장이의 손에 주목한다. 재료의 물성에 대한 관념과 편견을 재구성한 현대적인 일상 도구를 선보이며, 또한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대장장이의 반복과 인고에서 밤과 낮, 계절과 같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일상을 반추하고, 사계절의 순환 속에서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유용한 도구들을 제안한다.


올해의 장인 대장장 정형구 : 두드림의 예술

올해의 장인 대장장 정형구는 대장간들이 사라져가는 현대에도 철을 묵묵히 두드리며 대장간의 명맥을 잇고 있다. 대장장이 공예는 인류의 문명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재인 철을 가공하여 일용품을 만드는 것으로, 농기구부터 문고리까지 일상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도구를 제작하는 공예다.

결혼 후 대장간을 운영하는 장인어른의 뒤를 이어 대장장이의 길로 들어선 장인은 끊임없이 수련하여 실력을 쌓았으며, 숭례문 화재를 계기로 전통 철물에도 도전하여 국가유산수리기능자(철물)가 되기도 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정형구 장인은 전통 소재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내는 디자이너 양태오와 협업을 진행해 대장장이 공예를 현대의 사계절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제작한 일용품을 선보인다. 대장장이의 작업으로 유명한 원예 도구 외에도 화로, 책받침, 접시 등 철 소재를 다양하게 느껴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올해의 젊은 공예인 유리공예가 박지민 : 유리 위로 흔적을 남기다

올해의 젊은 공예인인 유리공예가 박지민은 일상 속의 작은 나뭇잎 혹은 종이 조각 등을 유리 안에서 태우고 그을려 인공적인 색 없이 재와 그을음으로 새로운 유리판을 소성한다. 추상적인 오브제 작업뿐만 아니라 생활 속의 사용성 높은 공예품으로 확장하고 있는 작가의 작업 세계는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유리는 온도에 따라 형태가 변화한다. 세상에 나오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뜨거운 시간이 더 많지만,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된 이후 우리 곁에 자리할 때는 얼음처럼 차가운 상태로 존재한다. 이러한 유리의 대조적인 성질은 마치 인간의 양면성과 닮아있고, 박지민 작가는 유리 위로 자신이 수집한 사물을 태우고 그 흔적으로 남은 그을음과 재를 통해 사라진 대상이 있음을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제시한다.

샤넬과 함께 본 프로젝트를 통해 사라져가는 우리의 대장간 문화를 새롭게 재탄생시킬 수 있어 뿌듯하다.
시대의 흐름 속에 잊혀가는 전통공예가 현대와 잘 어우러져 미래의 새로운 전통이 될 수 있도록 한국 공예를 가꾸고 지켜나가겠다.

재단법인 예올의 김영명 이사장

철을 두드리고 유리에 흔적을 남기는 두 사람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재료 위로 사라지지 않을 자신의 흔적을 남긴다는 것. 대장장이의 두드림으로 완성된 작품 곳곳엔 그의 흔적이 남아있고, 유리공예가가 유리 작품 위에 재료를 태운 흔적은 영원히 그곳에 머무른다. 갈 길이 멀고, 시간이 더디게 흐를지라도 우리의 흔적은 오늘도 아로새겨지는 중이다. 전시는 예올에서 오는 10월 1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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