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적인 디자인이 돋보이는 친환경 콘셉트카 3
자연 친화적인 생활을 위한 모빌리티 디자인
유기적인 디자인이 돋보이는 콘셉트카를 소개한다. 일상 생활의 연장선에서 바라본 모빌리티 디자인을 만나보자.
시대를 막론하고 자연은 언제나 사람들의 생활의 터전이었으며, 영감을 주는 존재였다. 이런 소중한 존재의 고마움을 모른 채 사람들은 무분별한 행동을 이어나갔고, 심각한 환경오염으로 인해 기후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현재, 사람들은 자연의 소중함을 진지하게 깨닫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자연에 영감을 얻는 것은 물론이고, 자연에 최소한의 영향을 주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친환경’, ‘지속 가능한’이라는 단어가 몇 년 사이에 일상에서 흔히 들리며 우리의 일상을 바꾸고 있는 중이다.
우리에게 편안한 이동을 선사하는 자동차는 화석 연료를 활용하여 작동한다. 그리고 자동차가 배출하는 매연으로 인해 공기가 오염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기 배터리로 작동해 매연을 배출하지 않는 자동차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방안들은 내연기관보다 친환경적인 접근 방식으로 느껴진다. 전기차 제조 기업들은 이런 장점을 보다 어필하기 위해, 그리고 공기 저항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유기적인 형태를 선택하고 있다.
메르스데스-벤츠, 비전 AVTR
특히 이런 성향은 기업이 추구하는 철학과 미래를 보여주는 콘셉트카에서 두드러진다. 친환경적인 기술과 유기적인 형태가 조화를 이루었던 콘셉트카 중에서 최근 몇 년 동안 화제가 되었던 차는 메르세데스-벤츠가 2020년 CES에서 선보인 ‘비전 AVTR’이 아닐까 싶다. 이는 메르세데스-벤츠 산하의 전기차 브랜드인 EQ의 최상위 모델인 ‘메르세데스 비전 EQS’의 창의적인 버전으로 친환경 재활용 기술, 사람과 차량 간의 소통 기술, 획기적인 운행 기술 등, 기업이 추구하며 발전시키는 미래 혁신 기술이 모두 담겨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콘셉트카를 위해 환상적인 세계관을 보여준 영화 아바타 팀과 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협업은 성공적이었다. 유선형 차체 디자인과 더불어 주행 시 주변 환경 정보를 분석할 수 있는 바이오닉 플랩(Bionic flaps), 게처럼 움직일 수 있는 운행 기술, 운전자를 생체 인식하여 운행할 수 있는 기능 등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를 통해 차를 기계가 아닌 하나의 살아있는 유기체로 만들고 싶어 했던 자동차 회사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현대자동차, 프로페시 그리고 제네시스
현대자동차에서 2020년에 선보인 콘셉트카 프로페시(Prophecy)는 차량 전면부에서 후면부까지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하나의 곡선’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마치 아름답게 풍화된 조약돌을 연상케하는 유려한 측면 디자인은 간결하지만 섬세한 절제미를 느끼게 했다. 순수함이 느껴지는 곡선이 인상적인 이 콘셉트카에서는 전기 자동차의 장점과 더불어 앞으로 현대 자동차가 나아갈 미래를 제시해 전 세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현대자동차의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제네시스 또한 비전을 정의하는 독창적인 디자인 요소를 반영한 콘셉트카를 선보여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제네시스 마그마, 네오룬 콘셉트, X 그란 베를리네타와 X 그란 레이서 콘셉트, X 트릴로지와 같은 모델 등에서 강렬한 역동성과 더불어 자연에 영감을 받은 우아한 곡선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이를 통해 앞으로 자동차들이 나아가야 할 디자인 트렌드를 함께 알아볼 수 있다.
아슐릭 모빌리티, EK
수많은 자동차 회사가 앞다투어 친환경적이면서도 자연에 영감을 받은 유기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는 가운데, 아슐릭 모빌리티(AZULIK Mobility)가 선보인 전기차, ‘EK’도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모빌리티는 마야 문명의 유적지로 유명한 멕시코 툴룸(Tulum)을 기반으로 하는 아슐릭 부동산(AZULIK Real Estate)의 새로운 개발 지역인 아슐릭 유역(AZULIK Basin) 위해 제작되었다. 이동 수단보다는 자연이 빚은 조각 작품처럼 느껴지는 이 이동 수단은 실제 운행 전 테스트를 하기 위해 제작된 프로토타입이다. 직선 따위는 전혀 볼 수 없는 유기적인 형태는 두 가지 이유로 디자인되었다. 친환경을 추구하는 회사의 철학과 더불어 차 자체가 친환경적으로 제작되고 운행할 수 있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차체에는 친환경 소재로 각광받는 유리섬유가 사용되었다. 이 소재는 친환경 재료로 만들 수 있으며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높은 내구성과 단열성을 가지고 있으며 가공이 쉽기에 건축 및 다양한 분야에서 사랑받고 있다. 외부에 이어 내부에서도 어김없이 친환경 소재들을 만나볼 수 있다. 유기적인 형태로 제작된 스티어링 휠과 중앙 콘솔, 좌석 사이의 홀더 등은 현지에서 자라는 사포테(Zapote) 나무로 제작되어 공간에 특별한 감성을 더한다.
운전석과 누울 수 있는 2인 좌석을 갖춰 총 세 명이 탈 수 있는 이 이동 수단은 2,200W 모터를 내장하고 있으며 후방 카메라 디스플레이, 전기 자동차의 회전 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디지털 타코미터 등을 갖췄다. 컵 홀더 부근에는 휴대폰 및 무선 충전을 위한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 승객의 편의성을 꾀했다. 문이 없는 개방형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가습기까지 구비되어 있는 점에서 세심함이 넘쳐나는 디자이너의 배려를 느낄 수 있다.
최대 속도는 시속 40km이며, 한 번 충전으로 최대 100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배터리 충전에는 8-10시간이 소요된다. 충전 시간이 오래 걸리고, 속도는 느린 편이지만 리조트 내에서 이동하는 전동 카트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한다고 생각하면 부족함 없는 성능이라고 볼 수 있다. 회사 측은 당분간 EK는 단일 프로토타입으로 존재할 것이며, 실제 테스트가 성공할 경우 생산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미래와 자연을 동시에 떠올리게 만드는 이동 수단을 설계한 것은 아슐릭 모빌리티지만, 제작은 멕시코의 프란시스코 우마이(Francisco Uh May)에 자리 잡고 활동하고 있는 로스 패브랩(Roth Fab Lab)에서 맡았다. 이곳은 자연, 조상, 예술이라는 세 가지 기본 요소를 조합하여 유기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는 로스 아키텍처(Roth Architecture) 산하의 스튜디오이며, 전통 공예와 현대 기술을 결합하는 창의적인 작업을 진행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모빌리티의 제작 과정에는 3D 프린팅과 같은 최근 각광받는 제조 기술과 더불어 멕시코의 숙련된 현지 장인 및 지역 공급업체의 노력이 함께 했다. 이 모빌리티에서 미래와 현재, 과거를 모두 느낄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첨단 기술과 장인 정신이 조합을 이뤘다는 점에서 환경 보호와 더불어 현재 주목받고 있는 지역 경제 발전에도 함께 힘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K와 연관되어 있는 회사들의 모회사이자 세계적인 부동산/레저 기업인 ‘아슐릭(AZULIK)’은 ‘로스(Roth)’라고 불리는 에두아르도 네이라(Eduardo Neira)가 설립했다. 또한 그는 지역 사회를 지원하고 협력하며 어린이와 동물 보호, 바다, 정글, 숲의 보존 및 회복에 중점을 두고 있는 비정부 기구 ‘엔챈팅 트랜스퍼메이션(Enchanting Transformation)’의 수장이기도 하다.
그는 모든 프로젝트에서 지역 문화의 보존과 조상의 지혜로부터 지식과 가치의 회복을 장려하여 자연 환경과의 다양한 상호 작용과 보호를 촉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존재 자체와 더불어 지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성찰을 탐구하고 있다. 그런 그의 철학에 따라 자연 친화적인 건축물이 세워지는 것을 비롯하여 환경과 지역 사회를 돕는 일들이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친환경 모빌리티가 탄생한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 아닌가 싶다.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선사하는 이동 수단이 속도나 디자인처럼 예전과 같은 잣대로 평가되는 시기는 이미 지난 듯하다. 아슐릭 모빌리티의 EK가 전 세계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이유는 이들이 추구하는 생활의 연장선상에서 이동 수단을 고려했고, EK가 탄생하기까지 끊임없이 자연 및 주변 지역과 조화를 꾀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디자인은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자동차를 비롯한 이동 수단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들을 짚어준 청사진과 같은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환경을 생각하는 이동 수단을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부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하는 시기가 도래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