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영] 무타 장진영

디자인플러스는 올해 11월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이하 SDF)에 참가하는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릴레이 인터뷰 프로젝트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 디자이너'를 진행한다.

[꼬꼬영] 무타 장진영

22년간 950여 명이 신진 디자이너들을 배출한 SDF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은 명실상부 디자이너의 등용문이다. 디자인플러스는 내일의 주인공이 될 이들을 릴레이 인터뷰 형식으로 소개한다. 일곱 번째 주자로 2024 SDF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 참가자인 링키프로젝트 박은영이 묻고 무타 장진영이 답했다.

광고대행사 기획자 출신인 장진영은 일로 소진한 자신의 내면을 흙으로 채워 넣었다. 이윽고 만난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는 또 한 번 그의 삶을 흔들었다. 브랜드 ‘무타’는 디자이너가 전하는 독특한 위로와 치유의 메시지다. muta.co.kr
박은영(이하 박): 부처상을 모티프로 다양하게 변형한 오브제가 흥미롭습니다. 어떻게 부처상을 주제로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동기나 계기가 궁금합니다. 또한 부처상을 대하는 태도라고 할까요, 종교적 오브제를 다루는 만큼 조심스러운 부분이나 까다로운 부분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장진영(이하 장): 2021년 선보인 ‘컬러 붓다상’이 브랜드 ‘무타’의 발단이었습니다. 다른 두상들에 비해 미적으로 만족을 주는 디자인 오브제였죠. 같은 이유로 많은 분들이 이 제품을 구매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종교가 없습니다. 물론 ‘부처님’이 주는 무게가 없진 않았지만, 종교가 갖는 의미에 너무 의식하진 않으려고 했죠. 그리고 이건 ’부처‘가 아닌 ’레진으로 만든 오브제‘라는 생각이 더 컸습니다. 고객들도 종교적인 의미를 담기보다 오브제로 바라봐 주었고요.  헤르만 헤세의 소설을 통해 고타마 싯다르타를 접하면서 그를 한 명의 위인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그는 스스로 신성시하지 않았고 종교적 칭송을 바라지도 않았죠. 이런 애티튜드가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이래서 그를 따르는 사람이 이렇게 많았구나‘ 싶고요. 그러니 그를 칭송할 게 아니라 그로부터 깨달은 바를 바탕으로 나만의 붓다를 만들어 메시지를 전달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침내 올해 제 개인적 사유를 바탕으로 종교성을 지운 붓다를 만들게 됐습니다.

박: 위안, 정신적 안정 등 심리적 웰빙에 관심이 많은 것 같네요. 이런 주제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가 있나요?

장: 저 자신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했습니다. 사실 저는 디자이너가 아니었습니다. 10년 넘도록 광고 대행사에서 기획자로 일했어요. 그 시간이 무의미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커리어 마지막쯤엔 내 안에 있던 것들이 모두 소진되어 빈 껍데기 같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일을 그만두고 다시는 회사로 돌아가지 않기로 마음먹었어요. 그때 다짐하며 만든 것이 무타입니다. 무타(無他)는 ‘아무런 까닭이 없음’이라는 뜻입니다. 내가 하는 어떤 것에도 의의나 제한을 두지 않고 그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 그게 인간이라면 응당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으로 작명했습니다.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은 시련이자 동시에 치유였습니다. 무타를 통해 부다 오브제를 만났고 부다 오브제로 다양한 고객들과 소통하면서 ‘위로받는 느낌’이라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습니다. 제가 부다 오브제에 끌렸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었습니다. 요즘 종교가 주지 못하는 공감과 위로를 부다 오브제를 통해서는 조금이라도 느꼈던 것 같습니다. 내 생각을 다른 사람들과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이 차오르면서 창작에 대한 욕구 또한 커졌습니다. 이 주제는 곧 제 창작의 연료인 것 같습니다. 창작욕은 도파민 같아서 계속 이 주제에 대해 이쪽저쪽으로 생각해 보게 된 것 같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계속 스스로를 치유해 가고 있고 내 안을 채우는 중입니다. 

박: 어떤 계기로 세라믹 작업을 하게 됐는지, 여러 세라믹 오브제 중 인센스 홀더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장: ‘흙으로 뭔가를 만들어 보고 싶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라미스트들의 유튜브를 미친 듯이 보다가 동네 공방을 검색해서 3달 동안 핸드빌딩 코스 수업을 들었습니다. 그 뒤론 집에 도구를 갖춰 놓고 마구잡이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심취했던지 술을 마시고 들어온 새벽에도 화병 하나를 만들고 잠들 정도였죠. 즉흥에서 생각해 내고 수정해 가면서 작업할 수 있는 방식이 저와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사실 인센스 홀더는 전략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이미 수많은 세라믹 제품이 세상에 넘쳐 났지만, 유독 인센스 홀더만큼은 제 성에 차는 게 없더군요. 고객들도 부다 오브제가 인센스 홀더면 좋겠다고 의견을 주었고요. 다년간 이런저런 형태의 인센스 홀더를 만들면서 연기가 잘 빠지는 구조도 많이 공부했습니다.

박: 소비자층을 어떻게 상정하고 있나요?

장: 특정 세대를 겨냥하고 있진 않습니다. 다만 무타 제품의 구매층을 보면 30대가 가장 많고 그다음이 20대, 40대 순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제가 초반에 인스타그램 광고로 설정했던 타깃인데요. 제가 상상했을 때는 자신만의 가치관, 라이프스타일 등이 뚜렷한 사람이 내 브랜드를 좋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편견이나 고정관념이 없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그래서 선택했던 광고 카테고리가 타투, 힙합, 바(위스키), 바버샵, 서핑, 요가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예상이 정말 딱 맞아떨어지는 것을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꼈어요. 이태원에서 플리마켓을 할 때 온 분들도 정말 자기주장 강한 스타일이었습니다.(웃음) 앞으로는 해외 판로도 개척하고 싶습니다. 아직 시스템이 잡혀 있지 않지만, 이번 SDF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을 통해 다양한 기회가 오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박: SDF 전시는 어떻게 계획하고 있는지도 알려주세요.

장: 전시 참가를 결심한 게 올해 한 일 중 제일 잘한 도전입니다. 외향적인 성격이 아니다 보니 ‘전시 부스를 찾아주는 관람객들과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가 가장 걱정이 되더군요. 그 부분에 대한 계획을 좀 더 보강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시 주제는 ’부다 같은 것‘입니다. 종교가 없지만 붓다 오브제에 위안을 받았던 저처럼 각자 위안을 얻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 중입니다. 전시하는 6개의 BUDA-THING(부다 같은 것)을 보고 가장 마음에 와닿는 것에 투표하면 해당 작품의 포토 카드를 전달하는 이벤트도 기획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이 인터뷰를 읽고 부스를 찾아오는 분이 있다면 부디 마음 편히 말 걸어주었으며 좋겠네요. 떨리지만 얘기하는 것은 아주 좋아합니다!


인터뷰 박은영
브랜드 ‘링키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디자이너 겸 아티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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