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에게 받는 마사지의 느낌은?
일상 속에 스며든 인공지능 로봇
최근 몇 년 동안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전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발전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은, 이 기술들의 발전이 예전부터 예상해왔던 노동 분야의 발전보다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여겼던 창작 분야에서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사람이 몇 시간, 며칠 동안 시간을 들여야 완성할 수 있었던 작품을 인공지능은 몇 분, 몇 초 만에 해낸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로봇 또한 조각, 회화 등 예술 작품을 쏟아내며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고 있는 중이다.
처음에는 이런 결과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선사했지만,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인공지능과 로봇이 함께 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오히려 이 기술들로 인해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면서, 아예 하나의 창작 도구로 인정받고 있는 중이다. 창작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이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되었다. 이제 로봇팔이 커피를 만들어주는 것이 어색하지 않으며, 생성형 인공지능과 대화를 나누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첨단 기술들이 일상에 스며들면서, 이를 활용하여 정서적인 안정감을 선사하는 방법 또한 선보이고 있는 중이다. 하루 종일 기계들에 둘러싸여 삭막함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기계가 다시 인간다움을 느끼게 만들어준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이런 모순적인 아이디어들을 보면 생각보다 기계가 주는 정서적 안정감이 사람 못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사람과 교감하는 인공지능 로봇
올해 초 진행된 CES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무엇보다 인공지능과 로봇이었다. 그중에서도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것은 LG전자와 삼성전자의 로봇이었다고 할 수 있다. LG전자는 ‘가사 해방을 통한 삶의 가치 제고’라는 슬로건으로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를 선보였으며, 삼성전자는 ‘진정한 AI 컴패니언’이라는 슬로건 아래 ‘볼리Ballie’를 선보였다. 형태는 다르지만, 두 로봇 모두 집과 주변 환경의 상태를 파악하여 집 안에 있는 가전 및 IoT 기기를 제어하고, 반려 동물을 돌보며, 집 안의 온도 및 조명 관리 등을 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그와 더불어 이 로봇들의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사람과의 교감’을 염두에 두었다는 것이다. 누구나 귀여워할 외관은 물론이고, 집에 돌아온 이를 맞이하는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반려견의 모습과 닮았다. 인공지능 로봇의 다재다능한 기능에 비하면 이런 기능은 소소할 수 있지만, 사람과 함께 살아가면서 필요한 부분을 고려하고 이를 필수 요소로 여겼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점이었다.
미국 하버드대를 중퇴하고 ‘프렌드Friend‘라는 인공지능 관련 회사를 설립한 아비 쉬프만Avi Schiffmann은 목에 걸 수 있는 형태의 인공지능 기기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지난 7월 30일에 쉬프만은 자신이 설립한 회사 사이트에 ‘행복한 국제 우정의 날’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게시하며 기기를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그가 만든 인공지능 목걸이는 궁극적으로 사용자의 외로움을 해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기의 아이디어는 쉬프만이 도쿄로 출장을 가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프로토타입 단계의 생성형 인공지능 기기와 함께 있었던 그는 인공지능이 창의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것뿐만 아니라 친구처럼 느껴지길 바랐다고 한다. 기기를 통해 대화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기와 함께 여행을 같이 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길 바랐던 것이다. 이런 그의 생각을 바탕으로, 개발 중이던 인공지능 기기는 대화 위주의 단순한 기능을 갖춘 기기로 발전했다.
기기의 기능은 단순히 사용자와 대화를 나누는 것 밖에 없다. 그저 사용자의 상황에 맞춰 응원이나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목걸이를 보며, 영화 <그녀Her>가 떠오르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대화를 통해 사용자에게 따스한 위안을 건네기 때문이다. 만약 이 목걸이를 잃어버린다면? 별다른 백업 기능이 없기 때문에 친구로 여겼던 존재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허탈감이 밀려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쉬프만이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실제 사람 간의 관계를 맺는 것과 유사한 기능을 선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누군가는 사람이 아닌 존재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기기가 쓸모없는 것이라고 여기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언제 어디서나 항상 나를 지지해 주는 누군가가(그 존재가 인공지능이라 하더라도) 있다는 사실은 정서적으로 큰 힘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마사지를 제공하는 인공지능 로봇의 등장
이렇게 인공지능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마사지를 제공하는 인공지능 로봇이 선보여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의 스타트업 에스케이프Aescape는 뛰어난 마사지 경험을 누리는 동시에 자기 관리를 일관되고 접근 가능하며 개인화된 경험으로 재정의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다. 그리고 이들이 선택한 것이 바로 인공지능과 로봇이었다.
인공지능 로봇이 마사지를 한다는 아이디어는 기업의 설립자인 에릭 리트먼Eric Litman의 경험에서 비롯한 것이다. 목 디스크로 고생하던 그는 디스크에 관련된 치료를 받는 동안 개인에 맞춰진 정밀한 마사지를 원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에 대한 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심한다. 장장 7년 간의 연구를 통해 개발된 인공지능 로봇 에스케이프는 웰빙 및 의료 산업에서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로봇이 마사지를 해준다는 것이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이미 우리에게 ‘효도 상품’으로 자리 잡은 안마의자를 생각한다면 그리 어색할 것이 없다. 이 기기가 기존의 안마의자와 다른 점은 마사지를 받는 이의 몸을 제대로 파악하고, 상황과 취향에 맞춰 마사지의 강도나 코스를 변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에스케이프 안에는 전문 마사지 치료사의 노하우, 수년 간의 로봇 연구 및 테스트 결과와 더불어 머신러닝 기술이 있다. 기기는 사용자에 대한 정보를 끊임없이 수집하고 업데이트해 가장 효과적인 마사지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그야말로 기계와 사람의 장점만을 골라서 만든 기기라고 할 수 있다. 리트먼에 따르면, 로봇이 제공하는 30분 마사지는 적어도 실제 마사지 전문가와 함께 하는 1시간과 같다고 한다.
현재 이들의 마사지 로봇은 뉴욕의 스포츠 클럽인 에퀴녹스Equinox의 10개 매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생각보다 로봇이 하는 마사지에 대한 반응은 좋은 편이다. 거대하고 무거운 로봇이 직접 몸을 누른다는 것에 거부감을 느꼈던 사람들도, 기기의 효율적인 마사지 기술에 감탄하고 있는 중이다. 에스케이프로 인해 앞으로 마사지 산업에 큰 지각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회사는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마사지 산업의 문제점을 해결할 것이라 밝혔다. 그리고 이 로봇이 사람으로 이루어진 마사지 치료사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전은 한동안 사회에 혼란과 문제를 발생시켰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너무 빨랐고, 발전을 통해 나온 결과가 사람들의 예상과 너무 달랐기에 생겨난 일들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단점은 개선되고, 장점이 두드러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사람이 만든 여느 기술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을 개선하고 있는 중이다. 이 첨단 기술들이 기존의 기술들과 차별화되는 점은 일상의 불편함은 물론이고, 우리의 감성과 마음까지 어우른다는 것이다. 앞으로 이 기술이 얼마나 더 우리를 놀라게 할지 기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