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BI 리뉴얼
백화점 이상의 경험을 하게 하는 디자인
지난 8월 현대백화점이 새롭게 선보인 BI는 이러한 세태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변화하는 고객의 감성과 트렌드를 지속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기존의 현대백화점 그룹 CI는 ‘신뢰’의 이미지는 구축했으나 오늘날의 고객 감수성에 호소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현대백화점만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이미지가 필요하다는 판단의 결과다.
백화점은 사람들이 원하는 행복, 라이프스타일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곳이다. 당연히 시대의 변화에 따라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오늘날 백화점은 최신 트렌드를 접하는 동시에 문화와 예술을 향유하고 더 나아가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지난 8월 현대백화점이 새롭게 선보인 BI는 이러한 세태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변화하는 고객의 감성과 트렌드를 지속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기존의 현대백화점 그룹 CI는 ‘신뢰’의 이미지는 구축했으나 오늘날의 고객 감수성에 호소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현대백화점만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이미지가 필요하다는 판단의 결과다. “경영적인 측면에서 백화점 서비스의 차별화를 꾀하고, 브랜드 이미지 측면에서는 라이프스타일 리더로서 감각적인 이미지를 추구하고자 했다”는 것이 현대백화점 측의 설명이다.
이렇게 탄생한 새로운 BI는 현대백화점의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드러내는 콘셉트로 디자인했다. 브랜드 전략과 베이식 시스템을 담당한 디자인전문 회사 베이스(Base NY)는 ‘현대(現代)’에 내포된 의미 ‘지금 이 순간, 이 시대’에 주목했고 이것이 초반 콘셉트 전개의 토대가 되어 공감대를 형성했다. 새로운 브랜드명 ‘THE HYUNDAI’는 백화점으로 한정짓지 않는 복합 공간으로서 현대 백화점을 의미하는 것.
브랜드의 성격은 과거와 현재의 상반된 가치가 섬세하고 우아하게 공존하는 ‘듀얼리티(innate duality)’로 재정립했다. 현대백화점의 과거 유산과 오늘날 시대가 원하는 니즈가 만나 공존하고 서로 상반되는 가치를 통해 대비와 조화의 활력을 주도록 한 것이다. 한편 새로운 BI를 다양한 매체와 분야에 효과적으로 적용시키는 것은 스튜디오 fnt의 역할이었다. 스튜디오 fnt는 ‘듀얼리티’를 단순한 디자인 콘셉트가 아닌 ‘듀얼 H(Dual H)’라는 그래픽 디바이스로 개발해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ㆍ채널에 BI 디자인을 전개하도록 했다. 지점 내 환경은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본사 디자인팀을 거치지 않고 현장에서 바로 진행될 때가 많고 점포 간 특성과 차이도 존재한다는 점을 간파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요즘 기업의 아이덴티티는 적용 분야에 따라 디자인 요소를 지속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관건이므로 실질적인 관리를 위해서도 좋은 전략인 셈이었다. 이 밖에도 스튜디오 fnt는 브랜드 전략의 확장, 한 글 로고, 그리고 모든 애플리케이션 디자인을 담당하며 다양한 얼굴을 가져야 하는 유통업의 특성상 로고타이프나 심벌이 너무 지배적인 요소로 작용하지 않도록 했다.
새롭게 바뀐 현대백화점의 BI를 적용하는 분야는 아웃도어 사인부터 광고, 패키지, 디스플레이, 명함, ID 카드 등의 서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특히 지난 8월 복합 문화 공간을 표방하고 스마트 쇼핑 시스템과 체험형 매장을 결합하는 등 새로운 니즈를 반영하며 문을 연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눈에 띄는 변화를 확인할 수 있을 것. 시대의 변화,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백화점의 기능과 존재 의미가 달라진다면 아이덴티티 디자인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번 현대백화점의 BI 리뉴얼 프로젝트는 브랜드의 자산 가치는 남기면서 시대에 적합한 디자인으로 업데이트해나가는 지혜가 엿보인다.
Interview
장영신 현대백화점 디자인팀 팀장
박이랑 현대백화점 디자인팀 총괄
“한 사회의 라이프스타일 리더의 역할에서 백화점의 정체성을 찾았다.”
이번 BI 리뉴얼 과정에서 가장 주력한 것은 현대백화점이 지닌 고품격 명품 백화점으로서의 브랜드 포지션을 반영하고 전통성과 현대적 감수성의 조화를 이루어내는 일이었다. 다시 말해 현대백화점만의 고유한 헤리티지와 현대적 감수성, 변치 않는 신뢰의 이미지와 다이내믹한 트렌드 등 상반되는 특성에서 양쪽의 균형을 잡고자 했다. 그 결과 ‘듀얼리티’라는 콘셉트로 도출되었고 전 디자인 영역에 이 개념을 반영하도록 진행했다. 또 기존의 ‘HYUNDAI DEPARTMENT STORE’라는 영문 워드마크에서 ‘HYNDAI’만 남기고 삭제하는 꽤 과감한 시도를 하기도 했다. 그만큼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기존 백화점 사업에 한정된 브랜드 이미지를 탈피하고 리테일 경험 외에도 다양한 경험의 총체적 공간으로서 백화점을 제시하고 싶다는 공감대가 내부적으로도 있었던 것 같다. 현재 새로운 얼굴로 오픈한 판교점에 대한 반응은 우리가 기대한 것보다 훨씬 좋다.
Interview
유민경(Min Lew) 베이스 파트너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전통과 현대, 두 가지 서로 다른 가치와 조화로운 균형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베이스에 대해 소개해달라.
베이스는 브랜드 전략과 아이덴티티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글로벌 디자인 에이전시이다. 1993년 벨기에에서 설립했으며 현재 50여 명의 그래픽 디자이너, 아트 디렉터, 마케팅 및 기획 전문가가 뉴욕과 브뤼셀, 제네바 오피스에서 근무하고 있다. 루이비통 파운데이션, 미쏘니 등 세계적인 프리미어 브랜드 외에도 뉴욕 현대미술관, 올림픽 박물관 등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현대백화점’이라는 브랜드의 어떤 점에 초점을 맞췄으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이었나?
현대백화점 BI 리뉴얼 작업은 최적의 균형을 맞추는 과정이었다. 따라서 ‘어떻게 하면 현대백화점 브랜드의 강점을 살리면서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해야 했고 그 결과가 바로 ‘THE HYUNDAI’였다. 백화점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HYUNDAI’에 ‘THE’를 붙임으로써 고객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새로운 브랜드, 복합 공간으로 포지셔닝하고자 한 것이다. 바로 이것이 쇼핑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는, 현대백화점만의 차별점이라 생각했다. 또한 같은 맥락에서 ‘지금 이 순간, 이 시대’를 뜻하는 ‘현대’의 본래 의미로 되돌아가 이를 강조하기 위해 ‘Today, Since 1968’을 태그 라인으로 제안했다.
현대백화점의 새로운 BI, 아이덴티티 디자인의 콘셉트는 무엇인가?
전략 수립에 이어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개발할 때도 비주얼을 중심으로 균형을 맞추는 작업에 초점을 두었다. 메인 로고는 헤리티지와 고전성을 상징하는 중앙의 축을 중심으로 디자인하고 서체는 세리프와 산세리프를 조합해 현대적이면서도 세련된, 샤프하면서도 부드러운 이미지를 부여했다. 또 그래픽 시스템이나 주 색상을 선정하는 과정에도 같은 논리를 적용해 ‘진중함’을 상징하는 진한 녹색과 의외의 색상인 라일락 핑크를 조합해 고전과 현대를 동시에 표현하고자 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난관이었던 점은 무엇이었으며 어떻게 해결했나?
원거리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BI는 기업의 리더들이 브랜드가 지향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돌이켜보고 새롭게 정의하는 과정에서 탄생한다. 당연히 매우 중요하면서도 미묘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BI 개발을 위해서는 클라이언트와 긴밀하게 협조해야 하고 얼굴을 맞대고 고민하는 서로간의 상호작용이 큰 도움이 된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반복적인 화상 회의로 이런 물리적인 거리를 좁힐 수 있었다.
Interview
이재민 스튜디오 fnt 실장
“백화점 브랜드 활동에 따라 BI를 쉽고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백화점 BI 리뉴얼에서 스튜디오 fnt가 진행한 개발 범위, 맡은 역할은 무엇인가?
현대백화점이 베이스에 의뢰했던 로고타이프와 컬러 정책을 바탕으로 전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담당했다. 브랜딩의 핵심 콘셉트인 듀얼리티를 표현하기 위한 그래픽 모티브인 ‘듀얼 H’ 개발과 국문 로고타이프를 포함하여 컬러 시스템의 정교화ㆍ세분화 등 기본 작업과 애플리케이션 전체를 디자인했다. 사이니지, 쇼핑백, DM, 기타 인쇄물의 편집 디자인 가이드, 선물과 주류 패키지, 리본을 비롯해 가격 및 원산지 표시와 주차 티켓까지, 백화점에서 소비자와 만나는 크고 작은 접점의 전부를 커버하는 작업이었다.
전체적인 콘셉트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이었나?
이번 브랜드 리뉴얼의 콘셉트는 듀얼리티 개념이다. 이에 2개의 H가 서로 유기적으로 엮인 형태인 그래픽 모티브 ‘듀얼 H’를 여러 수위의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각화했다. 2개의 라인이 엮인 형태는 ‘백화점과 고객’, ‘전통과 현대’ 등 다양한 의미로 해석할 수 있고, 마치 선물 포장의 리본과 같은 긍정적인 인상을 주기도 한다. 또한 BI의 기본 조형은 기존 현대백화점의 디자인과 괘를 함께하면서도, 스케일과 위치 변화를 통해 다양한 인상과 역할을 가지고 새로운 그래픽 시스템으로 발전시켜나갈 수 있도록 했다.
백화점이라는 쇼핑 문화 공간의 BI를 적용, 작업하는 데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무엇인가?
백화점은 그 자체가 강력한 브랜드이자 수많은 제품과 브랜드를 담아내는 곳이다. 따라서 ‘듀얼 H’ 그래픽 디바이스를 통해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아이덴티퍼(identifier)와 효과적인 정보 전달을 위한 컨테이너(container), 이 두 가지로 기능할 수 있는 시각 언어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또한 다양한 디자인 업무가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백화점의 영업 특성을 고려하여, 사용하기 쉽고 유동적이면서도 브랜드 전반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디자인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프로젝트명 현대백화점 BI 리뉴얼
발표 시기 2015년 8월
프로젝트 기간 2014년 5월 ~ 2015년 8월
기획 총괄 장영신 현대백화점 디자인팀 팀장
프로젝트 총괄 박이랑 현대백화점 디자인팀 총괄
프로젝트 매니저 김수은 현대백화점 디자인팀 디자이너
디자인 애플리케이션 박이랑, 김수은, 장영제 현대백화점 디자인팀
브랜드 네이밍 베이스 NY
브랜드 아이덴티티 크리에이티브 디렉션 김희선 스튜디오 fnt 실장, 베이스 NY
브랜드 아이덴티티 아트 디렉션 이재민 스튜디오 fnt 실장, 베이스 NY
브랜드 전략, 국문 로고 디자인 스튜디오 fnt
브랜드 전략, 영문 로고 디자인 베이스 NY
브랜드 애플리케이션 그래픽 디자인 이혜현, 이건정 스튜디오 fnt 디자이너, 베이스 NY
에디토리얼 디자인 이혜현, 이건정 스튜디오 fnt 디자이너
공간 사이니지, 인포그래픽 디자인 이혜현, 이건정, 조형원 스튜디오 fnt 디자이너, 최환욱, 유혜영 윤혜영 현대백화점 디자인팀
사진 이재민, 김희선 스튜디오 fnt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