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에 취하고 음에 매료되는 곳, 티 에디트 ①

빛고을 광주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공간

1962년 지어진 한옥을 리노베이션 한 티 하우스 '티 에디트'는 차 문화와 정신을 대표하는 광주광역시 학동 의재로에 자리한다. 과거의 유산과 동시대의 감각을 한 공간 안에서 섬세하게 풀어낸 이곳에서 빛고을 광주와 차 문화를 한층 깊이 만날 수 있다.

향에 취하고 음에 매료되는 곳, 티 에디트 ①

광주광역시 학동 의재로. 이곳은 해방 이후 광주 무등산 자락의 다원을 인수해 전라남도 다맥(茶脈)을 이어온 의재 허백련 선생의 차 정신이 깃든 곳이다. 광주와 전남 지역의 차를 선별해 소개하는 티 하우스 ‘티 에디트‘는 의재로에 자리한다. 티 에디트에서 차를 우려 내놓는 팽주(烹主) 남수연 대표는 이를 두고 우연이 아닌 필연이라고 소개한다. 그만큼 의재로는 차 문화와 정신을 대표하는 곳이다. 하지만 티 에디트가 눈길을 끄는 건 비단 의재로에 자리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1962년 지어진 한옥을 리노베이션 한 공간 디자인부터 무등산의 주상절리로부터 영감을 얻은 조경 디자인, 오방색과 오간색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키 컬러, 국창 임방울 선생의 소리를 가미한 플레이리스트 등 과거의 유산과 동시대의 감각을 한 공간 안에서 섬세하게 풀어내기 때문이다. 빛고을 광주와 이곳의 차 문화를 한 층 더 깊이 알고 싶다면 ‘티 에디트’를 놓치지 말 것!


남도의 차 문화가 피어나는 곳, 의재로

티 에디트 실내로 향하는 입구 모습

지난해 12월 광주광역시 학동 의재로에 ‘티 에디트’를 오픈했습니다. 어느덧 반년이 지났는데요. 짧은 기간이지만 선보여 온 콘텐츠나 전하는 이야기의 결을 보면 내공이 남다른 곳이라는 게 느껴집니다. ‘티 에디트’를 구상해 현재까지 운영 중인 소회가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티 에디트를 운영하고 있는 이곳의 팽주(烹主), 티 소믈리에 남수연입니다. 티 에디트를 지난겨울에 오픈했는데 어느새 여름을 지나고 있네요. 그간 많은 분들이 이곳을 찾아 주셨는데요. 60년 된 기와집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다 보니 계절과 시간의 변화가 더 빠르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티 에디트가 자리한 위치가 흥미롭더군요. 광주 학동 의재로. 광주의 구도심인 이곳은 무등산 초입이기도 하면서, 그 지명이 ‘남종화의 대가’ 의재 허백련 화백의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들었어요. 찾아보니 조선 후기의 ‘화맥’ 뿐만 아니라 해방 이후 무등산에 삼애다원을 가꾸고, 춘설차를 재배하며 ‘차맥’을 이어오신 분으로 유명하더라고요. 티 에디트가 이 자리를 고집한 이유와도 맞닿아 있는 지점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춘설차의 가장 큰 특징은 당대 최고의 한국 화가였던 의재 선생이 직접 채엽하고 제다 한 차라는 점이에요. 미(美)와 예술이 맞닿아 있는 음료인 거죠.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런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실재하지는 않지만 비유를 하자면 마르셀 뒤샹이나 바실리 칸딘스키가 직접 프랑스에서 차밭을 가꾸며 만든 홍차인 셈이죠. 허백련 선생의 동상이 서있는 이곳에 자리 잡은 것은 저에게는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었어요.


과거와 현재를 잇는 디자인

티 에디트를 둘러싼 공간 디자인과 그래픽 디자인도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특히 1962년에 무등산 소나무로 지어진 한옥을 리노베이션 했다고요. 듣기로 리노베이션이 새로인 건축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기존의 것을 얼마큼 남기고, 또 버려야 할지 정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던데. 티 에디트는 과거 한옥의 무엇을 살리고, 어떤 부분에 변화를 가미했는지 궁금합니다.

60년 된 한옥에 켜켜이 쌓인 시간의 깊이를 오롯이 담고 싶었어요. 현대적인 요소들이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지난 흔적을 없애기보다는 공간에 맞게 재구성했습니다. 최근 LVMH코리아오피스와 씨에스호텔앤리조트, 남춘천CC 클럽하우스 등 공간 프로젝트를 수행한 ‘아즈에스앤비’에서 리노베이션을 진행해 주셨는데요. 기존 한옥의 기와지붕과 서까래, 대들보와 기둥, 마루 등의 틀을 보존했습니다. 여기에 고유의 질감을 살리면서 모던하게 형태를 다듬은 가구와 유리, 금속 등의 마감재를 입혔어요. 색은 오방과 오간을 포인트로 사용했고요. 어려웠지만 그만큼 재미있는 작업이었습니다.

무등산 명승으로 꼽히는 지공너덜과 주상절리에서 볼 수 있는 암석에서 영감을 얻었다.

한옥을 둘러싼 정원도 인상적인데요. 어떤 분위기와 이미지를 상상하셨던 걸까요?

정원이 널찍하게 자리해 한옥이 멀리서도 온전히 잘 보이는 특징을 살리고자 했어요. 손님들이 마루에 걸터앉기도, 정원을 거닐기도 하면서 개방감을 느꼈으면 했고요. 석재는 무등산 명승인 지공너덜이나 주상절리에서 보이는 화산암과 심성암의 소재로부터 영감을 받아 선택했고, 식물은 공간의 향을 구성하는 금목서와 오죽, 모과나무와 살구나무를 식재했습니다.

한옥이 주는 고즈넉함에 취하려던 찰나 반전 매력을 보여준 것이 티 에디트의 그래픽 디자인인데요. 로고부터 심볼, 포스터, 키 컬러 등 세련된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래픽 디자인의 콘셉트나 키워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그래픽 디자인은 공간과 맥락을 같이하는데요. ‘전통과 현대의 조화’가 비주얼을 구성하는데 가장 중요한 미션이었습니다. 리노베이션을 끝내니 공간이 다소 묵직하고 고루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해서 보다 컨템퍼러리 한 감도를 구현하는 방향으로 디자인 에이전시와 논의하며 비주얼을 완성했습니다.

한편 실내에서는 차를 음미하는 경험을 위해 인테리어와 분위기 조성에 공을 많이 들이신 걸 느낄 수 있는데요. 의자와 테이블, 차반과 차기 그리고 국창 임방울의 소리를 이은 로파이 믹스 음악까지. 이외에도 티 에디트에서 놓쳐서는 안 될 디테일이 있다면요?

많은 시간 공을 들인 음악 구성과 예술작품 매칭의 디테일을 놓치지 않으셨으면 해요. 능력 있는 사촌 언니들의 도움을 받았죠. (웃음) 버클리 음대를 졸업하고 엔터테인먼트사에서 음반 A&R을 하는 언니가 음악을 큐레이션 해주었어요. 제가 내어준 한국차를 마셔보더니 청아함과 차분한 느낌이 로파이와 릴렉스드, 칠아웃 등의 장르와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직접 믹스를 만들어 주면서 이 도시의 음악적 유산을 살리고자 임방울 선생의 소리 원음을 넣어주었어요. 그렇게 해서 이곳만의 믹스를 완성했습니다.

또한 광주에 있는 한국차의 특징은 차와 예술이 맞닿아 있다는 점입니다. 의재 허백련 선생과 의재로를 기반으로 활동했던 ‘연진회’ 회원들의 한국화를 우리의 차와 매치하고 싶었어요. 마침 또 다른 사촌 언니가 대림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디뮤지엄의 전시 큐레이터로 일했었던 터라 이러한 고민을 두고 이야기 나눌 수 있었는데요. 함께 한국차를 마시면서 작품 큐레이션과 매칭을 도와준 기억이 나네요. 서울옥션과 케이옥션 경매에서 작품을 낙찰받거나 서울 북촌 등지의 갤러리에서 그림을 구입했습니다. 컬렉팅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어요.

▼기사는 2편으로 이어집니다.
향에 취하고 음에 매료되는 곳, 티에디트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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