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간 950여 명이 신진 디자이너들을 배출한 SDF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은 명실상부 디자이너의 등용문이다. 디자인플러스는 내일의 주인공이 될 이들을 릴레이 인터뷰 형식으로 소개한다. 열한 번째 주자로 2024 SDF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 참가자인 백주용이 묻고 삼삼칠 송예진이 답했다.

백주용(이하 백): 전개 중인 브랜드와 본인 소개 부탁합니다.

송예진(이하 송): 전통 기법을 바탕으로 자연의 포슬포슬한 감촉과 가벼운 아름다움을 천천히, 정성스럽게 담아내고 있는 송예진(삼삼칠)입니다. 옻칠의 전통 기법 중 하나인 협저기법(건칠)을 활용해 자연의 섬세함을 담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백: 협저기법에 대한 자세한 소개 그리고 이 기법을 다루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송: ‘협저기법’은 흙이나 아이소핑크 등으로 원형을 먼저 제작한 후 그 위에 삼베나 모시를 여러 번 옻칠해 기형을 완성하는 전통 기법입니다. 저는 학교에서 옻칠을 접하면서 이 기법을 배우게 되었는데, 부드러운 성질의 섬유들이 옻칠과 만나 단단해지는 과정을 지켜보며 그 물성의 변화가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무게가 제법 나갈 거라는 예상과 달리 가벼운 느낌을 준다는 점도 놀라웠고요. 이처럼 협저기법이 주는 물성의 매력에 깊이 빠지게 되었습니다.

백: 이번 SDF 전시는 어떻게 계획하고 있나요?

송: 전시 방식에 대해 고민이 많지만, 일단 작업이 테이블웨어인 만큼 집안에서 실제 사용하는 것처럼 쓰임을 보여주는 형태로 전시를 구성할 생각입니다. 이를 통해 관람객이 작품을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상상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백: 주로 자연에서 영감을 받는다고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요소를 참고하고 있나요? 영감을 얻는 주된 방식도 궁금해요.

송: 의도적으로 어떤 구체화된 자연 요소를 찾기보다 길을 걷거나 여행하는 중간에 우연히 마주치는 형태나 질감에 자연스럽게 끌리는 편입니다. 나뭇잎의 독특한 곡선, 바위나 나무껍질의 질감, 바람에 흔들리는 풀들의 움직임처럼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는 자연의 다양한 모습이 작품에 원천이 됩니다. 일상과 자연의 평범한 형태에 오히려 매력을 느끼고, 그 감각을 작품에 담아내고자 노력합니다. 영감을 얻는 과정은 굉장히 직관적이고, 호기심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백: 이번에 공개하는 작품 외에 앞으로 시도해 보고 싶은 제품군이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송: 현재는 테이블웨어를 중심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협저기법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만큼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도 많습니다. 그중 하나를 꼽자면 협저기법의 특징인 가벼움을 살려 테이블이나 장 같은 가구를 만들고 싶습니다. 또한 불과 관련된 작품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옻칠은 불에 강하다는 특징이 있거든요. 제게 옻칠을 가르쳐준 무형문화재 선생님이 과거 지인의 옻칠 공방에 불이 났지만, 옻칠한 작품들은 남아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습니다. 그때부터 줄곧 ‘언젠가는 불과 관련된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다’라고 생각했어요. 앞으로 새로운 도전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많은 응원 부탁합니다.(웃음)

백주용
몰입의 경험을 선사하는 가구를 디자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