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최초의 박물관 전시, 〈나이키: 형태는 움직임을 따른다〉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에서 만나는 나이키 아카이브 전시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에서 나이키(Nike) 브랜드 최초의 아카이브 전시가 열린다. '나이키 아카이브 부서'에서 엄선한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를 만나보자.
1972년 설립 이후 50여 년간 꾸준히 성장해 온 나이키(Nike)는 현재 전 세계 스포츠용품 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스포츠 의류, 신발뿐만 아니라 스포츠용품 전반에 걸쳐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며 스포츠 산업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현재 나이키는 연간 500억 달러(약 66조 원)가 넘는 매출을 기록하며 탄탄한 재무 구조를 바탕으로 끊임없는 연구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수백 명의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그리고 세계 최고 수준의 운동선수들이 함께 협업하여 재료 공학, 생체 역학, 인체 공학 등 다양한 분야의 최신 기술을 접목한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스포츠와 패션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나이키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전시
이런 가운데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Vitra Design Museum)에서 나이키의 과거·현재·미래를 총망라하여 둘러볼 수 있는 전시를 진행할 계획을 밝혔다. 오는 9월 21일부터 2025년 5월 4일까지 진행되는 <나이키: 형태는 움직임을 따른다(Nike: Form Follows Motion)>서는 대학생이었던 육상 선수와 코치가 의기투합하여 시작했던 초창기부터 미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브랜드가 되기까지,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나이키에 대한 모든 것들을 만나볼 수 있다. 브랜드의 자체 아카이브인 ‘나이키 아카이브 부서(Department of Nike Archives, 이하 DNA)’에서 엄선한 작품들을 대중에 최초로 선보이는 자리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는 전시가 아닐까 싶다.
오랫동안 우리는 디자인과 스포츠에 대한 전시회를 개최하고 싶었습니다. 나이키에 접근했을 때, 우리는 그들의 놀라운 디자인 아카이브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전시회에서 한 번도 선보인 적이 없는 거대한 보물이었습니다. 그것이 이 전시회의 아이디어가 탄생한 방식이었습니다. 이 전시회는 단일 브랜드의 관점에서 디자인에 집중하고, 디자인 개발 과정을 보여주는 매혹적인 물건을 전시할 독특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중 일부는 전에 한 번도 전시된 적이 없었습니다.
마테오 크리스(Mateo Kries), 비트라 디자인 박물관 관장
전시는 연대순으로 구성된 4개의 섹션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트랙(Track)’, ‘에어(Air)’, ‘감각(Sensation)’ 세 가지 주제의 전시장에서는 각각 나이키 초창기, 전성기가 시작된 1980년 대의 모습, 스포츠와 환경에 관련된 연구와 개발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이어 마지막 전시장에서는 나이키가 진행해 왔던 다양한 협업을 보여주는 자리가 이루어져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시에는 와플 트레이너(Waffle trainer), 에어 포스 원(Air Force One), 샥스(Shox)와 같은 브랜드의 상징적인 모델에 관련된 실험적인 프로토타입을 포함한 희귀품과 신발 및 의류에 대한 독창적인 디자인 연구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와 더불어 다이앤 카츠(Diane Katz), 팅커 햇필드(Tinker Hatfield), 에릭 아바(Eric Avar)와 같이 획기적인 디자인을 펼쳤던 나이키 내부 디자이너와 마크 뉴슨, 꼼 데 가르송, 버질 아블로와 같은 외부 디자이너의 창의적인 디자인도 함께 소개될 예정이다. 나이키의 디자인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모든 운동선수들의 헌신 또한 엿볼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나이키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전시의 첫 섹션 ‘트랙(Track)’에서는 나이키의 시작을 알리는 발자취를 따라갈 수 있다. 1972년 ‘나이키’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알려지기 훨씬 전, 1950년대 미국 오리건 대학교에서 만난 육상 선수 필 나이트(Phil Knight)와 코치 빌 바우어만(Bill Bowerman)은 운동선수의 기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고의 운동화를 만들고자 하는 꿈을 품었다. 그리고 이들의 열정은 1964년 ‘블루 리본 스포츠(Blue Ribbon Sports, 이하 BRS)’라는 회사 설립으로 이어졌다. 초기 BRS는 해외의 우수한 운동화를 수입하여 판매하는 사업을 중심으로 운영되었지만, 필 나이트와 빌 바우어만은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과 디자인을 연구하며 스포츠 용품 시장에 혁신을 불어넣고자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BRS의 초기 직원과 고객 대부분은 아마추어와 대학 주자들이었고, 몇몇 전문가가 브랜드 홍보를 도우는 정도였다. 그러나 이 때부터 이들은 항상 운동선수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선수들이 진짜로 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지속적인 연구는 선수들의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이는 나이키의 핵심 디자인 원칙 중 하나가 되어 브랜드 성장의 원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신발 생산 라인을 구축하게 되면서 회사의 이름은 나이키로 변경되었고, 스우시(Swoosh) 로고도 함께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전시에서는 이런 이야기들과 더불어 빌 바우어만이 주방에서 최초로 와플 솔(Waffle Sole)을 개발한 사연이나 타이틀 나인(성차별 금지법) 이전 시대의 스포츠 분야에서 큰 영향력을 세웠던 흑인 여성 운동선수 팀인 테네시 주립 대학교의 타이거 벨스(Tigerbelles)에 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문화 아이콘이 된 스포츠 브랜드
두 번째 섹션 ‘에어(Air)’에서는 나이키가 스포츠 브랜드를 넘어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던 1980년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러닝화 시장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나이키는 농구, 테니스, 풋볼 등 다양한 스포츠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스포츠 스타들을 후원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특히, 당대 최고의 농구 선수였던 마이클 조던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출시된 에어 조던 시리즈는 농구 팬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으며 스포츠 마케팅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또한, ‘저스트 두 잇(Just do it)’이라는 강렬한 슬로건과 함께 TV 광고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며 대중들에게 나이키라는 브랜드를 깊이 각인시켰다. 이러한 노력은 나이키를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섹션에서는 나이키 디자인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는 에어 맥스의 탄생 비화를 만나볼 수 있다. 건축가 출신의 디자이너 팅커 햇필드가 프랑스 파리의 퐁피두 센터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디자인한 에어 맥스는 밑창에 숨겨져 있던 에어 유닛을 외부로 드러내 보임으로써 신발 디자인에 혁신을 가져왔다. 전시에서는 에어 맥스의 초기 디자인 스케치부터 에어백 프로토타입, 그리고 에어 유닛을 개발한 프랭크 루디(Frank Rudy)의 테스트 기계까지 다양한 자료를 통해 에어 맥스의 탄생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특히,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디자인의 매력은 관람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나이키의 미래를 말하다
세 번째 섹션 ‘감각(Sensation)’에서는 나이키의 혁신적인 기술력을 엿볼 수 있는 나이키 스포츠 연구소(Nike Sport Research Lab)를 심층적으로 다룬다. 세계 최대 규모의 스포츠 연구 시설 중 하나인 이곳에서는 운동선수들의 움직임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욱 향상된 성능을 위한 첨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환경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속 가능한 소재 개발과 생산 프로세스 개선을 위한 연구를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중이다.
이 섹션에서는 맨발에 가까운 느낌이 들 수 있 러닝화 나이키 프리(Nike Free), 마라톤에서 2시간 장벽을 깨기 위해 만들어진 베이퍼 플라이Vaporfly, 성능과 소재 혁신을 연구하여 탄생한 플라이니트(Flyknit) 등과 같이 전 세계 러너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모델들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둘러볼 수 있는 자리가 펼쳐진다. 그와 더불어 2000년대 초반의 첫 재활용 프로젝트에서 현재의 이니셔티브에 이르기까지, 환경을 위한 나이키의 노력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우리는 상징적인 제품의 진화에 대한 관심 외에도 나이키를 둘러싼 더 큰 사회적, 역사적 맥락을 살펴볼 것입니다. 지난 50년 동안 스포츠는 트랙과 코트를 넘어 인체에 대한 우리의 인식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습니다. 예를 들어, 성 역할에 대한 개념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저희 전시는 회사가 성능과 최적화에 대한 초기 시절에서부터 더 큰 다양성과 포용성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변화하는 역학을 어떻게 선동하고 대응했는지 보여줍니다. 나이키의 디자인 전략을 살펴보면 더 큰 문화적 그림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글렌 애덤슨(Glenn Adamson), 전시 큐레이터
네 번째 섹션에서는 나이키에 있어 흥미롭고 때로는 터무니없는 신발 디자인 50가지 사례를 전시한다. 패션 디자이너, 크리에이티브 그룹, 커뮤니티 등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다양한 신발들은 전시를 찾은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와 더불어 나이키가 제작한 뮤직비디오 및 소셜 미디어 영상을 통해 새로운 트렌드와 가치를 형성하려는 브랜드의 노력도 엿볼 수 있다.
이 섹션은 디자인과 스포츠의 만남이 단순한 성과를 넘어, 인간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데 기여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추구하는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 다양성과 포용의 중요성, 그리고 끊임없이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는 인간의 호기심을 디자인과 스포츠라는 매개체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브랜드의 역사와 더불어 브랜드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모델들,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의 노력이 녹아든 협업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 나이키의 이번 전시는 전 세계 사람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러닝이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러닝화로 시작해 번성한 브랜드의 역사를 둘러보는 전시는 브랜드뿐만 아니라 브랜드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도, 그리고 디자인에 관심 있는 모든 이들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전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