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영] 디자이너 심주용
디자인플러스는 올해 11월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이하 SDF)에 참가하는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릴레이 인터뷰 프로젝트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 디자이너'를 진행한다.
22년간 950여 명이 신진 디자이너들을 배출한 SDF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은 명실상부 디자이너의 등용문이다. 디자인플러스는 내일의 주인공이 될 이들을 릴레이 인터뷰 형식으로 소개한다. 열 세 번째 주자로 2024 SDF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 참가자인 스웨터하우스가 묻고 심주용이 답했다.
스웨터하우스(이하 스): 수많은 사물 중 스피커에 ‘꽂힌’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심주용(이하 심): 제 작업은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라는 오랜 명제에 대한 의문으로 출발합니다. 기능 우선주의가 만들어낸 형태와 기능의 일대일 대응에 대한 강박이 사물의 잠재된 쓸모를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생각한 것이죠. 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선 사물에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했습니다. 첫째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능성을 상실했다고 여겨지는 공업 문명의 산물이어야 했고, 둘째는 사람들에게 미시감을 일으킬 수 있는 이면의 모습이 존재해야 했죠. 이 둘을 충족시키는 사물 중 하나가 스피커 부품이었습니다. 작품의 주재료인 ‘Speaker Horn’은 본래 소리를 확장하는 목적으로 제조되었습니다. 하지만 입체적 소리 구현의 어려움, 복잡한 설계 등의 이유로 현대 음향 시스템에서 잘 쓰이지 않는 추세이죠. 저는 이 부품의 조형과 구조를 재해석해 새로운 기능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를 가구에 대입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기능 우선주의에서 벗어난 사고가 형태 안에서 열린 행위와 창의적 행위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죠.
스: 본래 건축 분야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압니다. 이번 SDF에서 가구 디자인을 선보이는 이유가 궁금하네요. 건축과 가구 사이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심: 건축가의 초기 작품 중 가구와 파빌리온에는 그들의 철학이 녹아 있습니다. 가구는 작은 건축이자, 건축 산업에서 불가피한 다양한 이해 관계에서 벗어나 자신의 철학과 아이디어를 집약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매개체이죠. 아직 불완전한 저의 철학과 아이디어를 작은 건축 실험의 축적을 통해 조금 더 견고하게 만들어보고자 합니다.
스: 이번 전시에서 눈여겨 볼 만한 포인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심: 공적인 자리에서 처음 작업물을 선보이는 만큼 디자인 의도가 잘 드러날 수 있는 다양한 표현 방식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작업물의 의도에 맞춰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열린 행위를 유도할 수 있는 장치도 준비 중이니 이 점을 주목하길 바랍니다.
스: 주용 님의 디자인 철학이나 주안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심: 저에게 사물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곧 사용자와 사물의 관계를 심사숙고하는 과정입니다. 디자이너는 이들을 바라보는 제삼자에 불과하죠. 따라서 사용자의 요구에 맞게 디자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사용자에게 사물과 관계를 맺을 여지를 남겨 두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용자가 이러한 틈을 통해 디자이너가 의도하지 않았던 사물과의 관계 맺음을 지켜보는 것이 가장 즐겁습니다.
스: 마지막으로 작업을 이어 나가면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지 알고 싶네요.
심: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끊임없이 공부하고 작업을 이어 나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작업물이 사람들과 사회에 영향을 끼쳤으면 좋겠습니다. 마치 제가 많은 사물들과 공간 그리고 사람들로부터 영향을 받았던 것처럼 말이죠.
인터뷰 스웨터하우스
김상민, 김혜림, 임다빈이 이끄는 니트웨어 브랜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