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영] 왈자

디자인플러스는 올해 11월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이하 SDF)에 참가하는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릴레이 인터뷰 프로젝트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 디자이너'를 진행한다.

[꼬꼬영] 왈자

22년간 950여 명이 신진 디자이너들을 배출한 SDF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은 명실상부 디자이너의 등용문이다. 디자인플러스는 내일의 주인공이 될 이들을 릴레이 인터뷰 형식으로 소개한다. 스물 두 번째 주자로 2024 SDF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 참가자인 백호가 묻고 왈자가 답했다.

11년 지기인 김윤지와 한어진은 ‘가장 한국적인 것’의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가는 아트 & 디자인 스튜디오 ‘왈자’를 운영한다. 이들은 이번 SDF에서 백지에 떨어트린 먹 한 방울 같은 오브제를 선보일 예정이다. @walza.studio
백호(이하 백): 스튜디오 소개를 해주세요. 결성 배경도 궁금합니다.

왈자(이하 왈): 왈자는 김윤지, 한어진으로 이뤄진 아트 & 디자인 스튜디오입니다. 한국적 사고를 바탕으로 아트 오브제와 아트 퍼니처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해 한국적인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우리에게 디자인은 ‘내 안에 있는 것’을 시각적 결과물로 풀어내는 과정이거든요. 각자 ‘나’를 둘러싼 것에 관해 이야기하다 서로를 관통하는 어떤 근원이 있다고 느꼈어요. 강하게 공유하고 있는 것들의 뿌리에서 시작된 사고 체계, 문화, 기운을 통틀어 ‘한국적’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왈자는 이런 본능적인 흐름을 정제하고 다듬어서 가장 우리다운 것, 곧 한국적인 것의 새로운 형태를 찾아갑니다. 저희는 11년 동안 가장 친한 친구 사이로 지내왔습니다. 지금도 함께 살면서 24시간 작업 이야기를 하죠. 주로 제(한어진)가 쏟아내면 윤지 씨가 다듬고 정리합니다. 그래서 저는 양, 윤지 씨는 음이라고 표현해요(웃음). 음과 양이 서로를 완성하는 존재인 것처럼 저희도 그러합니다. 함께 지낸 시간이 길다 보니 하고 싶은 것도 비슷해졌고, 자연스럽게 하나의 팀이 되어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왈자를 한 명의 작가라고 표현합니다.

백: ‘왈자’라는 이름에 담긴 뜻은 무엇인가요?

왈: 왈자(曰者)는 조선 후기 문화•예술 시류를 이끌었던 집단의 이름으로, 다시 한번 한국 문화예술의 흐름을 이끌어보자는 포부가 담겨있습니다. 기존 한자를 변형해 ‘말하다 왈(曰)’ ‘스스로 자(自)’를 쓰는데 작가로서,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사람으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자’라는 의미를 담았어요.

백: 대중들이 오브제를 통해 경험했으면 하는 부분이 있나요?

왈: 한국적 사유로 가구를 바라보게 되면서 공간과 오브제의 관계에 주목하게 되었어요. 백지 위에 떨어진 먹 한 방울이 빈 공간을 ‘여백’으로 인식하게 하듯이 유를 통해 무의 존재감이 깨어나게 하는 작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만(滿)’은 밀도를 시각화해서 힘을 담아냅니다. 채움을 통해 담담하고 무게감 있는, 응축된 한국적 힘을 부여하고 있어요. 가는 선들을 겹쳐 빼꼭히 쌓아 올린 ‘만(滿)’이 공간 속에서 여백 위에 찍은 점 하나같은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왈자의 오브제를 통해 공간이 기운이 감도는 ‘여백’으로 변화하는 경험을 전하고 싶습니다.

백: 향후의 계획과 사용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주제나 오브제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왈: 한국적 사유에 몰입하고 예민하게 감각하면서 새로운 한국적 형태를 탐구해 나가고 싶습니다. 우리는 한국의 ‘흔적’을 쫓기보다 ‘한국적인 접근’에서 새로 시작하고자 합니다. 익숙한 나머지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사고방식이나 미의식이 우리 고유의 것이 되고, 새로운 한국성을 만드는 재료가 됩니다. 이를 통해 만들어내는 것들이 가장 한국적인 디자인이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해요. 감상자가 사용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아트 퍼니처의 매력에 빠지게 됐는데요, 앞으로도 다양한 공간 속에서 저희의 철학을 공유할 수 있도록 상업 공간, 갤러리, 일상의 공간까지 자유롭게 넘나드는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백: 이번 전시의 콘셉트와 관객들에게 어떤 경험을 주고자 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왈: 저희의 콘셉트인 ‘백지 위의 먹 한 방울’의 힘을 느끼게 하고 싶어요. SDF에서 공개할 ‘만(滿’) 시리즈에 담긴 한국적 힘을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음’과 ‘양’을 콘셉트로 비일상적인 공간을 만들고자 합니다.


인터뷰 백호
디지털 세대를 겨냥한 사주 서비스 ‘온수호’를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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