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영] 디자이너 왕은지

디자인플러스는 올해 11월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이하 SDF)에 참가하는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릴레이 인터뷰 프로젝트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 디자이너'를 진행한다.

[꼬꼬영] 디자이너 왕은지

22년간 950여 명이 신진 디자이너들을 배출한 SDF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은 명실상부 디자이너의 등용문이다. 디자인플러스는 내일의 주인공이 될 이들을 릴레이 인터뷰 형식으로 소개한다. 스물 세 번째 주자로 2024 SDF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 참가자인 왈자가 묻고 왕은지가 답했다.

왕은지의 시선은 미시의 세계에 닿아 있다. ‘가설 가구’라는 개념을 제안하며 사용자와 상응하는 가구를 제안하고 있다. 그에게 디자인이란 가설을 증명하는 과정이며, 그 과정은 계속되고 있다. @parts.of
왈자(이하 왈): 왕은지 님만의 디자인 철학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왕은지(이하 왕): 제 작업 방식은 지극히 단순합니다. 미감을 건드리는 파츠들을 수집하고, 쪼개고, 관찰하죠. ‘사물의 본모습은 그것이 극한의 최소 단위까지 쪼개졌을 때 드러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일상에서 ‘인지’조차 어려운 최소 단위를 ‘인식’하는 작업 프로세스를 반복하고 있어요. 마치 자신을 수련하듯 작업하고 있는 셈이죠.

왈: ‘파츠’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가 있나요? 이것이 은지 님에게 어떤 의미를 갖나요?

왕: 미를 의식하지 않고 도구의 목적으로 탄생한 파츠들에서 역으로 형태미가 느껴질 때, 그 가구는 가장 작은 부분, 최소 단위까지도 사용자로 하여금 최대의 감흥을 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파츠를 수집하고, 분해하고, 관찰하는 제 단조로운 작업 방식이 오히려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과 집요함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도구의 성격을 띄기 때문에 사용자의 행위를 요구한다는 점이 제가 발견한 파츠의 핵심입니다. 제 가구들은 사용자의 행위를 요구하고, 그 행위에 따라 실루엣이 변한다는 특징이 있어요.

왈: 가설 가구라는 개념이 흥미로워요. 더 깊은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왕: 가설 가구는 디자인을 완결하지 않고, 제작자가 사용자의 몫을 남겨두는 데에서 시작합니다. 쓰는 이의 개입이 있을 때 비로소 형태가 증명되는 가설 가구는 가변성을 담보로 한다는 점을 기억해 주면 좋을 것 같아요.

왈: 가구와 사용자 사이의 관계에 집중한 것이 흥미롭네요. 전시에서 관람객들은 어떤 방식으로 가설을 증명할 수 있을까요?

왕: 이번 SDF에서는 ‘어떻게 움직이는가?’라는 질문에 솔직한 형태를 추구한 작품들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제가 수집한 파츠들과 그것이 지닌 가능성을 보여주는 자리가 될 것 같아요. 창작의 가능성은 대상에 내재한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에게 달려 있음을 경험해 보기를 바랍니다(전시에서의 증명 방식은 아직 고민 중입니다).

왈: 마지막으로 디자이너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나 계획이 궁금합니다.

왕: 덩어리가 아닌 파츠와 파츠 간의 연대를 작업에 녹여내는 것은 궁극적으로 제가 지향하는 삶의 가치관과 맞닿아 있습니다. 파츠와 파츠가 연결되어 가구, 그리고 공간이라는 덩어리로 나아가는 제 작업은 아주 작은 시선만으로 서로의 가능성을 알아봐 주고 연대하는 힘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지금은 가구를 매개로 작업하지만, 이후에는 형식에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한 디자인으로 녹여내고자 합니다.


인터뷰 왈자
‘가장 한국적인 것’의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가는 디자인 듀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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