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영] 피아즈 전보경
디자인플러스는 올해 11월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이하 SDF)에 참가하는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릴레이 인터뷰 프로젝트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 디자이너'를 진행한다
22년간 950여 명이 신진 디자이너들을 배출한 SDF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은 명실상부 디자이너의 등용문이다. 디자인플러스는 내일의 주인공이 될 이들을 릴레이 인터뷰 형식으로 소개한다. 서른다섯 번째 주자로 2024 SDF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 참가자인 플로피가 묻고 피아즈 전보경이 답했다.
플로피(이하 플):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활용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재료 선별 기준과 방식이 궁금하네요.
전보경(이하 전): 재료 선별 기준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재료 본연의 질감과 특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지입니다. 전통적이고 한국적인 감성을 현대에 맞게 재해석하는 작업의 특성상 자연에서 얻은 재료의 고유한 텍스처와 색감, 형태를 중시하며 이러한 요소들이 작업의 전체적인 감각에 잘 부합하는지 판단합니다. 둘째는 자연과의 조화입니다. 자연에서 유래한 재료인 만큼 그것이 자연의 흐름과 분위기에 부합하는지 판단하죠. 이를 위해 자연에서 얻은 원재료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인위적인 손질을 최소화해 자연스러움을 유지합니다.
플: 그렇다면 전통의 리소스는 주로 어디서 발견하나요?
전: 한국 전통의 많은 요소들이 자연에서 기인했기 때문에 자연 속에서 직접 재료를 찾고, 자연스럽게 생기는 질감과 색감을 관찰합니다. 암사동에 작업실이 있는데 이곳의 특징 중 하나가 돌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돌을 자주 활용하죠. 이처럼 특정 지역의 자연환경이 가진 고유성과 재료가 중요한 리소스가 되기도 합니다.
자연과 전통 마감을 조화롭게 잇는 피아즈만의 디자인 프로세스가 있나요?
전: 닥나무섬유줄기와 옻칠을 활용해 마감합니다. 이러한 디자인 프로세스는 자연스러운 질감과 전통 마감을 조화롭게 연결하는 작업입니다. 닥 줄기의 섬세한 섬유 구조와 옻칠의 보호 및 광택 기능을 결합해 가공은 최소화하고 재료 본연의 특성을 살립니다. 이를 통해 좀 더 깊이 있고 자연스러운 표면 처리가 가능해지죠. 전통 기법을 현대적 형태와 간결한 디자인으로 재해석해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 관건입니다.
무채색의 어두운 계열 작품이 많더군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전: 한국의 모던함을 표현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과거에는 한국의 다채로움을 표현하는 컬러풀한 작업도 많았지만, 최근에는 닥 섬유에 옻칠을 결합한 작품에 집중하면서 스타일이 다소 바뀌었어요. 닥 섬유와 옻칠은 모두 오랜 역사와 깊이를 지닌 한국의 전통 재료입니다. 닥 섬유의 자연스러운 질감과 옻칠의 고유한 광택은 시간이 지나며 변색과 깊이를 더하는 성질이 있어, 이를 통해 작품에 내재한 시간의 흐름과 정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합니다. 특히 옻칠은 어두운 색상으로 작업할 때 그 독특한 깊이와 빛의 반사를 강조할 수 있어, 무채색 계열일 때 현대적 미니멀리즘을 자연스럽게 강조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색을 배제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죠. 오히려 세련된 분위기를 강화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한국의 자연스럽고도 절제된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표현하려는 제 생각이 작품으로 드러나요. 전통과 현대, 자연과 인간의 연결을 담아내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죠.
플: 이번 SDF에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나요?
전: 한국 전통 재료와 현대적 감각을 결합한, 정적이고 깊이 있는 미니멀리즘입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감각적 경험으로 다가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플로피
욕실을 영감의 원천으로 삼는 생활용품 브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