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을 호텔처럼, 당신의 선택은? 디자이너스 초이스

2016 부산 디자인페스티벌

올해 부산디자인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 전시인 <디자이너스 초이스>에서는 전시 키워드인 ‘큐레이션’에 걸맞은 라이프 스타일 공간을 소개했다.

내 방을 호텔처럼, 당신의 선택은? 디자이너스 초이스

부산디자인페스티벌이 열리는 벡스코 입구에 들어서니 맞은편에 2개의 소파가 놓여 있다. 마치 호텔 로비 한쪽을 보는 듯하다. 취향의 시대, 내 방도 각양각색의 호텔 룸처럼 선택할 수 있다면? 뒤로 이어진 4개의 공간은 이 질문에 대한 디자이너들의 제안이다. 올해 부산디자인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 전시인 <디자이너스 초이스>에서는 전시 키워드인 ‘큐레이션’에 걸맞은 라이프 스타일 공간을 소개했다.


몽(夢), In a Dream 

오리엔탈풍 호텔 침실

북적대는 전시장에 있다가 이곳에 들어서니 외부와 단절된 나만의 침실에 들어온 듯했다. 침대에 한번 누워보고 싶은 충동도 생겼다. 거울 아크릴로 구현한 매끄러운 바닥에 한지로 구름과 대나무 형상을 디자인한 오브제까지, 공간 디자이너 김윤수는 이곳을 블랙과 화이트, 실버의 차가운 감성으로 색다르게 덧입혔다. 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침실이라는 공간을 꿈과 현실의 경계로 바라본 디자이너의 시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침실이 휴식의 공간인 동시에 환상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라는 콘셉트는 한지와 아크릴, 세라믹 소재에서 오 매트함과 반짝임, 투명함과 불투명함 등의 경계를 통해 더욱 이질적이면서도 신비한 아우라를 내뿜는다. 이 작업은 친환경 자연주의, 무독성 가구 제작을 원칙으로 하는 원목가구 브랜드 인아트(www.inart.co.kr)와 오더메이드 패브릭 브랜드 드로잉엣홈(www.drawungathome.co.kr)이 함께했다.

김윤수 본 디자인 대표
www.bondesign.co.kr

침실은 가장 친숙하고 가까운 생활 공간이지만 오리엔탈 무드를 꿈과 연결시켜 약간은 비현실적인 공간을 구상했고 침대를 공중에 띄웠다. 이 공간에 평소 디자인에 많이 사용하는 도자기를 활용하고 싶었는데, 사실 도자기는 침실에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소재이긴 하다. 그래서 오히려 실제적인 공간을 위한 요소가 아니라 예술적 오브제 역할을 하도록 했다. 그렇게 세라믹을 모듈화한 파티션이 만들어졌다. 실제로 이번 공간 디자인에 활용한 파티션처럼 도자기를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세스를 모색하고 있다.


어반 이그조틱(Urban Exotic)

방갈로 리조트의 테라스 & 리빙 룸

산업 디자이너 최중호와 플라워 디자인 스튜디오 스타일 지음의 디자이너 박지선, 신수정이 함께 콘셉트를 구상하고 가구와 조명은 최중호, 식물 디자인과 벽지 디자인은 스타일 지음이 맡았다. 방갈로 리조트의 테라스 & 리빙 룸을 콘셉트로 한 이곳은 ‘자연’, ‘식물’, ‘자유’ 세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그린 컬러를 베이스로 한 가구 활용, 내·외부 공간을 구분하는 장치로 효율적인 넝쿨식물 디스플레이, 앞에 걸린 식물이 벽지인지 벽지가 식물인지 혼동케하는 식물 텍스타일 패턴의 벽지 등은 이곳을 실내가 아닌 열대우림 같은 분위기로 바꿔놓았다. 디자이너들은 자연이라는 친숙한 소재를 가지고 실내도 외부처럼 여유와 활기를 띄는 공간을 만들었고, 관람객들은 이곳에 들어와 소파에 앉아 쉬기도 하고 사진도 찍으며 테라스나 리빙 룸처럼 자유롭게 이용했다.

박지선, 신수정 스타일 지음 공동 대표
www.stylejieum.com

자연의 느낌을 극대화하고자 식물 벽지를 썼다. 아카시아 나무, 소철, 호박잎 등 한국에서 자라는 식물 7종 가량을 모티브로 삼아 직접 그려서 프린트했다. 오픈된 형태의 콘셉트지만 입구에 행잉 플랜트를 설치해 과도한 내부 노출을 막고, 보통 외부에 둘 법한 큰 화분을 내부에 두어 실내외 구분을 흐리게 하는 등 공간의 다양한 역할을 보여주었다.

최중호 최중호 스튜디오 대표
www.joonghochoi.com

실내와 외부가 소통하는, 경계를 허무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실제 리빙 룸을 방갈로처럼 꾸미기는 쉽지 않은 일 아닌가. 그래서 오픈된 공간이라는 방갈로의 특성은 그대로 적용하고 조명과 가구는 모던하게 구성했다. 녹색을 기본으로 채도 변화나 다크 그린, 옐로 그린 등의 컬러 변화로 톤 & 매너를 맞추는 데 신경썼다.


원더 월(Wonder Wall) 

로프트 호텔의 욕실 & 드레스 룸

공간 디자이너 신용환이 구상한 공간의 이미지는 미니멀하고 단순한 선과 면의 구획이다. 함께 있어도 혼자 놀곤 하는 요즘 세대를 반영하듯 독립성이 강조된 독특한 레이아웃으로 구분되어 있다. 샤워실과 세면대, 변기가 한곳에 있지 않고 기능별로 영역을 구분했고, 이는 자연스레 중간에 복도를 만들어 놓는다. 특히 수납 기능을 탈피한 드레스 룸은 선물 상자 박스 콘셉트로 디자인했고 거울은 하나의 예술 작품 혹은 오브제처럼 보이도록 했다. 우리의 고정관념을 벗어나 욕실과 드레스 룸의 영역은 이렇게 또 한층 넓어졌다. 이 작업은 스틸을 소재로 가구와 공간을 만드는 디자인 그룹 레어로우(www.rarerow.com)와 플라워 라이프 스타일링 브랜드 플로라랩(www.floralab.kr)이 함께 했다. 

신용환 노르딕브로스 디자인 커뮤니티
www.nordicbrosdesign.com

처음부터 체험 형식의 공간을 생각했다. 특히 욕실이나 드레스 룸은 대부분 붙박이여서 큰 변화를 주기 어렵다. 그래서 공간 분할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도록 제안하고 싶었다. 레이아웃은 어린 시절 다락방에서 박스로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 놀던 기억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벽은 고정되지 않은 판으로, 후크 형식으로 걸어놓아 마음껏 옮길 수 있다.


오래된 미래(Ancient Futures)

전통 가옥 호텔의 다이닝 룸

마치 수묵화 같은 공간 스케치를 보았을 때부터 어느 정도 짐작했다. 심플하고 편안한, 동양화에서 느껴지는 여백 넘치는 공간일 것이라고. 한국적 라이프스타일을 전통과 접목해 재해석하는 공간 디자이너 김상윤은 전통 가옥 스타일의 호텔 다이닝 룸을 만들었다. 집, 특히 다이닝 공간은 복잡한 일상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편한 사람들과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그 역할에 충실한 다이닝 룸은 심플하며 한적하다. 특히 디자이너는 한국 최고의 민간 정원이라는 소쇄원 정자에서 자연을 벗 삼아 풍류를 즐기던 조상들의 여유로운 풍경을 떠올렸다. 전시 공간 한쪽 벽면에 설치한 프로젝터는 집의 다이닝 공간에 멋진 뷰를 더하고자 한 아이디어다. 이 공간은 스크린과 패브릭 생산 유통업체 유앤어스(www.youandus.co.kr)와 스톤 자재 전문 브랜드 신바냐라(www.shinbagnara.com)가 함께 했다. 

김상윤 리슨 커뮤니케이션 대표
www.listencom.co.kr

4~5년 전만 해도 아파트 같은 주거지를 설계할 때 리빙 룸을 중심에 두었다. 하지만 이제는 만들고 즐기고 나누는 행위가 이루어지는 다이닝 룸이 더 중요해졌다. 그리고 이곳에서 자연의 경치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전시장에는 자연의 요소가 없기에 한쪽 벽에 비치는 스크린을 설치했고, 자연 풍경의 이미지를 영상으로 틀었다. 오브제 또한 자연의 일처럼 보였으면 했다. 그래서 바닥과 테이블의 대리석은 달빛에 비치는 밤바다의 모래처럼 반사되는 느낌의 재질을 선택했다.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461호(2016.11)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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