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부아부셰 디자인 건축 워크숍 리뷰

부아부셰 디자인 건축 워크숍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올해 그 자리에 함께한 디자이너 신하늬로부터 후기를 전해 들었다.

2024 부아부셰 디자인 건축 워크숍 리뷰

매년 여름 프랑스 남부의 외딴 시골 마을은 부아부셰 디자인 건축 워크숍(이하 부아부셰 워크숍)에 참여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모여든 디자이너와 건축가들로 활기를 띤다. 2023 코리아디자인어워드(KDA) 베스트 영 디자이너 3인에 이름을 올린 신하늬도 수상 특전으로 올해 그 자리에 함께했다. 다채로운 이야기를 가지고 돌아온 그에게 워크숍 후기를 전해 들었다.

홍익대학교 목조형가구디자인과를 졸업했다. 신화와 토테미즘을 모티브로 하는 아트 퍼니처 브랜드 ‘팝코니 유니코니’를 운영하고 있다. 2023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에서 베스트 영 디자이너 3인에 올랐다. popcorny-unicorny.com


부아부셰 워크숍에 참여하게 된 배경을 들려달라.
작년 즈음부터 디자인이 예전만큼 재미있지 않았다. 작업이 손에 익고 루틴처럼 여겨지면서 흥미가 떨어진 것이다. 그러던 와중에 지난해 서울디자인페스티벌과 월간 〈디자인〉이 진행하는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에 참가하게 됐고 KDA 베스트 영 디자이너로 선정되어 부아부셰 워크숍 참가 기회를 얻었다. 이유 모를 정체감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워크숍에 지원했다.

워크숍 3일차.

매년 명망 있는 디자이너와 건축가들이 부아부셰 워크숍 강사로 참여한다. 어떤 프로그램에 참여했나?
나는 영국 디자이너 제임스 쇼James Shaw가 진행하는 워크숍에 참여했다. 폐자재를 재활용해 오브제를 만드는 수업이었다. 사실 지속 가능한 디자인에 관심이 있어서 지원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나는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이름뿐인 친환경 디자인을 너무 많이 봤고, 반대로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느라 어설퍼진 디자인도 실망스러웠다. 그럼에도 제임스 쇼의 워크숍에 지원한 건 오래전부터 소셜 미디어를 통해 그의 작업을 접해왔기 때문이다. 환경친화적이면서도 시각적 완성도가 높은 작업을 선보이는 디자이너를 직접 만나보고 싶었다.

워크숍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점이 있나?
제임스 쇼의 디자인 철학과 작업 방식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지속 가능한 디자인에 대한 선입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번 워크숍은 철저히 과정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작업 중 어려움에 맞닥뜨려 디자인을 일부 수정해야 했을 때도 제임스 쇼는 ‘결과보다 시도해보면서 배움을 얻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주일 남짓한 짧은 기간 동안 모든 참가자들이 진정성 있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각자만의 조형 언어도 놓치지 않았다. 이번 워크숍을 통해 디자인의 공리적 가치를 늦게나마 깨닫게 되어 다행이었다.

워크숍 결과물이 궁금하다.
‘Boisbuchet Wanderlight’라는 조명 작품을 만들었다. 완전 분해가 가능한 재활용 재료를 사용해 지속 가능성의 가치를 실천하는 것이 목표였다. 조명 겸 트롤리로 제작해 부아부셰성의 넓은 부지를 쉽게 오갈 수 있도록 했다. 편의를 위해 긴 전선 홀더를 부착했고, 트롤리 테이블 상판은 부아부셰성의 주요 지점을 상징하는 갖가지 오브제로 장식했다. 사실 태양광으로 작동하는 조명을 만드는 게 목표였지만, 적합한 부품을 찾지 못해 결국 포기했다. 그래도 주어진 조건 안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하다.
부아부셰 워크숍에 다녀온 뒤로 해외에 나가 견문을 넓히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세계 각국의 디자이너들과 교류하면서 내가 알던 세계가 전부가 아니라는 걸 새삼스레 실감했다. 낯선 땅에서 새로운 활동에 도전하는 일련의 경험은 ‘불편함’ 그 자체였지만, 돌이켜보니 디자인을 안일하게 느끼기 시작했던 나에게 불편함이야말로 가장 필요한 자극이 아니었나 싶다. 한국을 넘어 다양한 문화권을 경험하며 글로벌한 감각을 지닌 아트 퍼니처 작가로 성장하는 것이 지금의 목표다. 부아부셰성에서 보낸 일주일은 단순한 워크숍을 넘어 디자이너로서 다음 단계를 재정립하게 된 소중한 기회였다.

부아부셰 워크숍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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