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푸드 클럽
월드 푸드 식당의 디자인 문법
지금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F&B 산업의 문화 창작자들은 나름의 경험과 이해를 바탕으로 ‘이국성’을 표현하고 있다. ‘이국성’은 그야말로 모든 감각을 동원해 감지하는 경험이다. 과도한 연출을 삼가고 쾌적한 식경험 디자인을 조절하는 균형, 그것이 지금 가장 주목받는 월드 푸드 식당의 디자인 문법이다.
음식은 대표적인 문화의 표상으로 음식을 통해 타 문화를 경험하고자 하는 욕구 또한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특히 식사는 하루도 빠짐없이 챙겨야 하므로 외식을 다른 문화를 탐험하는 욕구 해소의 기회로 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외국 음식 식당이라고 하면 때때로 그 나라 문화와 분위기, 음식 맛을 얼마나 진정성 있게 재현하느냐가 중요한 평가의 잣대로 작용하지만 요즘 같은 글로벌 시대에 특정 문화의 재현이란 그저 자신이 경험한 ‘다름’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망에 더 가까운지도 모른다. 지금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F&B 산업의 문화 창작자들은 나름의 경험과 이해를 바탕으로 ‘이국성’을 표현하고 있다. 아이슬란드와 같이 그동안 한국 외식계가 주목하지 않은 나라를 차별화 요소로 삼거나 이탈리아 스트리트 푸드처럼 익숙한 나라라 할지라도 주목하지 않았던 식문화를 콘셉트로 차용하는 곳도 있다. ‘이국성’은 그야말로 모든 감각을 동원해 감지하는 경험이다. 과도한 연출을 삼가고 쾌적한 식경험 디자인을 조절하는 균형, 그것이 지금 가장 주목받는 월드 푸드 식당의 디자인 문법이다.
P.S.
뉴욕식 피자와 수제 맥주를 ‘서비스’하는 P.S.(피자 서비스)는 취준현 셰프와 디자인 스튜디오 서비스센터가 함께 운영한다. 여러 F&B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서비스센터는 브랜드를 직접 운영해봄으로써 클라이언트에게 더 나은 브랜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피자서비스를 론칭했다. 이 공간의 ‘미국스러움’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기획하면서 참고한 키치하고 촌스러운 미국 가게 전단지, 뉴욕 차이나타운, 허름한 피자 가게 등에서 기인한다. 매장 안에는 굿즈와 티셔츠 등을 판매하는 숍인숍 ‘P.S. 기프트 숍’도 있는데 브랜딩에 강한 서비스센터가 운영하는 만큼 설령 피자에는 관심이 없어도 소장욕을 불러일으키는 굿즈로 눈길을 끈다. ‘미국에 가본 적 없지만 미국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면 정확히 서비스센터의 의도대로 공간을 경험한 것이다.
기획ㆍ운영 최준현, 전수민
BIㆍ공간 디자인 서비스센터
운영 시간 12:00~22:00(화요일 휴무)
주소 인천시 남동구 인하로511번길 10-15 1층
인스타그램 @pizzaservice.kr
오픈 시기 2020년 9월
요쿨살론
유럽 각지의 다양하고 개성이 뚜렷하며 희소성 높은 내추럴 와인과 유기농 와인을 만날 수 있는 와인 바. ‘와인’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나라의 제품뿐만 아니라 그리스나 체코 등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숨겨진 와인도 취급한다. ‘요쿨살론’이라는 이름은 신비로운 빛깔의 빙하를 만날 수 있는 아이슬란드의 수만 년 된 빙하호에서 따왔다. 요쿨살론을 오픈한 DJ이자 프로듀서인 김예담 대표는 광대한 자연을 닮은 공간에서 오롯이 와인과 분위기에 집중할 수 있는 바를 만들고 싶었고, 이런 생각은 세레모니 디자인 스튜디오의 김혜성 디자이너를 만나 실현되었다. 아이슬란드의 빙하 조각과 검은 모래 해변, 화산 분화구의 차가운 이미지는 테이블과 촛대, 벽의 어둡고 광택 있는 마감재와 유기적인 형태로 구현되었다. 천장에 달린 크리스털 유리 조명은 빙하 조각이 물에 떠다니는 모습을 연상케 하며, 얼음을 깎아 만든 듯한 옷걸이와 쇠사슬 행어 또한 독특한 분위기에 일조한다.
“하늘과 호수, 그리고 바다. 경계를 알 수 없는 검은 호숫가에 거대한 형상으로 빛나는 빙하 덩어리가 펼쳐진 모습을 상상했다. 아이슬란드 요쿨살론에 대한 클라이언트의 강렬한 기억을 다양한 건축 소재를 사용해 표현했다. 스테인리스 마감재로 커다란 물결의 흐름을 표현하고, 검은 토양이 바람에 휩쓸려간 듯한 바닥재가 그대로 비치도록 유리 테이블을 직접 제작했다.” _ 김혜성 디자이너
기획ㆍ운영 김예담
공간 디자인 세레모니 디자인 스튜디오(대표 김혜성) @bonjoursung
운영시간 16:00~22:00 (화~일요일, 변동 가능)
주소 서울 성동구 독서당로 200 2층
인스타그램 @jokulsarlon_bar
오픈 시기 2021년 4월
꺼거
꺼거는 중국이나 홍콩의 길거리를 걷다 마주칠 법한 볶음 전문점을 모티프로 한 식당이다. 호주의 광둥 식당에서 처음 요리를 배우기 시작한 남준영 셰프는 언젠가 짜장면이나 짬뽕을 취급하지 않는 중국 식당을 만들어보자는 목표를 세웠고 이를 실현하고자 꺼거를 오픈했다. 기획, 브랜딩, 디자인은 모두 남준영 셰프와 그의 아내 박지은 대표가 함께 진행했다. 베트남 음식점 효뜨와 남박을 성공적으로 론칭한 경험이 있는 이들은 언제나, 매장을 방문하는 사람마다 각자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을 구상하면서 기획에 임한다. 공간이 불러일으키는 개인의 기억은 특별한 식경험을 만드는 데 필수적이다. 남준영 셰프와 박지은 대표는 여행 혹은 유학 생활에서 각자 경험했던 중국과 홍콩의 문화, 감각, 그리고 장면을 오브제, 그래픽, 집기, 향, 음악 등으로 현실화했다. 1960년에 지은 목조 건물의 특성을 살려 최대한 골조를 노출시키되 채광을 위해 덧창을 없앴다. 이들은 ‘TTT(Time To Travel, 여행을 하는 시간)’라는 말로 효뜨에서 꺼거에 이르는 세 식당의 아이덴티티를 요약했다. 남준영 셰프는 “우리는 각자의 삶을 여행하는 여행자이며, 서로 다른 추억과 향수를 품고 있다. 단순히 먹는 것을 넘어 각자의 추억과 소중한 기억을 함께 먹는 식문화 라이프스타일을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다. 없던 추억도 만들어내는 꺼거의 공간 연출은 그 어떤 테마파크보다도 생생하고 사실적이다.
기획ㆍ공간 디자인 남준영, 박지은
BI 디자인ㆍ일러스트레이션 이현영
운영 시간 11:30~15:00, 17:30~22:00(화~금요일), 12:00~15:30, 17:00~21:00(토~일요일)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48길 10
인스타그램 @wearegege
오픈 시기 2021년 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