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하는 플라스틱의 여정 〈Plastic: Remaking Our World〉전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은 오늘날 환경 문제의 중심에 선 플라스틱을 조명하는 〈플라스틱, 새로운 발견〉전을 개최했다.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과 협업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디자인 혁신이 일상생활 속 기술에 가져올 긍정적 영향의 탐구’를 목표로 하며, 이는 다양한 주제의 전시로 관람객과 소통하고자 하는 현대자동차의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

지속하는 플라스틱의 여정 〈Plastic: Remaking Our World〉전

플라스틱의 발명은 인류의 생활과 산업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버려진 석유 부산물을 이용해 제품을 무한대로 생산할 수 있게 됨으로써 플라스틱은 ‘신의 선물’이라는 찬사와 함께 20세기의 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물질을 향한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었고, 소비문화와 대중문화에 힘입어 확산한 플라스틱은 급기야 지구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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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dai Motor Studio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은 오늘날 환경 문제의 중심에 선 플라스틱을 조명하는 〈플라스틱, 새로운 발견〉전을 개최했다.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과 협업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디자인 혁신이 일상생활 속 기술에 가져올 긍정적 영향의 탐구’를 목표로 하며, 이는 다양한 주제의 전시로 관람객과 소통하고자 하는 현대자동차의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 전시의 방점은 플라스틱을 단순히 악으로 묘사하는 데 있지 않다. 지난 150년간 플라스틱이 인류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나아가 기후 위기라는 당면한 과제 앞에서 플라스틱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축복에서 저주가 된 존재, 플라스틱
전시는 플라스틱과 자연의 관계를 지질학적 관점에서 고찰한 몰입형 영상 작품에서 출발한다. 〈칼파〉는 지구 해양에서 출현한 최초의 미생물이 해저에 축적되고 변형되는 과정을 거쳐 20억 년 후 석유 형태로 발견되기 까지의 여정을 그려낸다. 흥미로운 것은, 오염되지 않았던 자연이 한순간 플라스틱 폐기물로 뒤덮이는 후반부. 플라스틱의 기반이 되는 화석연료인 석탄과 석유가 형성되기까지 2억 년 이상이 걸린 반면, 플라스틱이 전 지구적 문제로 부상한 기간은 한 세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전하며 전시에 당위성을 부여한다. ‘합성 물질의 시대’, ‘석유화학의 시대’, ‘플라스틱의 시대’, ‘다시 만들다’로 이어지는 연대기식 전시에서는 플라스틱의 기원부터 진화 과정, 급증한 플라스틱 생산량이 초래한 결과와 해결 방안까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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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dai Motor Studio

전시는 상아와 뿔 같은 자연 소재를 대체할 신소재로 개발한 플라스틱이 머리빗, 단추, 장신구에 사용되다가 합성 소재의 발전으로 전등 스위치, 소켓, 라디오 등 일상용품으로 확장하는 흐름을 포착하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플라스틱이 산업용 자재로 자리매김한 과정을 보여준다. 특히 대량생산된 플라스틱 컵과 접시, 레고와 바비 인형 등이 20세기 풍요의 상징이었던 플라스틱의 면모를 짐작케 한다. 또한 에로 아르니오가 개인 우주선으로 디자인한 ‘볼 체어’, 지노 사르파티가 우주 경쟁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제작한 ‘문 램프’ 등 당시 플라스틱의 유토피아적 가능성에 주목한 작품도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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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회용 문화의 확산과 더불어 폐기물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20세기 후반, 플라스틱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플라스틱의 시대’ 섹션의 벽면을 둘러싼 각종 시각 자료는 꿈의 재료였던 플라스틱이 사회 문제로 전락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어지는 ‘다시 만들다’ 섹션에서는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실험실을 연상시키는 전시 공간에서는 강과 바다에 흩어진 플라스틱 폐기물을 회수하기 위한 프로젝트부터 미생물을 활용한 바이오 플라스틱 포장재까지 다양한 실천 방안을 소개한다.

재료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해
이번 전시는 지속 가능성을 위한 현대자동차의 실천을 엿볼 수 있는 자리도 마련해 의미를 더한다.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에 적용한 아마씨 오일 함유 가죽 시트, 사탕수수로 만든 바이오 플라스틱 스킨 대시보드 등 다양한 내장재와 폐어망으로 만든 플로어 카펫 등 폐기물을 활용한 소재를 통해 산업적 실천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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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플라스틱 폐기물을 새로운 오브제로 재탄생시키는 데이브 하켄스의 ‘프레셔스 플라스틱’ 프로젝트와 폐플라스틱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현대자동차의 P2H 공정을 살펴볼 수 있는 워크숍도 진행한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는 플라스틱에 대한 차별화된 시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플라스틱 이슈를 해결하는 데 만능열쇠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질문을 던지며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전시는 정치, 산업, 과학, 디자인 간 다학제적 접근이 이루어질 때에야 비로소 재료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모색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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