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자연 위에 그린 버버리 체크 패턴

버버리, 랜드 아트 프로젝트로 대자연을 기념하다

창공에서 내려다보면 우리가 익히 아는 베이지, 레드, 블랙, 화이트의 기하학적 줄무늬가 물결치듯 드리워져 있다. 영국의 글로벌 패션 브랜드 버버리가 카나리아 제도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제작한 한 쌍의 장소 특정적 랜드 아트 이야기다.

남아공 자연 위에 그린 버버리 체크 패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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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ia Benavides

영국의 글로벌 패션 브랜드 버버리가 카나리아 제도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한 쌍의 장소 특정적 랜드 아트를 제작해서 화제다. 브랜드의 시그니처 체크 패턴을 모방한 이 프로젝트는 버버리 랜드스케이프 프로젝트 시리즈의 최신 버전으로 버버리 크리에이티브 커뮤니티와의 협업으로 설계되었다. 창공에서 내려다보는 뷰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베이지, 레드, 블랙, 화이트의 기하학적 줄무늬가 마치 물결치듯 드리워져 있는 모습이다. 이 기념비적인 작업은 쿠바계 미국인 아티스트 호르헤 로드리게스-게라다Jorge Rodriguez-Gerada가 맡았다. 이 작업의 캔버스가 된 장소는 엘 이에로El Hierro 섬 내 4,500제곱미터에 달하는 화산 지대로 버버리 측에 따르면 이 작업에서 주요 에너지원은 바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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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rberry

지속 가능성을 위해 천연 소재를 활용한 독창적인 방식으로 전 세계 곳곳의 풍경을 재해석보려 한다.

더불어 이 풍경들은 창의성이 공간을 만든다는 버버리의 신념을 구현하는 것이다.

버버리 랜드스케이프 프로젝트

체크 패턴을 완성한 붉은색, 흰색, 검은색의 컬러 팔레트는 화산 지대의 광물과 꽃에서 추출한 천연 페인트. 영구적인 흔적이 남지 않는 재료로 이는 엘 이에로 섬의 환경을 담당하는 기관에서 승인하고 모니터링했다. 카나리아 제도에 설계된 첫 번째 작업은 작년 11월 1주일 동안 남아 있었다. 이 거대한 작업은 그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바람과 지역 수자원을 이용해 현장에서 조심스럽게 씻겨내려가는 자연적인 원리로 제거되었다. 그리고 두 번째 설치를 위한 배경으로 낙점된 곳은 남아공 케이프타운 동쪽 지역인 오버버그Overberg 초원이다. 지난 12월 초, 버버리는 지역 전문가들에게 로드리게스-게라다가 진행했던 프로젝트와 비슷한 형태를 지닌 꽃을 직접 초원에 심도록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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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rberry

전체 설치 면적은 1,064제곱미터로, 버버리 체크의 아이코닉한 패턴과 일치하도록 현지 전문가 팀이 직접 심었다. 화산 작용으로 생성되어 바위가 많고 기복이 심한 용암 지대의 풍경을 보완하고 섬의 자연환경과 상생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설계했다. 버버리 고유의 시그니처 컬러를 반영하기 위해 아프리카 원주민이 재배하는 데이지와 헬리크리섬 페티오라레Helichrysum petiolare 꽃을 선택했는데, 헬리크리섬 페티오라레는 꿀벌을 포함해 다양한 수분 곤충을 유인하는 작은 식물로 영국 왕립원예학회 정원 훈장을 받은 바 있다.

아티스트 로드리게스-제라다는 쿠바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성장했으며 1990년대 초 뉴욕의 컬처 재밍 무브먼트Culture Jamming Movement의 창립 멤버로 작가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벽화가, 조각가 및 대지미술 작가로서 벽, 땅, 거리를 캔버스로 삼았고 시민을 모델로 활용하여 장소 특정적 미술을 펼쳐왔다. 때로는 너무 커서 우주에서 볼 수 있고 위성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정도의 대규모 작업을 진행해 국제적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그의 대표적인 프로젝트 중 하나는 <Wish>로, 이 작품을 통해 그는 지구의 얼굴을 그렸다고 주장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근교 산타나 마리아 드 페이샤 를라르가Santa Maria de Feixa Llarga에서 진행되었고 구글 어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그는 다양한 도시에서 거리 예술 작업을 수행했다. 그의 작품 중 하나인 <Identity>는 벨기에 브뤼셀의 왕립 성당 앞 광장에 그려졌다. 이 작품은 브뤼셀의 다양한 문화를 만들어온 역사적인 인물들의 얼굴을 조합해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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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ia Benavides

버버리 랜드 아트 작업에서 얻은 가장 큰 즐거움은 바로 광물을 재료로 삼았다는 점이다.

색상을 혼합하는 과정에서 나 자신이 연금술사처럼 느껴졌다.

재료마다 특정 밀도가 다르기 때문에 미리 어떤 색을 낼지 짐작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이 눈앞에 즉각적으로 펼쳐졌다.

호르헤 로드리게스-게라다

이 프로젝트는 브랜드 창립자인 토마스 버버리Thomas Burberry의 이야기에서 태동했다. 대자연에 대한 그의 사랑을 기념하고 그의 가족이 경험한 모험 이야기에 경의를 표하기 위함이다. 토마스 버버리의 며느리였던 엘시 버버리Elsie Burberry는 20세기 초에 카나리아 제도로 항해를 떠났고 엘 이에로 섬을 알게 된 후 이 섬은 줄곧 브랜드 컬렉션에 영감을 준 장소였다. 또한 웨스턴 케이프 지역은 1937년 런던에서 케이프 타운까지 버버리 비행기를 공동 조종해 오버버그의 초원 가까이에 착륙시킨 비행사 베티 커비 그린과 아서 클루스톤의 기록 갱신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선정되었다.

버버리의 랜드 아트 프로젝트는 보이지 않는 주변 세계의 풍경을 다시 생각해 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송가처럼 느껴지는 버버리 랜드스케이프 프로젝트가 만들어낸 독특한 풍경은 버버리의 오랜 유산을 기념하는 동시에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추구하겠다는 브랜드의 슬로건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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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ia Benavides

한편, 버버리는 1856년 토마스 버버리가 설립했다. 영국 날씨로부터 신체를 보호해 줄 수 있는 의류를 디자인하겠다는 신념을 담아 설립했다. 그렇다면 버버리 체크 패턴은 언제부터 사용되었을까? 이 패턴은 탄자니아 출신의 디자이너인 리처드 버버리Richard Burberry가 1920년대에 처음 디자인했다. 이 패턴은 주로 베이지색과 검은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대각선으로 교차하는 줄무늬와 캄브리아(영국 북부 지방의 대표 원단)에서 영감을 받은 패턴이 특징이다. 버버리 체크 패턴은 원래 방수 가방과 코트, 트렌치 코트 등에 사용되며 이후 영국의 대표적인 패션 아이콘 중 하나가 되었다. 특히 1960년대에는 영국 패션의 대표적인 심볼로 자리 잡으며 옷 뿐 아니라 악세서리와 가방 등 다양한 제품에서 사용했다.

액세서리로 처음 사용된 것은 1967년. 파리에 기반을 둔 바이어 자클린 딜레만Jacqueline Dillemman이 코트에서 체크 안감을 제거하고 이를 우산 커버로 재해석하면서 액세서리로서 사용했다. 국내에서 체크 모티프를 활용한 프로젝트는 제주도에서 진행한 바 있다. 거울과 체크 패턴을 이용한 팝업 스토어는 주변 산악 지형을 반영해 주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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