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아이유·에스파… 수많은 아이돌이 거쳐간 디자이너, 데니쉐르 바이 서승연 ①
간판 없는 작은 부티크에서 시작해 아이돌 무대 의상 장인이 되기까지
전 세계가 K-POP에 열광하는 이유에는 높은 무대 퀄리티가 한몫했다. 특히 노래 콘셉트와 무대 분위기는 물론 각 멤버에 맞춰 디자인한 의상은 단순히 옷을 넘어 하나의 작품으로 여겨질 정도다. BTS, 에스파, 레드벨벳, 아이유 등의 무대 의상을 제작한 ‘데니쉐르 바이 서승연’만의 특별함과 차별점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를 물었다.
노래, 춤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K-POP에 열광하는 이유에 높은 무대 퀄리티를 뽑는다. 이러한 무대 완성도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의상이다. 노래 컨셉과 무대 분위기는 물론 각 멤버에 맞춰 디자인한 의상은 단순히 옷을 넘어 하나의 작품을 보는 듯하다. BTS, 에스파, 레드벨벳, 아이유 등 내로라하는 아이돌들의 무대 의상을 제작한 ‘데니쉐르 바이 서승연’은 팬들 사이에서 무대 의상 맛집으로 통한다. 표현하기 까다로운 컨셉도 다양한 방법으로 완벽히 구현하고, 입는 이의 개성이나 매력을 캐치해 의상에 반영하는 등 데니쉐르의 섬세함이 지금의 평가를 만들어 냈다. 오트쿠뒤르 디자이너의 필수 덕목은 인내와 용기라며, 남들이 시도하지 않는 작업을 하기 위해선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서승연 디자이너. 데니쉐르만의 특별함과 차별점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데니쉐르의 첫 시작을 물었다.
‘데니쉐르’라는 브랜드 이름은 불어에서 비롯되었다고 들었어요. 무슨 뜻인가요?
대학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던 중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친구와 함께 작은 부티크를 열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직접 인테리어 해주신 집 한 켠의 작은 공간이었어요. 간판도 없고, 창문 너머로 걸려 있는 맞춤 의상이 보이는 그런 공간이었죠.
‘데니쉐르dénicheur’라는 상호는 저의 동생이자 데니쉐르의 서승완 대표가 제안해 준 이름입니다. 데니쉐르란 불어로 ‘진품을 잘 찾아내는 사람’을 뜻해요. 아이들이 숲속에서 새알 찾기 놀이를 할 때 유난히 새알을 잘 찾아내는 아이를 데니쉐르라고 불렀다고 하죠. 남들과 다른 특별함을 추구했던 제 마음에 와닿아 ‘데니쉐르- 멤버스 부틱’이라는 이름 아래 여성복을 넘어 여러 가지 아이템을 디자인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방향성에 의미를 담았습니다.
처음부터 화려한 드레스를 선보이는 것은 아니었다고요.
굳이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쫓을 필요도 없고, 남들과 똑같이 입기 싫다는 마음이 커 데니쉐르의 첫 시작부터 차별화된 특별함을 강조하였습니다. 초창기 디자인은 지금과 다르게 굉장히 심플합니다. 원피스 같은 웨딩드레스, 기존 양장의 형식인 투피스를 응용한 웨딩드레스, 깔끔한 라인에 퍼 트리밍으로 포인트를 준 드레스 등 당시에는 찾아보기 힘든 라인들을 디자인했고, 조금씩 입소문을 타며 디자이너 서승연에 대해 알려지기 시작했어요. 저희의 드레스가 화려해지기 시작한 것은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며 웨딩이나 파티복에 사용되지 않던 원단, 소재를 과감하게 사용한 것도 이유가 있습니다. 아마 유행에 민감했다면 시도할 수 없었지만, 하고 싶은 디자인을 하겠다는 마음이 커 가능했던 일이었던 것 같네요.
많은 의류 중 드레스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드레스가 유일하게 하고 싶은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는 도화지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성 의류에서 제약되는 디자인 표현과 디테일 방법들이 드레스에서는 마음껏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 일하는 즐거움을 주었고, 저의 재능으로 온전히 탄생한 하나의 작품 같은 느낌이 들었죠.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 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단 작품을 하고자 하는 욕구가 더 컸거든요. 그래서 무언가 마음껏 해볼 수 있는 드레스가 더 흥미롭고, 작업 만족도가 컸던 것 같습니다. 이는 현재 저희가 작업하는 아이돌 의상에도 똑같이 적용되곤 합니다. 하나의 컨셉이 주어지면 그것을 가장 잘 표현하고, 특별함을 주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도전정신이 생긴다고나 할까요? (웃음)
웨딩드레스 전문 브랜드였던 데니쉐르는 어떤 계기로 아티스트 의상 제작을 맡게 되나요?
메이크업 아티스트 조성아 씨의 권유로 청담동의 작은 오피스텔로 작업실을 옮겨 웨딩, 연주복, 예복 작업을 진행하던 중 시작을 같이한 친구가 결혼으로 일을 그만두게 됩니다. 이후 대학 후배와 작업실을 운영하던 저는 고객들과 상담하는 것에 대해 부담감과 어려움을 느꼈죠. 일을 그만둘지 고민하던 찰나, 서승완 대표가 도와주겠다며 데니쉐르에 합류하여, 1997년 상호를 웨딩에 특화해 ‘웨딩 데니쉐르 바이 서승연’으로 바꾸고 확장 이전을 합니다. 이후 2008년부터 스타일리스트 서수경 대표와 화보 촬영 및 방송 의상 제작을 협업하게 되었고, 서수경 대표와 조수미 선생님의 앨범 작업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돌 의상 제작도 서수경 대표와 함께했습니다. 소녀시대, 태티서를 비롯해 여러 아티스트의 의상을 디자인 및 제작하며 방송 의상이라는 새로운 분야의 작업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까지 성악가 조수미 님의 의상 제작을 담당하고 있어요. 조수미 님과의 인연을 만들어 준 첫 드레스가 궁금해요.
2009년 <이히 리베 디히Ich Lieve Dich> 앨범 자켓 촬영을 준비하면서 처음 조수미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당시 서승완 대표가 직접 드레스를 가지고 선생님이 묶고 계신 호텔에서 착용한 기억이 나네요. 그 자리에서 선생님이 데니쉐르 드레스에 빠지셨고, 지금까지 선생님의 드레스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때 입으셨던 드레스는 골드&실버 메쉬튤을 사용해 티어드 라인이 화려한 캉캉 드레스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드레스에 골드, 실버 컬러를 넣어 티어드 라인의 드레스를 디자인한다는 것은 굉장히 새로운 것이었죠. 모두 그 옷을 누가 입느냐 했지만, 시중에 카피 제품이 나올 정도로 데니쉐르의 시그니처 드레스라고 할 만큼 대표적인 디자인이었고, 화려한 드레스의 대명사였습니다.
| 사진 제공 : 데니쉐르 바이 서승연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의상 역시 조수미 님의 의상이라고요.
국가 행사에 나오는 조수미 선생님의 의상이 아무래도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행사의 성격을 살리면서 동시에 나라의 이미지를 보여줘야 하므로 디자인적인 아름다움 외 함축된 의미를 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의 조수미 선생님과 소향 님의 반다비 의상이 그렇고, 대통령 취임식의 태극기 드레스가 그랬습니다. 특히 올림픽 마스코트인 반다비와 반달곰 문양의 오륜 색을 넣어 아름답고, 고급스럽게 표현하기 위해 디자인적으로 많이 고민했었죠.
조수미 선생님이 입고 나오는 한복 드레스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적 아름다움이 아닌 다른 포인트로 의심받을 수 있는 것은 없애고, 동양과 서양의 선과 미를 동시에 담는 것이 가장 큰 숙제입니다.
▼기사는 2편으로 이어집니다.
BTS·아이유·에스파… 수많은 아이돌이 거쳐간 디자이너, 데니쉐르 바이 서승연 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