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아이유·에스파… 수많은 아이돌이 거쳐간 디자이너, 데니쉐르 바이 서승연 ②

간판 없는 작은 부티크에서 시작해 아이돌 무대 의상 장인이 되기까지

전 세계가 K-POP에 열광하는 이유에는 높은 무대 퀄리티가 한몫했다. 특히 노래 콘셉트와 무대 분위기는 물론 각 멤버에 맞춰 디자인한 의상은 단순히 옷을 넘어 하나의 작품으로 여겨질 정도다. BTS, 에스파, 레드벨벳, 아이유 등의 무대 의상을 제작한 ‘데니쉐르 바이 서승연’만의 특별함과 차별점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를 물었다.

BTS·아이유·에스파… 수많은 아이돌이 거쳐간 디자이너, 데니쉐르 바이 서승연 ②

▼기사는 1편에서 이어집니다.
BTS·아이유·에스파… 수많은 아이돌이 거쳐간 디자이너, 데니쉐르 바이 서승연


일주일에 18벌의 의상을 만들다

소녀시대, BTS, 에스파 등 데니쉐르와 작업을 안한 아이돌을 찾기 어려울 정도인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의상은 무엇인가요?

소녀시대 의상입니다. 당시 사옥 이전으로 한창 정신없고, 웨딩 라인 신작 출시와 맞물린 상황에서 소녀시대의 1주간 음악방송 스케줄이 3개 이상이었던 터라, 2번의 무대 의상을 작업해야했습니다. 18벌의 의상을 일주일 안에 만들어야 했던 거죠. 전 직원이 집에 못 갈 정도로 바빴는데, 결과는 대성공이었어요. 앨범 출시부터 같이한 첫 작업이기도 했고, 반응도 좋아 지금도 레전드 의상이라고 생각합니다.

BTS 지민의 솔로 퍼포먼스에서 착용한 셔츠도 잊을 수 없어요. 남자 아이돌의 의상을 이토록 화려하고, 고급스럽게 준비하는 것은 처음이었거든요. 그 옷을 입은 공연 사진을 보며 정말 감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진 출처 : 레드벨벳 인스타그램

레드벨벳의 <Feel My Rhythm>은 저희와 가장 결이 잘 맞는 의상들이었어요. 로맨틱, 클래식하면서 현대적인 음악의 컨셉과 잘 어울리는 의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시안을 만날 수 있던 것도 참 행운이네요.

사진 출처 : 2021 MAMA 유튜브 캡처 이미지

에스파의 2021 MAMA 의상은 아이돌 의상 중에 어쩌면 가장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할 수 있어요. 스타일리스트 김욱 실장님과의 협업으로 가장 트렌디한 힙한 감성에 쿠튀르적인 감각과 작업 기술을 함께 담아야 했는데요. 프린팅, 자수, 비즈웍, 패치워크 등 가능한 모든 작업 방법을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개인적으로 만족도가 큰 무대의상입니다.

시간과 싸움이 연속인 의상 제작 과정

컨셉을 고민하고,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야 하는 만큼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 같아요. 무대의상 제작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아이돌 의상 제작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리 진행됩니다. 각 기획사의 비주얼 디렉터와 스타일리스트가 기본 컨셉을 잡으면, 해당 시안을 갖고 대상에 맞는 디자인을 시작해 의상이 나오기까지 보통 1~2주 안에 완성돼야 하는 것이 대부분이거든요. 이렇듯 시간을 맞추기 위해 밤샘 작업은 물론이며, 피팅 후 다시 수정하는 과정 또한 1~2일 사이에 마무리돼야 하는 경우도 많아 늘 시간과의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2017 프라이드 오브 코리아 | 사진 제공 : 데니쉐르 바이 서승연
웨딩드레스와 무대의상 제작 시 차이점도 궁금해요.

웨딩드레스는 세대를 아우르는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때문에 보는 사람도, 입는 사람도 특별하지만 보편적인 아름다움을 잃어버리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좀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고, 전통을 잃어버리면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디자인합니다. 반면 아이돌 의상은 빠른 시간에 임팩트 있게 각인될 수 있는 매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3~4분의 공연을 위해 몇 년을 준비하는 아티스트들의 컨셉과 이미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죠. 또한 퍼포먼스 시 제약이 없도록 타이트하고 화려한 장식의 옷이라도 활동성을 살려 제작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사진 제공 : 데니쉐르 바이 서승연

미지의 영역에 대한 호기심과 용기의 표현

디자인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나요?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인데 영감은 이제 없습니다. 처음 디자인을 시작할 때는 영화나 미술 작품을 보면서 영감이라는 것이 문득문득 생각났죠. 이건 아마 영감이라기보다 해보고 싶은 미지의 영역에 대한 호기심과 용기의 표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그저 끊임없이 찾아보고, 새로운 것을 공부하는 것이 디자인의 해결책이 됩니다. 잘 안 풀릴 때는 끊임없는 생각과 고민 속에서 방법을 찾아내는 거죠. 거의 일상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의상 제작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사람입니다. 누가 입을 것인지가 가장 중요하죠. 드레스 혹은 무대의상이든 대상이 정해진 후 나오는 의상은 디자인부터 완성까지 입는 사람을 생각하며 완벽한 맞춤 의상을 만듭니다. 데니쉐르는 오트쿠튀르 하우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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