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증 디자인을 바꿀 사람을 찾습니다!

내 손으로 새롭게 디자인한 주민등록증

우리 지갑에 들어있는 주민등록증은 ‘개인정보가 표기되어 있는, 개인이 소지할 수 있는 공공재’라는 독특한 특성을 지닌다.

주민등록증 디자인을 바꿀 사람을 찾습니다!

일반적으로 공공재라고 한다면 사회구성원이 함께 사용하는 공공기물이나 공공공간같이 크기가 크거나, 공동의 소유물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주민등록증은 개인이 소유할 수 있고, 크기도 작아서 항상 지니고 다닐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주민등록증의 디자인은 복잡해진다. 만 17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지니는 공공재이기에 모두가 만족할 디자인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로 8.6cm, 세로 4.5cm이라는 작은 크기 안에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심지어 사진까지 포함하는 정보도 많다. 누구나 보기 편하고 가지고 다니기에 뿌듯한 디자인. 이 어려운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 바로 주민등록증 디자인이다.

또한 주민등록증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공재이기에 국가정체성도 나타나야 한다. 현재 주민등록증 배경을 잘 보면 태극무늬를 발견할 수 있다. 눈에 잘 띄지 않은 요소마저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해야 하는 것이 바로 주민등록증이다. 여기에 개성까지 지니려면 이전과 다른 모티프를 찾아야 한다. 한 손에 들어오는 이 작은 신분증에 고민해야 할 요소가 몇 가지인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어지럽다.

현재 주민등록증에 적용한 보안기술과 디자인 요소. 이미지 출처 주민등록증 디자인 개선 토론회, 한국조폐공사 디자인연구센터의 홍소영 차장 제공

변화하는 사회 흐름과 국민 인식에 따라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와 한국디자인·공예진흥원(이하 KCDF)은 주민등록증 디자인을 개선하고자 한다. 여러 전문가들과 앞으로의 방향성을 논의한 행안부와 KCDF는 국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위해 ‘주민등록증 디자인 공모’를 실행한다. 11월 18일(월)부터 11월 28일(목)까지 모집하는 본 공모는 대한민국의 디자인 전문가 혹은 디자인팀이라면 응모할 수 있다. 즉, 내 손으로 대한민국의 대표 신분증인 주민등록증 디자인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주민등록증 디자인은 여러모로 고려할 점이 많다. 우선 대한민국 대표 신분증이라는 위치에 맞게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그래픽 요소가 들어가야 한다. 한국을 상징하는 아이콘은 다양하지만, 그를 격조 높게 표현해야 한다. 공모전에 앞서 지난 9월에 열린 <주민등록증 디자인 개선 토론회>에서는 공공 및 대중을 상대로 훌륭한 디자인을 선보인 디자이너가 연사로 참여하여 지난 프로젝트를 토대로 디자인 방법론과 주의할 점을 알려주었다.

한글을 모티프로 디자인한 평창동계올림픽 메달디자인. 한국적 디자인 요소란, 현재 우리가 공감하는 디자인이다.이미지 출처 주민등록증 디자인 개선 토론회, SWNA 이석우 디자이너 제공

그중 평창동계올림픽의 메달 디자인을 담당한 이석우 디자이너는 한국을 상징하는 모티프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방법에 관하여 설명했다. 국가의 이미지를 담는 디자인을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할 점은 “현재 한국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뻔하지 않은 디자인을 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가치가 부딪치면서 새로운 가치를 탄생시키는 ‘정반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능성과 심미성, 메시지와 엔터테인먼트 등 정반대의 요소들이 부딪쳐도 그 안에서 디자이너가 균형을 잘 잡으면 충분히 아름다우면서도 재미있고 한국만의 상징이 탄생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가독성은 주민등록증 디자인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손 안에 들어오는 작은 크기 안에 여러가지 정보가 담겨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불특정다수가 여러 목적으로 확인하는 신분증이기에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지 쉽게 정보를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점점 고령화되는 사회 흐름을 고려하여 고령자도 정보를 빨리 인지할 수 있는 서체를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게 고려할 문제다. 이 부분은 토론회의 홍익대학교 디자인학부의 민본 교수의 발제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애플(Apple)사의 캘리포니아 서체를 디자인한 민본 교수는 가독성, 매체 특성, 정체성을 주민등록증 타이포그래피의 고려 요소로 꼽았다. 주민등록증 쓰임이 다양해진 현 시대에는 기능, 형태, 물성이 잘 연결될 때 좋은 디자인이 될 것이며, 이미 잘 발전하고 있는 한국의 정체성을 활용하는 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애플페이 카드 디자인. 물성을 지닌 카드가 필요없는 시대일수록 매체적 특성을 고려하여 디자인해야 한다. 이미지 출처주민등록증 디자인 개선 토론회, 홍익대학교 디자인학부 민본 교수 제공

한편, 주민등록증은 국가가 공정행정을 위해 국민에게 발행한 ‘보안 문서’이기도 하다. 바로 이 점이 주민등록증이 다른 공공재와 구분되는 특징이며, 보안과 관련된 최신 기술의 집약체로 여겨지는 이유다. 화폐처럼 주민등록증도 위조를 막기 위한 여러 기술이 적용된다. 그러다 보니 아쉽게도 디자인에 제약이 많은 편이다. 토론회에서는 한국조폐공사 디자인연구센터의 홍소영 차장이 국내외 주민등록증에 적용되는 기술과 그로 인한 디자인에 관하여 설명했다. 주민등록증에 적용된 기술과 심미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방법은 나라마다 달랐는데, 공모전에 참가할 디자이너라면 우리나라 주민등록증에 적용된 기술과 그로 인한 제약을 특별히 눈 여겨 봐야 할 것이다.

주민등록증 디자인은 도전하고 싶은 분야이면서 동시에 고려할 점이 많아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 공모전은 1, 2단계로 나눠서 진행된다. 11월 18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공모전은 주민등록증 디자인 기획안을 제출하는 것으로, PPT 20장 이내로 주민등록증의 기본 요소에 관한 현황을 분석하고 디자인 개선 방향을 제안하는 내용과 참가자의 주요 실적 및 포트폴리오를 포함해야 한다. 제출된 기획안은 혁신성, 전문성, 수용성, 공공성을 기준으로 총 6인(팀) 내외로 선정하여 2단계 디자인 공모를 진행할 예정이다.

공모전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공공디자인 종합정보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모전을 진행하기 전, 지난 9월에 열린 <주민등록증 디자인 개선 토론회>도 참고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여러모로 제약이 있는 디자인이지만,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사용하는 주민등록증을 개선할 기회다. 많은 디자이너와 디자인팀이 국민들 삶을 더 아름답고 이롭게 만들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도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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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등록증 디자인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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