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사우 바우하우스 뮤지엄 개관
백년지대계를 일군 디자인 교육을 돌아보다
바우하우스 100주년을 맞아 지난 9월 8일, 독일 중부의 공업 도시 데사우시에서는 새로운 바우하우스 뮤지엄이 문을 열었다.
데사우 바우하우스 뮤지엄
오픈 시기 2019년 9월
건축 디자인 곤살레스 인스 사발라, addendaarchitects.com
건축 예산 2500만 유로(약 330억 원)
클라이언트 데사우 바우하우스 재단
관장 클라우디아 페렌Claudia Perren
주소 Mies-van-der-Rohe-Platz 1 06844 Dessau-Roßlau Germany
웹사이트 bauhaus-dessau.de
바우하우스 100주년을 맞아 지난 9월 8일, 독일 중부의 공업 도시 데사우시에서는 새로운 바우하우스 뮤지엄이 문을 열었다. 베를린의 바우하우스 아카이브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이곳은 데사우 바우하우스 재단 컬렉션으로 구성된 <도전과 실험의 장: 바우하우스 소장품>전으로 그 웅장한 시작을 알렸다. 오프닝 당일 뮤지엄 앞은 전 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사실 데사우 바우하우스 재단은 이전부터 기존 바우하우스 건물을 전시 공간으로 활용한 컬렉션 전시를 꾸준히 선보여왔다. 하지만 아무래도 여러 공간적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었고 좀 더 원활한 운영을 위한 새로운 공간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에 재단과 데사우시는 도시 한가운데 위치한 중앙 공원을 건축 부지로 선정하고 공모전을 실시했는데, 총 831개의 제안 중 공개 경쟁과 심사를 거쳐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건축가 컬렉티브 곤살레스 인스 사발라Gonza ´lez Hinz Zabala가 디자인한 ‘건물 안의 건물’이 최종 낙점되었다.
전시 공간 2100m², 총면적 3500m²에 이르는 뮤지엄의 가장 큰 특징은 외관 전체를 유리로 감싸 주변 자연환경을 실내로 끌어들였다는 것. 이는 모두에게 개방된 공간이라는 지향점을 드러낸다. 이러한 정체성은 1층 로비에서도 엿보인다. 뮤지엄은 앞으로 이곳을 퍼포먼스, 강연, 토크 프로그램 등이 진행되는 열린 무대로 활용할 예정이다. 반면 2층의 분위기는 이와 대조되는데, 블랙박스로 불리는 이곳은 외부로부터의 빛을 완벽히 차단한 검은색 외관으로 다소 폐쇄적인 인상마저 준다. 그 이유는 이곳에서 주로 컬렉션 전시를 진행하기 때문으로, 작품 상태를 보존하는 데 최적화된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10월 31일까지 열리는 <도전과 실험의 장: 바우하우스 소장품>전은 이러한 뮤지엄의 기념비적 출발을 알리는 자리였다. 특히 이번 전시는 바우하우스의 교육 환경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 돋보였다. 즉 예술과 산업의 경계에서 다양한 실험을 펼쳤던 데사우 바우하우스의 행보를 학생 및 교수의 작업을 통해 살펴본 것. 이는 원론적이고 개괄적인 소개에 그쳤던 기존 바우하우스 전시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것이었다. 전시는 크게 ‘실험으로서의 바우하우스Bauhaus as Experiment’, ‘실험의 장 바우하우스 학교School as Testing Ground’ 그리고 ‘컬렉션 설립Building Collection’ 이렇게 세 섹션으로 나눠졌다. 첫 번째 섹션 ‘실험으로서의 바우하우스’는 오늘날 조명, 유리, 섬유, 가구, 무용 등 다방면에 깃든 바우하우스의 영향력을 살펴보고 바우하우스가 추구했던 교육적 방향성과 실험 정신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공간이었다.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바닥과 벽 곳곳에 새겨진 질문이었다. “예술적 창의성의 기원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알파벳은 어떻게 보편화되었을까?”와 같은 질문이 이어졌는데 관람객은 동선을 따라 이 질문들을 읽으며 능동적으로 답을 찾아갔다. 두 번째 섹션 ‘실험의 장 바우하우스 학교’는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로 산업적 생산과 예술적 디자인의 가치를 융합하고자 했던 데사우 바우하우스의 실험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전시실 중앙의 주황색 디스플레이용 구조물이 눈길을 끌었다. ‘수평선으로의 공장Factory as Horizon’이라고 이름 붙인 이 파트에서는 군타 슈톨츠Gunta Sto ¨lz의 가구 커버용 패브릭 샘플 책자, 마르셀 브로이어Marcel Breuer와 요제프 알베르스Josef Albers의 가구 디자인, 마리아네 브란트Marianne Brandt와 헬무트 슐츠Helmut Schulze의 조명 등 워크숍 과정을 거쳐 탄생한 성공적인 결과물들을 진열했다. 마지막 섹션은 데사우 바우하우스 컬렉션의 시작과 그 역사를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이곳에서도 기존 컬렉션 전시와는 사뭇 다른 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흔히 바우하우스를 이야기할 때 거론되는 대표작 대신 데사우 바우하우스 학생들의 작업과 수업 및 전시 자료 그리고 워크숍에서 제작한 다양한 프로토타입을 선보인 것이다. 이는 재단이 뚜렷한 방향성 아래 컬렉션을 수집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한 수집 과정에서 마주했던 전 세계 바우하우스 네트워크와 인물 관계도를 설치형 다이어그램으로 표현한 점도 인상적이었다. 데사우 바우하우스 뮤지엄은 산업 도시 데사우, 실험의 장 바우하우스, 집약적 컬렉션, 컨템퍼러리 박물관으로서의 대중성과 전시 기법 등 얽히고설킨 다양한 키워드를 촘촘하게 엮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 월간 <디자인>은 2019년 3월호 특집 ‘한 세기를 바꾼 14년간의 실험, 바우하우스 100년’에서 뮤지엄 프로젝트의 마스터플랜을 소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