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브랜드 전략팀

프로젝트 100: 현대백화점 독립 자원순환 시스템

‘현재 충격적이라는 현대백화점 새 쇼핑백’. 2022년 상반기,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된 게시물 하나가 화제가 되었다. 고가의 소비를 상징하는 백화점이 자신의 얼굴이나 다름없는 쇼핑백을 100% 재생지로 만들고 이를 전면에 드러내자 큰 주목을 받은 것. 해당 쇼핑백은 현대백화점이 자원순환 시스템을 마련하고자 진행하는 ‘프로젝트 100’의 첫걸음이다.

현대백화점 브랜드 전략팀

KDA Communication Design_BRAND WINNER
Project 100: 현대백화점 독립 자원순환 시스템

기업과 서비스, 개인 등 가리지 않고 ‘브랜드’가 되는 것을 추구하는 가운데 가치를 전달하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 가치를 전달하는 일은 외부뿐 아니라 내부 구성원을 향하고 있기도 하다. 브랜드 분야에서 완성도 높은 웰컴 키트나 자체 제작한 스테이셔너리를 다수 찾아볼 수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위너에 선정된 현대백화점의 ‘프로젝트 100’은 럭셔리한 이미지를 고수하던 백화점의 변화를 보여준다. 운영상 생겨나는 폐기물을 수거해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고, 스스로 구축한 친환경 시스템을 외부에도 기꺼이 공유하는 태도는 사용자들의 인식 또한 크게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세종문화회관의 아이덴티티 리뉴얼 디자인 또한 규모나 완성도 면에서 빠질 수 없는 올해의 디자인 프로젝트 중 하나다. 세종문화회관의 건축양식에서 비롯한 로고타이프를 보는 순간 공공기관 디자인에 대한 일말의 편견도 사라질 것이다. 이 밖에 ‘스몰 브랜딩’으로 분류되는 경우에서도 다양성을 겸비하며 정체성을 뚜렷히 전달하는 브랜드들이 눈에 띄었다. 레이지 버거 클럽이나 바이컬러 등 시선을 사로잡는 아이덴티티와 각종 굿즈로 입체적인 브랜드 디자인이 2022년을 채우고 있다.

‘현재 충격적이라는 현대백화점 새 쇼핑백’. 2022년 상반기,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된 게시물 하나가 화제가 되었다. 백화점 쇼핑백의 리뉴얼 디자인에 수많은 사람들이 반색을 한 것이다.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브랜드 전략팀은 ‘소셜 플랫폼에 별도의 광고를 의뢰했느냐’는 질문도 여러 차례 받았지만 광고가 아니었다. 쇼핑백에는 화려한 패턴이나 고급스러운 소재, 별다른 장식 하나 없었다. 여전히 고가의 소비를 상징하는 백화점이 자신의 얼굴이나 다름없는 쇼핑백을 100% 재생지로 만들고 이를 전면에 드러내자 큰 주목을 받은 것.

이 쇼핑백은 현대백화점이 자원순환 시스템을 마련하고자 진행하는 ‘프로젝트 100’의 첫걸음이다. 내부의 폐기물을 원료로 개발하고 제품 공정에 적용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목표다. 물론 ‘옥수수 전분을 활용한 빨대’나 ‘땅에 묻어도 되는 폐플라스틱’ 등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제품은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재생지를 사용했다는 제품도 가만히 살펴보면 60%는 일반 펄프를 사용한 경우가 많다. 폐지가 40% 이상 섞이기만 하면 재생지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친환경 소재가 정말 친환경적인가?’ 하는 미심쩍은 질문도 언제나 따라붙는다. 현대백화점 브랜드 전략팀은 100% 폐지를 활용한 자원 순환 시스템이 마련되었을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아야 했다. 명확한 답을 얻기 위해 서울대학교 디스코랩DISCO Lab을 찾았다. 이장섭 교수를 비롯한 디스코랩 연구진이 꼽은 독립 자원순환 시스템의가장 큰 이점은 ‘새로운 나무를 베지 않고 환경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현대백화점 지점 16곳에서 연간 사용하는 쇼핑백은 약 800만 장. 이것을 버려진 박스로 만든 폐지, 즉 ‘페이퍼 100’으로 대체할 경우 연간 약 1만 3200그루(약 2000톤)의 나무를 보호할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또한 일반 펄프를 탈색 또는 염색하는 과정을 생략하고 코팅 또한 하지 않으므로 이때 필요한 노동력도, 에너지도 없는 데다 추가로 발생하는 독성 물질도 없다. 연구진은 이산화탄소 배출이 약 3298톤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전문가의 분석이 뒷받침되자 브랜드 전략팀은 자신감을 얻었다. 그러나 현대백화점의 시스템뿐 아니라 쇼핑백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참여하는 모든 제작자의 시스템까지 바꿔야 했기에 순탄하지는 못했다. 내부의 폐기물로만 쇼핑백을 만들려고 하자 해체된 박스의 짧은 섬유가 잘 엉키지 않아 내구성이 떨어졌고, 종이는 공장의 기계 틈에 자꾸만 걸렸다. 환경에 좋은 일이지만 직접적인 수익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닌 데다 익숙한 기술이 아닌 새로운 실험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효율성과 합리성이 담보되지 않자 일부 생산 공장은 프로젝트를 마다했다.

브랜드 전략팀은 조금 더 현실적인 방안을 선택했다. 긴 섬유를 만들기 위해 다른 폐지를 섞고, 프로젝트의 의미에 협조적인 공장을 찾았다. 마침내 쇼핑백의 자재인 ‘페이퍼 100’이 탄생했다. 박스를 수거하는 과정부터 참여한 사람들이 등장하는 9분 35초짜리 다큐멘터리도 함께 공개했다. 페이퍼 100을 알릴 뿐 아니라 이 과정에 참여한 모든 사람을 기록하고, 일의 의미를 공유하기 위함이었다. 백화점 16곳에 고객 참여형 전시를 열어 최종 쇼핑백 디자인은 소비자가 선택하도록 했다. 현장에서 소비자의 관심은 뜨거웠고, 이를 계기로 브랜드 전략팀은 사람들이 환경 문제를 진지하게 인식하고 있고, 특히 젊은 세대의 온도가 뜨겁다는 것을 체감했다. 이러한 열기는 모든 브랜드가 선망하는 ‘자연스러운 바이럴’로 나타났다. 또한 현대백화점 내 다른 팀과 계열사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독립적인 자원순환 시스템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의했다. 현대백화점 브랜드전략팀은 2년여에 걸쳐 연구한 시스템을 이들과 기꺼이 공유했다. 시스템 하나를 완성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계속해서 탄소 발자국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핵심이기 때문. 가장 상업적이라 여겨지는 백화점이 다른 생산자들을 선한 목표에 합류시키고 소비자 또한 동참시키며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 이니셔티브를 선명하게 세웠다.

디자인 현대백화점 브랜드 전략팀
참여 디자이너 박이랑, 엄윤경, 김민송
협업 서울대학교 DISCO 랩(이장섭 지도교수, 김혜인 선임 연구원, 김태현, 김다솔, 송서인, 손현경), Bright Young Things(홍이삭), Mildeyes(김문하)
사진 임효진, 박신영(스튜디오 도시)
발표 시기 2022년 2월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34호(2022.12)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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