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KDA Winner] <월간미술> 리뉴얼

프론트도어의 <월간미술> 리뉴얼 프로젝트가 이견 없는 만장일치로 올해 KDA 그래픽 위너에 선정되었다.

[2024 KDA Winner] <월간미술> 리뉴얼

그래픽 분야 총평

텍스트힙이 불러온 나비 효과일까? 올해 그래픽 부문에서는 유독 종이책이 강세를 보였다. 한 권의 책 속에 각자의 관점과 태도를 밀도 있게 담아낸 프로젝트가 다수 눈에 띄었다. 편집 디자인에서 묻어나는 젊은 감각이 이목을 끌었고, 전반적인 미감과 완성도도 예년보다 높았다는 게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프론트도어의 〈월간미술〉 리뉴얼 프로젝트는 이견 없는 만장일치로 수상의 영예를 거머줬다. 권위 있는 매체를 리뉴얼하는 난도 높은 프로젝트였다는 점, 한글 초성을 활용한 파격적인 제호로 매체 확장성을 도모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심사위원 전원이 ‘도전적인 시도와 단호한 태도’에 손을 들어줬다.

같은 맥락에서 인쇄 매체와 영상 매체의 연대 가능성을 제시한 6699프레스의 〈콘크리트 유토피아〉 아카이브 북이 깊은 인상을 남겼고, 지면 위에서 흥미로운 타이포그래피 실험을 펼쳐 보인 매거진 〈Q.t〉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더퍼스트펭귄의 10년을 정리한 아카이브 북 〈Work in Process〉는 섬세한 내지 디자인과 완성도 높은 결과물로 주목받았지만, 책이 전하는 메시지가 북 디자인까지는 충분히 가닿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종이책의 소멸과 부활이 중첩된 과도기적 상황에서 올해 〈월간미술〉의 수상은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어쩌면 종이책의 미래는 디자이너의 시도와 태도에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 지면 위를 노니는 디자이너들의 행보를 내년에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심사위원 강진(오디너리피플 대표), 심준용(네이버 브랜드 임팩트 리더), 안마노(안그라픽스 공동대표)


<월간미술> 리뉴얼 – 프론트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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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KDA 그래픽 위너로 선정된 프론트도어. (왼쪽부터) 이희찬, 김선민, 강민정, 민경문, 김근용, 김서영.

표지가 책의 얼굴이라면 제호는 책의 눈이다. 인쇄물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각적 잣대이자 매체가 추구하는 정신이 응축된 묵직한 상징이다. 1976년부터 명맥을 이어온 〈월간미술〉의 제호는 특히 그 어깨가 무거웠는데, 지난 23년간 변함없이 같은 디자인의 제호를 사용했기에 더욱 그랬다. 이처럼 오랜 전통을 고수해온 〈월간미술〉이 올해 대대적인 변화를 꾀한 이면에는 매체의 장기적 생존에 대한 고민과 성찰이 짙게 깔려 있었다. 헤리티지를 발판 삼아 미래로 도약해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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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미술〉의 한글 초성을 활용한 제호. 활자를 가로로 길게 늘여 운동감을 표현했다.

리뉴얼의 키를 잡은 프론트도어는 〈월간미술〉의 과거와 현재, 먼 미래까지 아우를 수 있는 콘셉트를 ‘추상미술’이라는 방대하고 유연한 장르에서 착안했다. 동시대 미술이 나아가는 방향과 궤를 같이하며 ‘읽는’ 잡지가 아니라 ‘보는’ 잡지로의 변화를 꾀했다. 매체명의 한글 초성을 가로로 길게 늘인 새 제호는 언뜻 기하학 도형의 나열처럼 보인다. 미술의 전위성과 한글의 추상성을 심도 있게 파고든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프론트도어 민경문 대표는 “〈월간미술〉이 예전부터 종종 선보이던 한글 초성 꼭지명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를 고려한다면 새로운 제호를 전통의 연장선에서 이해해도 어색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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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론트도어는 리뉴얼 이후로도 매달 특집 기사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다. 〈월간미술〉 편집부와 조율과 상의를 거쳐 특집 기사 주제가 가장 잘 드러나는 디자인을 선보인다.

제호에서 느껴지는 추상성은 내지로 이어진다. 프론트도어는 특집 기사에서만큼은 별도의 편집 규칙을 두지 않고 매월 그 달의 주제와 공명하는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디자이너에게는 자유롭게 창작욕을 발산할 수 있는 무대이고 〈월간미술〉 입장에서는 끊임없이 매체를 쇄신하고 환기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과감한 형식의 실험이 돋보이는 ‘에디터스 픽’ 파트도 눈여겨볼 만하다. 웹의 보기 방식을 지면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는데, 여기에는 추후 지면과 디지털 플랫폼을 혼선 없이 연동할 수 있게 한 장기적인 안목이 있었다. 프론트도어와 〈월간미술〉은 지면에 발을 딛고 선 채로 보란 듯이 종이 매체의 한계를 넘어섰다. 올해의 수상은 범람하는 디지털 시대에 휩쓸리지 않고 종이책의 물길을 여는 교두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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