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or+] 김민주의 A to Z: 민주킴부터 V&A ‘패션 인 모션’까지

김민주 디자이너·민주킴 대표

민주킴의 10주년을 앞둔 지금, H&M 디자인 어워드 우승, 민주킴, 세컨드 브랜드 파쿠아 등 김민주 디자이너의 철학과 태도로 만들어진 결과물들을 한데 모았다.

[Creator+] 김민주의 A to Z: 민주킴부터 V&A ‘패션 인 모션’까지

변화가 빠른 패션계에서 10년 가까이 자신의 브랜드 민주킴(MINJUKIM)을 지켜온 김민주 디자이너는 어떻게 변화를 받아들이며 자신만의 길을 걸어왔을까요?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부터 넷플릭스 〈넥스트 인 패션〉 우승, V&A ‘패션 인 모션’ 초청까지. 김민주 디자이너의 여정은 창의성과 진정성, 그리고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힘으로 가득합니다. 그의 세계를 A to Z 키워드로 탐구합니다.

프로젝트 A to Z

Antwe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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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디자이너는 벨기에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Royal Academy of Fine Arts Antwerp)에서 공부하며 점차 패션에 대한 애정을 키워갔다. 1663년에 설립된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는 미국의 파슨스 디자인 스쿨, 영국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과 함께 세계 3대 패션 스쿨로 손꼽히며, 입학보다 졸업이 더 어렵기로 유명하다. 김민주 디자이너는 이곳이 빈센트 반 고흐를 배출한 학교라는 사실에 흥미를 느끼며 호기심을 갖기 시작했고, 입학 심사를 받으러 처음 방문한 순간 학교의 매력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자신만의 디자인을 구상하고 스토리를 풀어내는 방식, 책을 통한 리서치 습관, 인스톨레이션 및 공간 디자인 설계를 고려한 프레젠테이션 등, 현재 김민주 디자이너를 이루는 많은 요소가 이곳에서 형성되었다. 특히, 패션 학과장이자 앤트워프 식스의 일원인 월터 반 베이렌동크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았다.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고, 원하는 것을 진정으로 표현하는 법을 배웠어요.” 김민주 디자이너는 졸업 패션쇼에서 ‘Be Cover’ 컬렉션으로 피날레를 장식하며 수석 졸업했다.

Collabo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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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킴 x 앤아더스토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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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킴 x 락피쉬웨더웨어

김민주 디자이너는 민주킴을 이끄는 지난 10년간 30여 개의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기존의 제품에 민주킴의 아이덴티티를 입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이를 통해 민주킴의 영역도 넓어진다고 생각한다. H&M, 앤아더스토리즈(& Other Stories), 키플링(Kipling), 몰스킨(moleskin), 베베드피노(BEBE DE PINO)… 최근에는 레인부츠로 대표되는 락피쉬웨더웨어(Rockfish Weatherwear), 영화 〈위키드〉와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만들고 아일릿을 위해 앨범 로고와 무대 의상 디자인을 진행했다.

“컬래버레이션은 사람들에게 어떠한 새로운 걸 전달하는 거죠. 그만큼 디자인도 좋아야 하고 퀄리티도 뛰어나야 해요. 그래야지만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어요.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쉽지 않은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거치지만, 그러한 다툼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Draw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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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 스케치 1
2022 S/S 바리 컬렉션을 위한 스케치 © 민주킴

김민주 디자이너의 모든 작업은 손에서 시작된다. 그에게 핸드 드로잉은 필수적인 요소다. 직접 손으로 그려야만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고, 오리지널리티가 담긴다고 믿기 때문이다. 민주킴 컬렉션뿐만 아니라 케이팝 걸 그룹 아일릿의 앨범 로고와 영화 〈위키드〉의 타이틀 디자인 역시 드로잉으로 먼저 완성되었다. 모든 작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핸드 드로잉으로 제작한 뒤, 컴퓨터로 옮겨 그래픽 작업을 진행한다.

Fashion in Mo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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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21일, 런던 빅토리아 & 앨버트 뮤지엄(V&A) 라파엘 홀에서 ‘패션 인 모션 : 김민주(Fashion in Motion: Minju Kim)’가 오후 1시, 3시, 5시, 8시, 총 네 차례 열렸다. ‘패션 인 모션’은 패션쇼를 뮤지엄이라는 독특한 장소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알렉산더 맥퀸, 장 폴 고티에 등 지난 20년간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이 자리에 초청받았으며, 한국인으로는 김민주 디자이너가 처음이다. 김민주 디자이너는 당시 V&A에서 진행 중이던 〈한류! 코리안 웨이브(Hallyu! The Korean Wave)〉 전시와 연계해 한국의 미감을 선보일 수 있는 디자이너로 초청받았다. 김민주 디자이너는 바리공주 신화에서 영감을 얻은 2022년 바리 컬렉션을 재구성해 선보였다.

“제안을 받았을 때 ‘진짜 내가 해도 되는 게 맞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만큼 기뻤던 것 같아요. 무조건 해야 한다고 결심했고, 제대로 해내겠다는 각오로 임했죠. 머리부터 발끝까지, 여백과 음악 등 모든 것이 한국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동시에 민주킴만의 해석을 담아 모던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했죠. 이승부터 저승까지 이어지는 바리의 여정과 지화(紙花)로 제작한 부케 등, 아트피스 외에도 저희의 모든 에너지와 테크닉을 집약시킨 프로젝트입니다.”

H&M Design Aw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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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김민주라는 이름을 세상에 처음 알린 계기이자 그를 자신만의 브랜드를 이끄는 패션 디자이너로 만든 사건. ‘H&M 디자인 어워드’는 젊고 재능 있는 디자이너를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 2012년 시작되었다. 김민주 디자이너는 아직 학생이던 2013년 H&M 디자인 어워즈를 우승했는데, 상을 받기 전에는 패션 하우스에서 일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우승 특전으로 세계 11개국에 판매한 민주킴 x H&M 캡슐 컬렉션을 제작했다. “온전한 저였고,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민주가 한 거죠.” 해당 캡슐 컬렉션은 김민주 디자이너가 여전히 가장 인상적인 컬래버레이션으로 꼽는 프로젝트다.

MINJU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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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론칭 10주년을 맞이하는 민주킴은 예술적 창의성, 동화 같은 상상력, 그리고 정교한 장인 정신으로 무장한 패션 브랜드이다. 김민주 디자이너가 H&M 디자인 어워드를 우승하며 자연스럽게 이름을 알리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브랜드명도 ‘민주킴’으로 정해졌다.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를 졸업하고 2015년 본격적으로 브랜드를 시작해 현재까지 20개 시즌의 컬렉션을 선보였다. 김민주 디자이너는 민주킴의 컬렉션을 ‘일기’로 표현한 바 있는데, 이는 모든 컬렉션에 자신의 이야기가 담겨 있음을 보여준다. 매 시즌, 컨셉에 맞는 그래픽과 원단을 새롭게 개발하며, 이러한 디자인 과정과 높은 품질 기준을 지금까지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민주킴의 컬렉션은 독창적인 패턴, 과감한 실루엣, 여성스러운 디테일로 특징지어지며, 김민주 디자이너는 용기, 사랑, 꿈을 민주킴의 핵심 키워드로 꼽는다.

“민주킴은 저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브랜드입니다. 제가 느끼는 것과 생각하고 상상하는 것, 바라보는 것들을 재해석해 패션으로 전달하고 있어요. 제가 패션을 통해 긍정적인 변화와 행복을 경험했기 때문에 민주킴을 입는 분들도 행복과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찾길 바라요.”

Next in Fash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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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넷플릭스가 공개한 패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네타 포르테와 넷플릭스가 함께 기획 및 제작한 프로그램으로, 전 세계 18명의 디자이너가 경쟁해 1명의 우승자를 가리는 내용이다. 김민주 디자이너는 결승전을 포함해 10번의 경연 끝에 당당하게 우승을 거머쥐었다. 대담한 컬러와 실루엣, 사랑스러운 의상과 그의 에너지는 전 세계 패션계의 관심과 더불어 많은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PAK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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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쿠아

지난 5월 롯데월드타워 팝업스토어를 통해 공개된 민주킴의 세컨드 브랜드. 민주킴 특유의 독창적인 아이덴티티를 바탕으로, 보다 캐주얼하고 웨어러블한 아이템을 제안한다. 오랜 시간 민주킴과 협력해온 업체가 생산을 담당해, 합리적인 가격에도 높은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 파쿠아(PAKUA)는 발음에서 느껴지는 긍정적 울림과 기분 좋은 에너지에 초점을 맞춰 선택한 이름이다. 김민주 디자이너는 여기에 ‘내 안에 거는 작은 마법 주문’이라는 의미를 더했다. “어떤 스타일이나 트렌드, 분위기를 넘어 본질적인 무언가를 고민하고 사랑하는 소녀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만든 브랜드”라고 소개하고 있으나 수영복과 운동복 등 민주킴에서 다루지 않았던 아이템을 다수 선보이며, 기존 민주킴 고객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12월 중순, 한남동에 파쿠아의 단독 매장이 오픈할 예정이다.

Team MINJU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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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민주킴은 아틀리에에서 옷을 제작하는 ‘선생님’을 포함해 약 7명으로 구성된 작은 팀이다. 김민주 디자이너는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의 조건으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할 줄 아는 태도와 배우려는 자세를 꼽는다. “실수는 누구나 언제든 할 수 있어요. 저 역시 실수를 하죠. 하지만 실수 이후에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배운다는 건 자신을 낮추고 겸허히 받아들일 때 가능해요. 저는 그 두 가지를 가장 중요하게 봐요.” 그리고 그가 팀워크를 위해 하는 것은 ‘물어보는 일’이다.

“당연히 회식도 하죠. 그런데 저는 조건만으로는 누군가를 행복하게 일하게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해요. 하나의 조건이 충족되면 또 다른 것을 원하게 되잖아요. 물론,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선은 반드시 지켜야 하고요. 그래서 저는 팀원들에게 계속 물어봅니다. 왜 패션을 선택했는지, 패션을 통해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또는 어디까지 해보고 싶은지 말이죠. 일의 의미를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도 이야기해요. 자신만의 의미를 발견하면, 그 일이 단순히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이 될 수 있으니까요. 아름다운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다는 점도 제 경험을 나누며 동기부여를 하려고 해요. 팀원들이 자신의 젊음과 시간을 이곳에 쏟아주는 것에 늘 감사하기 때문에, 저도 그들에게 좋은 디자인과 태도를 보여주고,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가치에 대한 진정성을 전달하려고 노력합니다.”

Workf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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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S/S 바리 컬렉션 캠페인 이미지 © 민주킴

민주킴의 디자인 작업 과정은 브랜드의 정체성과 차별성을 형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김민주 디자이너는 컨셉을 구상하는 단계에서부터 컬렉션 준비를 시작한다. 우선 일주일 정도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며, 이번 컬렉션을 통해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고민한다. 이 시간 동안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주변을 관찰하며 아이디어를 채워간다. 컨셉이 명확히 정해지면 이를 글로 정리하고, 관련된 다양한 리서치 작업에 돌입한다. 매 시즌을 준비하며 10권의 책을 구매하는 것도 그의 독특한 루틴이다. 아트북, 동화책, 시집 등 컨셉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거나 단순히 마음에 드는 책을 선택한다. 이후 3주에서 한 달 정도 그림을 그리며 컨셉에 맞춘 그래픽과 프린트 디자인을 완성한다. 이 작업이 끝나면 팀원들과 함께 이를 새로운 디자인으로 풀어내기 시작한다. 샘플 제작 단계에 들어가면 작업 속도가 가속화되며, 하나의 컬렉션을 준비하는 데 대체로 3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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