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KDA Winner] 오목공원 리노베이션: 어반 퍼블릭 라운지
“지붕의 위아래, 구조물 안팎으로 모두 쓰임새가 좋다. 평일이나 주말 언제 가도 설계자의 의도대로 작동된다는 점에서 더욱 설득력이 있다.” KDA 스페이스 부문에서 이례적으로 조경 건축 프로젝트가 수상했다.
건축 분야 심사 총평
대단히 실험적인 작품은 없었다. 우스갯소리처럼 “조경, 인테리어 등 다른 분야의 약진이 돋보이는 건축계였다”라는 총평을 남기기도 했다. 그럼에도 고무적인 게 있다면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공공 건축, 재생 건축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근대 유산을 재사용하자는 제안은 늘 우후죽순 쏟아졌고 그 방식에 대한 가치 판단은 어려운 화두로 유보됐는데, 기존의 작업을 넘어서 새로운 감각과 즐거움을 부여한 ‘재생 건축 2세대’의 흐름이 읽히기 시작했다. 이런 맥락에서 하수종말처리장 일부를 열린 시퀀스로 구현한 ‘있기에, 앞서’를 파이널리스트로 선정했다. 또 다른 파이널리스트인 ‘설해원 클럽하우스’는 “대대적 리모델링으로 단순히 외관에 천착하는 것을 넘어 건물이 작동하는 조직 자체를 개선했으며 구조 역학적으로도 대담하고 혁신적이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아쉽게 파이널리스트에 오르지 못했으나 ‘더 넓게, 더 높게, 더 싸게’를 충족하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하면서 위트와 패기까지 겸비한 ‘콘크리트 샌드위치’는 “격려상이나 노력상이 있다면 주고 싶다. 진정한 의미의 ‘젊은 건축’이다”라는 응원을 받았다.
수상작 ‘오목공원 리노베이션: 어반 퍼블릭 라운지’는 단시간 안에 만장일치로 선정됐다. 여러 차례 답사를 다녀온 심사위원들도 있었는데 “지붕의 위아래, 구조물 안팎으로 모두 쓰임새가 좋다. 평일이나 주말 언제 가도 설계자의 의도대로 작동된다는 점에서 더욱 설득력이 있다”라며 “목동으로 이사 가고 싶어졌다”는 극찬까지 덧붙였다. KDA의 심사 기준으로 매년 상업성이 거론되지만 결국 건축은 공공성을 확보해야 하며, 잘 설계한 공공 공간은 상업 공간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심사위원 양수인(삶것건축사사무소 대표), 정다영(2025 베네치아 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예술감독), 구만재(르씨지엠 대표), 김경숙(한양대학교 디자인학부 명예교수)
오목공원 리노베이션: 어반 퍼블릭 라운지 – 디자인스튜디오 엘오씨아이 + 모스건축사사무소
조경 역사를 돌이켜보면 공원과 도시는 상보적 관계를 이뤄왔다. 공원에서는 도시가 잘 안 보이기를 바랐고, 열악한 삶에 지친 도시 사람들은 공원을 피난처처럼 여겼다. 한때는 숲으로 둘러싸인 공원이 범죄 우발 지역이 되어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기도 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사람들은 공원과 도시가 양립할 수 있는 방법을 꾸준히 연구했고 그 결과물을 작동시키고 있다. KDA 스페이스 부문에서 이례적인, 조경 건축 프로젝트의 수상이 더욱 뜻깊은 이유다.
오목공원은 1989년에 처음 조성되었다. 신시가지로 계획한 목동의 거점 공원 5개 중 가장 중심부에 자리하는데 세월이 흐르며 노후화되자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해졌다. 2021년 양천구청은 리모델링을 위한 지명 설계 공모를 진행했고 박승진 소장이 이끄는 디자인스튜디오 엘오씨아이의 안이 당선되어 2023년 12월에 준공한 공원을 개방했다. 구조 자체를 크게 뒤흔들진 않았다. 다만 기존 공원은 중심 광장과 그 주변이 1.5m 정도 레벨 차이가 났다. 생각보다 광장의 쓰임새가 없었고, 공원 한편에 설치된 벽천도 맥락을 잃은 듯했다. 중심이 될 만한 적극적인 시설이 필요했다. 공원 바깥으로 나무가 많았기에 외곽은 최대한 유지하되 그 안쪽으로 산책과 휴식 공간을 조성하고자 했다. 많은 변화가 있는 듯하지만 사실 존재감이 큰 정방형 회랑이 하나 들어섰을 뿐 공원의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회랑의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 녹지를 침범하는 일도 없었다. 다만 오랜 시간 밟히며 메말라간 풀밭에서 사람들이 다니는 영역과 식물이 자라는 영역을 확실히 구분했다.
식재의 원칙은 단순하고 명확했다. 공원이 오래된 만큼 큰 나무가 상대적으로 많았기에 작은 키, 중간 키의 식물을 겹겹이 심어서 녹지 공간을 풍성하게 만들어 계절의 변화를 보여주고자 했다. 숲은 숲처럼 강화하고 쉼터는 쉴 수 있도록 만들었다. 결정적 승부수는 단 하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확실한 지붕이었다. 공원 주변으로 작은 건축물이 3개 정도 있었지만 그건 부수적인 문제였다. 필요에 따라 언제든 바꿀 수 있고 여차하면 다른 시설이 새롭게 들어설 수도 있었다. 오목공원은 처음부터 끝까지 치밀하게 조직해서 만들어낸 결과물이 아니었다. 박승진과 김희정은 높이 3.2m, 폭 8.4m의 회랑형 구조물을 중심으로 하나하나 기준을 잡아가며 변수에 대응했다. 운도 좋았다. 발주처인 양천구청 공원녹지과는 예산이 허락되는 선에서 설계자에게 모든 디자인을 일임했다. 구조물의 메커니즘에 관한 책임이 커진 만큼 그 무게를 온전히 감내했다.
광장과 보행로의 경계에 구축한 회랑은 결과적으로 공모 당시의 계획처럼 많은 행위를 만들어냈다. 공원을 가로질러 이동하는 지역 주민, 지붕 아래에서 점심을 먹는 직장인, 2층 공중 산책로를 걷다가 의자에 앉아 쉬는 방문객, 중앙 광장에서 비눗방울을 불거나 공놀이하는 아이들···. 구조물이 정방형이기에 하루 한나절은 어느 방향에서라도 볕이 좋은 자리 혹은 그늘진 쉼터를 찾을 수 있다. 박승진은 공모 당시 이곳이 도시의 거실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어반 퍼블릭 라운지’라는 제목을 붙였다. 라운지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편히 앉는 행위로, 편안한 의자와 테이블 그리고 일련의 공간감이 필요했다. 공원에 고정형 벤치를 두지 않고 언제든 이동할 수 있는 가구를 배치한 이유다. 근사한 디자인은 아니지만, 별것 아닌 듯한 이 작은 제안은 오목공원의 쓰임새와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낸 ‘실질적 디자인’이기도 했다.
공원 리모델링은 단순한 노후 시설 정비가 아니다. 시대에 걸맞은 공원 유형을 적합한 방법으로 제시해야 한다. 도시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공원은 결국 녹색 섬으로 고립되기 마련이다. 장소의 흔적과 기억을 보존하면서 모든 길과 숲을 연결한 오목공원은 간단하고도 섬세한 방식으로 공원 리모델링의 많은 과업을 일궈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