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KDA Winner] 폴렌느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

폴렌느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가 수상작으로 선정된 결정적 요인은 완성도였다. 브랜드, 제품, 공간을 일체화된 감각으로 끌어낸 WGNB의 저력은 ‘접화적 사고’에 기인했다.

[2024 KDA Winner] 폴렌느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

인테리어 분야 심사 총평

근 10년 사이에 국내 상업 공간은 상향 평준화를 이뤘지만 ‘다양성의 부재’라는 한계에 봉착했다. 반짝거리는 것에 현혹되는 소비자가 늘어나며 공간 디자인의 본질을 잃는 경우도 많아졌다. 디자이너들의 딜레마는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나 보다. 다수의 출품작은 결국 비슷비슷해 보인다는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심사위원들은 우열을 가리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수상작의 차별화된 ‘다른 한 끗’은 높은 수준의 마감까지 이끌어낸 완성도였다.

폴렌느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는 “소재의 물성을 강조하는 방식이 자칫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누가 봐도 우아함과 세련됨에 고개를 끄덕일 법한 디테일이다. 자본이 넉넉한 클라이언트를 만나는 것도 복된 일이지만 무엇보다 탁월한 미감으로 일관된 디자인 언어를 고집했다는 점에서 귀감이 된다”라는 호평을 들었다. 건축계에서 다른 분야의 약진이 강세였던 흐름에 상응하듯 인테리어 분야에 출품한 건축가들의 작업도 돋보였다(이런 경향은 언제나 거론되었지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결과물이 늘어났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올해 심사위원들이 입을 모아 강조한 디자이너의 역할은 자신이 목표한 미적 수준을 향해 끝없이 노력하는 것이었다. 여러 제약 조건에 부딪히더라도 어떤 일관성을 향해 달려가는 ‘파이팅’이 필요하다는 것. 이런 맥락에서 ‘〈방, 스스로 그러한〉전’, ‘하우스 오브 팬 도쿄’, ‘제이원 부동산 중개사무소’, ‘CU 인스파이어 리조트’, ‘덕분’이 인상 깊은 작업으로 꼽혔고, 최종 논의 끝에 ‘제이원 부동산 중개사무소’와 ‘덕분’을 파이널리스트로 선정했다. 2025년에는 단순히 감각적이고 눈에 띄는 공간을 넘어서 디자이너의 저력을 묵직하게 보여주는 공간이 더욱 주목받을지도 모르겠다.

심사위원 양수인(삶것건축사사무소 대표), 정다영(2025 베네치아 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예술감독), 구만재(르씨지엠 대표), 김경숙(한양대학교 디자인학부 명예교수)


폴렌느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 – WGN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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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신선호, 박혜빈, 백종환, 양민우

상업 공간에서 절대 간과할 수 없는 것이 바로 흥행 여부다. 매출이나 순익은 차치하더라도 속된 말로 사람들이 자주 찾는 ‘핫 플레이스’가 되면 성공한 프로젝트, 발걸음이 뜸하면 그저 그런 프로젝트로 간주된다. 이런 맥락에서 WGNB는 상업 공간에 특화된 디자인 스튜디오로 손꼽힌다. 준지, SVRN, 무신사 등 WGNB가 맡은 브랜드 공간은 늘 사람들을 끌어모았고 입소문이 났다. 폴렌느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의 수상은 그 이유를 대변하는 듯했다. 심사위원들이 만장일치로 선정했는데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다름 아닌 완성도였다.

브랜드, 제품, 공간을 일체화된 감각으로 끌어낸 WGNB의 저력은 어디에서 기인할까? 백종환 소장은 이 질문에 ‘접화적 사고’라고 답했다. 마치 비빔밥처럼 이질적인 요소들을 한데 엮어 조화롭게 만드는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새로운 매장을 조성하는 동시에 오래된 건물을 대수선하는 작업이었다. 철거를 하자 낡은 기둥과 그 옆으로 무질서하게 붙어 있는 벽돌이 드러났다. 건물이 변화해온 과정이 엿보였고, 디자이너로서 시간의 흔적을 다루는 작업이 구미가 당기기도 했지만, 브랜드의 톤앤매너에 걸맞지 않았다. 기둥을 감싸면서 폴렌느를 함축적으로 표현할 방식을 구상하자 직관적으로 가죽이 떠올랐다. 브랜드의 핵심 소재에서 시작한 폴렌느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는 단순히 가죽의 질감이나 형태, 재단 방식을 차용하는 것을 넘어 돌, 나무, 세라믹 같은 소재로 가상의 가죽을 상상하게 만들었다. 대조적이면서도 우아한 조화를 이루는 다양한 물성 사이에서 폴렌느 제품이 아트워크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면이 노출된 매장의 70% 이상을 개방해 내부 공간의 어법을 거리에서도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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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GNB는 이곳을 ‘폴렌느가 제작한 가장 큰 가죽 작품’이라고 명명했다. 프로젝트를 전개하기에 앞서 브랜드 측에서 요구한 것은 단 하나였다. “기존 매장과 달랐으면 좋겠다.” 국내 첫 매장인 만큼 한국적 요소를 끌어들인 디자인을 제안하자 폴렌느는 동일한 요구 사항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했다. “디자이너가 하고 싶은 대로 해달라.” 상업 공간을 전개하는 많은 디자이너가 ‘브랜드 정체성’을 디자인의 제1원칙처럼 내세우지만 이는 너무나 당연한 전제인 만큼 안일한 접근법이기도 하다. WGNB는 브랜드를 충족하기 위한 디자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디자이너의 관점과 태도를 보여주는 결과물로 역량을 입증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디자인,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디자인을 원하는 클라이언트는 없다”라는 백종환 소장의 말은 WGNB의 오늘과 내일을 가늠하게 했다.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WGNB는 개인, 기업, 브랜드, 기관, 단체 등 여러 유형의 클라이언트를 망라하면서도 자신의 DNA를 발견하고 확장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58호(2024.12)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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