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찐’ 도쿄 가이드북, <도쿄 디깅>

일본 문화 전문가가 알려주는 도쿄의 숨은 보석 같은 장소들.

음악이 흐르는 ‘찐’ 도쿄 가이드북, <도쿄 디깅>
이미지 제공 : 노웨이브

많지 않은 해외여행의 경험 중에서 손에 꼽는 기억을 지닌 도시는 이탈리아 베니스다. 물에 잠긴 도시라는 이색적인 풍경과 밤에 더 예쁜 산 마르코 광장의 모습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구글맵 하나만 믿고 골목길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던 추억 때문이다.

내가 베니스의 골목길을 돌아다닌 건 개인적인 취향으로, 사람이 득실거리는 관광명소를 안 좋아 해서다. 그리고 베니스의 좁지만 어디로든지 연결되는 골목길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예 여행에서의 소중한 하루를 통째로 발길이 이끄는 대로 골목을 돌아다녔다. 길을 잃어버릴까 무섭기도 했지만 골목길에서 우연히 만난 보물과도 같은 가게와 풍경들은 이방인의 불안감을 가라앉히기에 충분했다. 나이를 지긋하게 드신 할아버지가 직접 만드는 종이를 판매하는 공방, 패키지마저 예쁜 캔디 박스가 가득했던 선물가게는 평생 잊지 못할 장면이자, 나만의 기쁨으로 남았다.

이미지 제공 : 노웨이브

찐 경험으로 전하는 도쿄의 일상

책을 소개하는 글에 개인적인 추억을 나열한 이유는 바로 책 <도쿄 디깅>과 내 여행기 사이에서 작은 공통점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책의 저자인 도쿄다반사는 일본에서 오랫동안 살아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콘텐츠팀이다. 그래서 그들이 소개하는 일본 문화는 찐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이기에 신선하고 재밌다.

팬데믹을 극복하고 발간한 <도쿄 디깅> 역시 도쿄다반사의 장점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책이다. 저자는 도쿄에서 살았을 때, 자주 걸었던 산책길을 중심으로 도쿄의 숨어있는 장소들을 소개한다. 저자가 산책 시 방문했던 카페와 바, 레코드점이 주를 이루는데 어디서도 소개되지 않았던 새로운 장소로 가득하다. 이와 함께 미술관과 편집숍, 서점 등 문화와 관련된 공간, 걷다가 잠시 쉴 수 있는 공원도 소개되어 관광지보다 도시의 일상적인 모습을 좋아하고, 문화적 경험을 만끽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만족스러워할 책이다.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는 각 산책길의 특징을 자세히 설명해 준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관광객이 자주 방문하는 ‘긴자’가 어떠한 역사적 배경을 지닌 동네인지, 그 때문에 어떠한 특색을 지니게 되었는지를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 한 동네의 분위기와 그곳에 정착한 가게들은 갑자기 툭, 하고 튀어나온 것이 아니다. 시간이 켜켜이 쌓여 이뤄진 것이다. 서울의 을지로만 봐도 알 수 있다. 낡지만 정감 있고, 이것저것이 섞여 있어서 오히려 무엇이든지 품어줄 것 같은 분위기는 오랜 시간 동안 을지로라는 공간에서의 시간과 사람들의 경험이 쌓여 이뤄진 것이다. 도쿄에 위치한 동네들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도쿄 디깅>은 장소 소개를 넘어 동네의 매력은 역사와 문화, 거주자의 시간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이미지 제공 : 노웨이브

무엇보다 <도쿄 디깅>의 가장 큰 매력은 동네를 걸으면서 들으면 좋을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1970~80년대 시티팝의 중심지였던 아오야마의 플레이리스트는 시티팝으로, 혼자 조용히 걷기 좋은 우에노는 어쿠스틱 재즈와 브라질 음악으로 플레이리스트를 채웠다. 그리고 플레이리스트를 실제로 들을 수 있게 책에는 QR코드가 심어져 있다. 그를 스마트폰을 찍으면 스포티파이와 유튜브로 연결되어 <도쿄 디깅>이 큐레이션 한 플레이리스트를 들을 수 있다.

또한, 책은 도쿄에 살고 있는 13명의 게스트를 초대하여 그들이 소개하는 숨겨진 동네 산책길과 그곳에서 만날 수 있는 장소들도 담았다. 원래 진짜 맛집은 동네 사람들이 자주 가는 가게라고 하지 않았던가. 실제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추천하는 곳인 만큼 가보기도 전부터 신뢰도가 상승하고, 실제로 그 매력을 직접 경험해 보고 싶어진다.

이미지 제공 : 노웨이브

최근 팬데믹이 풀리면서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으로 여행 가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한다. 가까운 만큼 자주 가지만 과연 우리는 얼마나 진짜 일본, 그것도 도쿄를 알고 있을까? 어떤 사람은 이제 유명한 코스라는 코스는 다 가서 도쿄라는 도시가 식상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관광지가 아닌 나만이 알고 싶은 가게를 찾고 싶다면, 혹은 자신이 알고 있는 모습과 또 다른 도쿄를 만나고 싶다면 책 <도쿄 디깅>을 가져가자. 물론, 스마트폰과 이어폰(혹은 헤드셋)도 반드시 함께 챙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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