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삼건축 창립 40주년 기념 전시
관찰자이자 연구가이며 실천가인 간삼건축이 창립 40주년을 맞이해 특별한 전시를 열었다. 꿈을 현실로 실현하며 성장해온 여정을 기념하는 동시에 앞으로 다가올 흥미진진한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행복한 삶에 대해 고민한 건축가들의 코빌리지
포스트 팬데믹, 탄소 중립, 공유 경제···.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건축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수년 전부터 자연 친화적 삶을 찾아 대도시를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는데, 이들은 어떻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까? ‘코빌리지’는 이러한 시대적 물음에서 시작한 간삼건축의 마을 프로젝트로, 이웃과 더불어 생활하는 삶의 터전을 제공한다. 여유로운 자연과 도시의 편리함을 모두 누릴 수 있으며, 공동체를 경험하고 삶을 회복하는 데 목적을 둔다. 사용자 개개인을 위한 공간을 넘어 지역사회와 주변 환경까지 더 나은 모습으로 만드는 것이 건축가의 사회적 책임이기에 행복한 삶에 대해 고민한 건축가들이 마을을 짓기로 결심한 것이다.
2020년 여름 간삼건축과 홈즈컴퍼니가 뜻을 모았고 이듬해 합작회사 코빌리지컴퍼니를 설립해 강원도 고성에서 첫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쾌적한 주거 환경과 활성화된 커뮤니티 공간, 탄탄한 운영 시스템과 인프라 구축을 통해 변화하는 사회상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마을이다. 지난 7월 8일부터 14일까지 간삼건축 사옥 1층에서 열린 전시 〈디자인 포 리빙, 코빌리지Designs for Living Co.Village〉에서 이를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전시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마을을 만드는 새로운 방식이었다. 5~6채의 주택이 모여 작은 마당을 공유하며 클러스터를 형성하는데 이곳이 바로 마을 구성의 중심으로 이웃과 이웃을 연결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클러스터 단위가 확장되면서 마을이 성장하는 구조로, 공유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대한 한 차원 깊은 고민을 거쳐 집 안을 비울 수 있다. 세심하게 계획된 개인 공간에 오롯이 나와 자연만 남아 빈 곳을 자신의 취향으로 풍요롭게 채우는 것이다.
마을에 들어설 집은 모두 간삼건축이 직접 짓는다. 자연 친화적인 목재를 사용해 공간의 크기와 성격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시공한다. 간삼건축은 2015년부터 경목구조를 활용한 프리패브 주택(prefab house)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왔고 2021년부터 일명 오두막이라 부르는 ODM(Off-site Domicile Module) 사업을 시작했다. 이렇게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마을의 건축물을 친환경 목구조로 시공하는데 그중에서도 마당에는 DOO(Design your Own ODM)를 설치해 공유 공간으로 활용한다. 낮에는 레스토랑으로, 밤에는 펍으로 바꿔가며 사용하는 방식처럼 유닛화된 모듈을 적재적소에 활용해 다양한 행위를 담기에 장소가 쉴 틈이 없다.
공간과 건축에 대한 깊은 사유와 실험 정신을 품은 전시
앞으로 탈도시, 비대면 시대가 계속된다면 도시를 벗어나 자연 속 삶터를 찾는 사람, 삶의 활력을 위해 세컨드 홈이 필요한 사람, 새로운 삶을 홀로 시작하기 두려운 사람에게 이러한 공유 마을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내 집을 지어서 시작할 수도 있지만 임대로 일정 기간 살아보고 마음을 정할 수도 있다. 이미 이 지역에 살고 있는 로컬 크리에이터들에게는 또 다른 가능성이 있는 삶의 터전으로 다가올 것이다. 코빌리지는 강원도 고성, 동쪽으로는 동호해변이 펼쳐지고 서쪽으로는 울산바위가 보이는, 10채로 이루어진 인흥리 작은 마을에서 시작해 300여 채 규모의 마을로 확장할 예정이다. 사는 방식을 체험하고 시행착오도 겪으면서 사계절을 온전히 지내며 마을을 가꾸어나갈 것이다. 마을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차근차근 보여주는데, 사용자가 원한다면 자신의 집을 직접 만드는 체험도 할 수 있다.
비수도권 지역에 이런 마을이 하나둘 조성되면 지방의 유휴 부지를 활용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지 않을까? 〈디자인 포 리빙, 코빌리지〉전은 이렇듯 건축, 도시, 부동산, 금융, 운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라이프스타일 빌리지가 주거 형태의 새로운 마중물로서 무한한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한편 별관 카페 플라세르에서는 〈더 판타스틱 비전 오브 미스터큐The Fantastic Visions of Mr. Q〉전이 함께 열렸다. 이는 건축물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인식하는 데서 출발한 프로젝트로, 이번 전시에서는 신작 20여 점을 공개했다. 실크스크린, 터프팅, 리소그래피, 디지털 드로잉 등 다양한 표현 기법으로 시도한 아트워크를 통해 단순히 건물을 짓는 것 이상의 건축적 해석과 공감각적 실험을 보여주었다.
또한 건축가의 세계관을 실제 건축이 아니라 다양한 아트워크와 오브제로 조명한다는 점에서 예술과 건축의 경계에 관한 익숙하면서도 낯선 질문을 떠올리게 했다. 전시 제목에 등장하는 ‘미스터큐’는 건축물 이면으로 사라진 수많은 생성물을 탐구하고 재발견하는 가상의 예술 감정가로, 이 전시를 상징한다. 비록 실제 건축물로 구현되지 않은 프로젝트일지라도 공간과 건축에 대한 깊은 사유와 실험 정신을 품은 〈더 판타스틱 비전 오브 미스터큐〉전은 그동안 미처 보지 못한 건축의 새로운 일면을 발견하는 시간을 선사했다. 무엇보다 예술로서의 건축이 드문 시대에, 건축이 실용적인 건물을 짓는 행위를 넘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예술임을 일깨운다는 점에서 간삼건축의 이번 전시는 더욱 값진 자리였다. gansam.com
간삼건축 대표이사
김태집
“건축을 통해 경제적, 환경적 가치를 창출하는 소임을 다해 온 간삼건축은 이제 더 높은 수준의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나아가고 있다. 건축가, 도시계획가, 조경가, 분석가, 기획자 그리고 여러 분야의 숙련된 전문가들로 구성된 간삼건축은 인간과 건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회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단순히 건물을 짓는 빌더(builder)가 아닌 변화하는 사회를 탐구하고 새로운 지식을 찾아가는 사상가로서 획일화된 주거 현실에 혁신적 비전을 제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