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파니 뉴욕 플래그십 스토어 리뉴얼
뉴욕 5번가에 위치한 티파니 플래그십 스토어가 4년간의 리뉴얼을 마치고 최근 오픈했다. 랜드마크로서의 헤리티지를 유지하면서 동시대적 감각을 경험할 수 있는 이곳을 소개한다.
4년 만에 공개한 티파니의 랜드마크
1940년에 문을 연 뉴욕 5번가 티파니 플래그십 스토어는 오드리 헵번이 주연한 1961년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 등장한 이래 전 세계적인 명소로 자리 잡았다. 지난 4월, 4년간의 리뉴얼을 마친 티파니 플래그십 스토어가 ‘랜드마크The Landmark’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샤넬, 불가리, 루이 비통, 디올과 꾸준히 협업하며 이름을 알린 베테랑 건축가 피터 마리노Peter Marino와 OMA 뉴욕 오피스가 이번 리뉴얼 프로젝트를 맡았다. 공간 내외부에서 티파니의 헤리티지와 동시대적 감각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랜드마크의 가장 큰 특징이다. 장미셸 바스키아의 ‘이퀄스 파이Equals Pi’를 비롯해 매장 곳곳에 현대 예술 작품 40점이 설치되어 있다. 1층 메인 공간에 들어서면 LED 스크린으로 선보이는 건축가 휴 듀턴Hugh Dutton의 아트 인스털레이션 ‘다이아몬드 스카이라이트’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3층부터 8층까지 이어지는 나선형 계단의 굽이치는 물결 모양은 수년 전 세상을 떠난 티파니의 주얼리 디자이너 엘사 퍼레티Elsa Peretti의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가 1970년대에 디자인한 유기적 형태의 본 커프는 이번 리뉴얼을 기념해 화이트 컬러 쿠퍼 소재의 라지 사이즈 ‘화이트 본 커프’로 재출시됐다.
계단의 시작점에서는 아티스트 다니엘 아샴의 ‘청동으로 부식된 아를의 비너스(Bronze Eroded Venus of Arles)’가 ‘사랑 & 언약(Love & Engagement)’이라는 테마로 꾸민 3층으로 본격적인 여정을 안내한다. 3층은 드레스의 곡선이 연상되도록 부드러운 실크와 새틴으로 완성한 벽면 패널 디자인이 특징이다. 매장 안쪽으로는 꽃을 모티브로 한 프라이빗 룸이 자리하는데 그중 데이미언 허스트의 ‘애플 블라섬The Apple Blossom’ 벽지로 장식한 공간이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랜드마크 4층은 골드와 다이아몬드, 시계 컬렉션, 그리고 5층은 실버 컬렉션을 선보인다. 4층에서 눈에 띄는 것은 천장을 화려하게 장식한 샹들리에로, 하이 주얼리 디자인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티파니의 주얼리 디자이너 장 슐륑베르제Jean Schlumberger를 오마주했다. 오드리 헵번이 영화에서 입은 블랙 드레스의 복제품이 전시된 5층에서는 1966년 출시된 티파니의 베스트셀러 ‘리턴 투 티파니 컬렉션’도 만나볼 수 있다. 2017년 창립 180주년을 기념해 문을 연 블루 박스 카페는 영화 제목처럼 ‘티파니에서 아침을’ 즐길 수 있도록 한 서비스로 인기를 끌었는데 이번 리뉴얼을 통해 6층에 자리 잡았다. 천장에 무수히 많은 티파니 상자를 매달아 장식하고 티파니 블루 컬러 가구로 채운 블루 박스 카페는 미슐랭 스타 셰프 다니엘 볼뤼Daniel Boulud가 운영한다. 카페 벽면에 설치된 인스털레이션은 도예가 몰리 해치Molly Hatch의 솜씨다. 티파니 아카이브와 역사에서 영감을 받은 그는 도자 접시에 수작업으로 그림을 그려 작품을 완성했다.
6층에는 티파니 홈 & 액세서리 컬렉션이 전시되었다. 줄리언 슈나벨의 회화 작품 ‘눈이 없는 소녀(Girl with No Eyes)’ 주변으로 테이블과 다양한 색상의 의자를 비치했는데 이는 모두 작품과 잘 어우러지도록 작가가 직접 디자인한 것이다. 줄리언 슈나벨은 ‘게스트와 함께하는 친밀한 디너 파티’를 콘셉트로 스페셜 테이블 세팅도 선보였다.
묵직한 석회암과 투명한 유리 소재의 조화
1980년 기존 7층 건물 위로 3개 층을 올리는 증축 공사 설계는 건축가 쇼헤이 시게마쓰가 이끄는 OMA 뉴욕 오피스가 주도했다. 석회암 소재로 지은 건축물의 묵직한 존재감과 대조적인 느낌을 주는 가볍고 투명한 유리 소재를 파사드에 적용해 눈길을 끈다. 7층은 장인들이 상주하는 하이 주얼리 워크숍 공간과 함께 시계 브랜드 파텍 필립과 역사적인 파트너십을 기념하는 파텍 필립 살롱이 위치해 있다. 8층과 9층에는 전용 박물관과 전시 공간을 마련했고, 최상층인 10층은 티파니가 준비한 궁극의 럭셔리를 경험할 수 있는 VIP 공간으로 살롱과 다이닝 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티파니는 이번 리뉴얼을 기념해 티파니 아카이브에 보관해온 전설적인 ‘티파니 106’과 ‘메두사 펜던트’를 1층 디스플레이 공간에 전시하는 한편, 시계 뒷면에 랜드마크 매장을 새겨 넣은 한정판 유니언 전용 스퀘어 워치와 뉴욕시의 유산을 기리는 티파니 57 워치 컬렉션 등을 공개했다. 아름답게 디스플레이한 티파니의 주요 컬렉션은 물론 아이코닉한 주얼리와 아카이브를 재해석한 공간 디자인, 곳곳에서 마주치는 수준 높은 예술 작품과 미식 경험까지, 브랜드 헤리티지와 동시대적 감각을 격조 있게 보여준 티파니의 랜드마크는 럭셔리의 기준에 참고가 될 만하다.
티파니 랜드마크
리뉴얼 디자인 및 설계 피터 마리노 아키텍처, petermarinoarchitect.com / OMA 뉴욕 오피스, oma.com
주소 727 Fifth Avenue, New York, USA